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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반도체 패권경쟁에 고달픈 삼성전자, 청와대 지원받을까

강용규 기자 kyk@businesspost.co.kr 2021-04-14 16: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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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이 갈수록 심화하면서 삼성전자조차 대응하기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산업환경 변화에 따른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 노력이 절실한 상황에 놓였는데 확대경제장관회의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미국과 중국 반도체 패권경쟁에 고달픈 삼성전자, 청와대 지원받을까
▲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

14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15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리는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외교적 지원을 호소할 지 주목된다.

삼성전자에서는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사장이 확대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한다.

대통령 주재 회의인 만큼 의제는 이미 설정돼 있을 공산이 크다. 반도체산업의 경우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 대응하기 위한 국내 반도체 조달망의 강화전략이 주된 내용일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다만 삼성전자로서는 현안이 따로 있다. 글로벌 반도체산업에서 미국과 중국 사이 갈등의 골이 깊어짐에 따른 ‘줄타기’의 어려움이다.

삼성전자가 아무리 글로벌기업이지만 두 강대국 사이에서 정부의 도움 없이 홀로 균형을 잡는 일이 쉬울 리 없다. 확대경제장관회의를 계기로 정부 차원의 지원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13일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이번 확대경제장관회의는 반도체와 전기차, 조선 등 주요 전략산업의 현안을 점검하고 대응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문 대통령이 긴급소집한 회의다”고 설명했다.

다만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으로 말미암아 국내 반도체회사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면 이와 관련해서도 논의가 오갈 가능성은 충분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미국 행정부는 중국 반도체산업의 성장을 꺾기 위한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비츠앤칩스 등 반도체 전문매체들에 따르면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산하의 인공지능위원회는 앞서 3월 연방의회에 미국이 네덜란드, 일본과 연합해 극자외선(EUV) 장비와 불화아르곤(ArF) 기반 심자외선(DUV) 장비의 중국 수출을 막아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극자외선 장비는 10나노미터 이하의 초미세공정에 쓰이는 차세대 반도체장비이며 심자외선 장비는 10~28나노미터의 공정에 쓰이는 한 단계 아래의 반도체장비다.

위원회는 보고서에서 “이 규제와 미국의 반도체 투자 확대정책과 맞물리면 미국 반도체산업은 중국보다 2세대 이상 앞선 기술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부터 중국 반도체회사 SIMC 등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회사들에 극자외선 장비의 수출을 규제하는 등 부분적으로 중국 반도체산업을 압박해왔다.

이보다 아랫단계인 심자외선장비로 규제범위를 넓히고 중국 수출을 전면적으로 막는 것은 중국의 반도체산업 양적 팽창 가능성을 봉쇄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문제는 불화아르곤 심자외선장비가 시스템반도체뿐만 아니라 낸드플래시메모리와 D램 등 메모리반도체 생산에도 쓰인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서 낸드플래시 2공장의 증설을 진행하고 있는데 올해 상반기 안에 장비 입고가 마무리될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중국을 상대로 한 미국의 반도체장비 수출규제 확대가 현실화하면 삼성전자는 당장의 증설계획을 마무리하는 것부터 힘겨워진다. 시장 수요에 맞춰 시안 공장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장기 계획에도 차질을 빚게 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앞서 11일 중국은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즈를 통해 “미국이 반도체 밸류체인(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중국을 배제하려는 악의적 목표가 드러났다”며 “미국의 움직임은 오히려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고 날을 세웠다.

12일 열린 백악관의 반도체회의에 중국 반도체기업들이 초청받지 않은 데 따른 비판으로 여겨진다.

삼성전자는 백악관 반도체회의에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이 참석했다. 미국과 중국 두 강대국 사이의 줄타기에서 미국 쪽으로 한 차례 몸이 기운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중국이 이를 빌미로 삼성전자를 압박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편가르기는 이미 삼성전자 개별기업 차원에서 대응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섰다”며 “삼성전자로서는 국내 반도체 조달망의 강화를 촉진하기 위한 정책지원도 중요하지만 눈앞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외교적 지원이 더 시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지원 의지는 있어 보인다.

유영민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비서실장과 이호승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지난 9일 삼성전자 고위 임원들과 만났다는 사실이 청와대 서면브리핑을 통해 뒤늦게 알려졌다.

강 대변인은 “백악관 반도체회의를 앞두고 삼성전자의 준비를 지원하는 자리였다”며 “유 실장과 이 실장은 삼성전자 고위임원들과 최근 반도체산업의 현안을 놓고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삼성전자에 외교적 지원을 약속하더라도 확대경제장관회의가 아닌 별도의 자리를 통해 논의할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확대경제장관회의가 특정 기업이 아닌 업계 차원의 목소리를 폭넓게 듣기 위한 자리라는 점에서다.

15일 열리는 확대경제장관회의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이 참석한다.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 사장,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공영운 현대자동차 전략기획담당 사장, 최웅선 인팩 대표이사,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사장, 정진택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배재훈 HMM 대표이사 사장, 황호선 한국해양진흥공사 사장도 초청됐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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