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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다급해졌다. 자동차 전장부품과 바이오 사업 등 신사업에서 성과를 내야 하는 과제가 더욱 무거워졌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에서 예전과 같은 위상을 회복하기가 쉽지 않고 반도체 사업을 통해 만회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이 신사업으로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자동차 전장부품과 바이오 사업에서 과감한 인수합병에 나설지 주목된다.
◆ 영업이익률 떨어져
삼성전자는 8일 지난해 4분기에 매출 53조 원, 영업이익 6조1천억 원을 냈다고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4년 연속 연매출 200조 원을 달성하는 데는 성공했다. 4분기 매출은 53조 원으로 3분기보다 2.55%, 전년 같은 기간보다 0.51% 늘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영업이익 26조3700억 원을 거둬 2014년 25조300억 원보다는 영업이익이 5.35% 늘어났다.
문제는 분기 영업이익이 5분기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4분기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 7조4천억 원보다 17.46% 떨어졌다.
영업이익이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DP) 등 부품 단가 하락과 환율효과가 사라진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영업이익률은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률은 11.5%로 3분기 14.29%에서 크게 낮아졌다. 삼성전자 영업이익률은 2014년 3분기 8.6%까지 떨어진 적이 있지만 한때 15%를 상회했던 점을 감안하면 추세가 완연히 꺾였다.
앞으로 실적도 낙관하기 어렵다. 부품가격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1분기까지 실적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가근 KB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수요 둔화 등으로 삼성전자에 대한 눈높이를 낮춰야 할 때"라며 "지난 4분기 실적이 기대를 밑돌면서 향후 전망에 대한 하향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도현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불안한 글로벌 경제 상황과 스마트폰 출하량 증가세의 둔화, 최근까지 실적을 이끌었던 메모리 반도체 부문의 이익률 하락이 한동안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주력사업 성장성 한계 확인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에 영업이익 7조 원대를 회복하며 ‘깜짝실적’을 냈다. 이는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승계자로 경영전면에 등장한 뒤 거둔 것이어서 의미가 남달랐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삼성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격인 통합 삼성물산을 출범하면서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했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회복은 이 부회장의 경영능력을 시험하는 잣대이자 승계자로서 입지를 다지는 관문이었다.
이 부회장은 3분기까지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을 회복하면서 승계과정에서도 청신호를 켜는 듯 했다.
그러나 4분기에 영업이익이 6조 원대 초반으로 주저앉으면서 '이재용의 삼성'에 대한 우려도 다시 고개를 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분기에 거둔 영업이익 7조 원도 환율효과에 힘입은 착시현상이 적잖게 작용했다는 점도 4분기 실적을 통해 확인됐다.
물론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등 주력사업의 부진을 이 부회장의 경영능력 탓으로만 돌리기 어렵다. 업황부진과 글로벌시장 변동성, 후발 경쟁업체들의 부상 등 외부적 요인이 워낙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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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에서 두번째)이 지난해 12월21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 제3공장 기공식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을 영접해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
◆ 긴축경영과 신사업 드라이브
이 부회장은 ‘실용주의’에 바탕을 둔 선택과 집중전략으로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그룹의 체질을 바꾸고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경비 절감과 사업부 재편, 임원 감축, 사옥 재배치 등도 추진되고 있다.
삼성그룹이 8일 삼성생명 태평로 사옥을 5천억여 원에 매각한 사례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의 상징이나 다름없던 건물을 시장의 예상가격보다 1천억 원 이상 밑도는 가격에 팔았다.
이 부회장이 불필요하다고 판단한 자산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삼성전자의 주력사업 부진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을 통해 기존 주력사업의 성장성에 한계가 여실히 확인된 만큼 기존 주력사업에 대한 구조조정과 함께 신사업에 더욱 강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대표적인 사업이 자동차 전장부품과 바이오사업이다.
이 부회장이 이런 신사업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올해 인수합병(M&A)에도 적극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는 바라본다. 전장부품 사업이나 바이오 사업 모두 후발주자라는 약점을 극복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실탄은 충분하다.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삼성전자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23조6084억 원에 이른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실적개선 압박을 더욱 크게 받을 것"이라며 "앞으로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는 긴축경영과 선제적 구조조정 기조를 이어가면서 핵심 성장사업에 과감하게 베팅하는 승부수도 띄울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