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2020-12-21 15: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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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죄 파기환송심이 최종 국면에 접어들었다. 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정준영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의 선고에 시선이 몰린다.
정 부장판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죄 혐의 파기환송심에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를 양형요소로 고려하려 했으나 실효성 여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 정준영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 부장판사.
평가의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전문심리위원까지 뒀으나 이들이 명확하게 의견을 모으지 못하면서 오히려 정 부장판사가 결론을 내리기 힘들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21일 정 부장판사는 서울고등법원에서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속행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를 향한 전문심리위원의 평가를 놓고 특검과 변호인의 최종 변론이 이뤄졌으며 30일 결심공판을 거쳐 2021년 초 최종 선고가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 부장판사는 삼성그룹이 파기환송심 과정에서 마련한 준법감시제도인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실효성을 평가해 양형에 반영하기로 하고 3명의 전문심리위원들로부터 평가를 받았다.
전문심리위원들이 서로 다른 판단을 내리고 있어 정 부장판사가 쉽게 결론을 내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파악된다.
특검측이 추천한 홍순탁 위원은 준법감시위원회의 실효성이 없다고 봤다. 반면 변호인측이 추천한 김경수 위원은 의미있는 변화가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재판부가 선임한 강일원 위원은 긍정·부정적 태도를 동시에 보였다.
전문심리위원 보고서는 이미 18일 일반에 공개가 됐다. 특검과 변호인, 전문심리위원 모두 보고서 원본 공개에 동의했다.
하지만 절차와 평가기준 등과 관련해 논란이 제기되는 데다 평가 내용을 두고도 서로 다른 해석들이 나온다.
전문심리위원 평가를 바탕으로 어떤 판결이 나온다 해도 논란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1일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준법감시위원회가 면죄부가 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준법감시위원회는 법적 근거가 부실할 뿐 아니라 출범 때 공표한 책임을 제대로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은 전문심리위원 보고서의 내용을 부정적으로 해석한 언론 보도를 반박하는 등 치열한 여론전을 벌이고 있다.
평가대상인 준법감시위원회는 17일 임시회의를 열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고 운영을 개선 보완할 점을 찾아 구체적 실현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며 몸을 낮추는 모습도 보이기도 했다.
정 부장판사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역할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장본인이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를 향한 여론의 평가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세 전문심리위원 의견 중 일치하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면서 의미를 찾을 가능성이 있다.
정 부장판사는 2019년 10월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서 “총수도 무서워할 정도의 실효적 준법감시제도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를 향한 전문심리위원들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지만 정 부장판사가 요구한 ‘총수도 무서워할 정도의 실효성’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시각차이는 어느 정도 줄어들 수 있다.
표현은 다르지만 세 전문심리위원 모두 준법위원회가 총수 등 최고경영자를 규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부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 부장판사가 이 대목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양형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가 선임한 강일원 전문심리위원은 “준법감시위원회의 독립성과 실효성 확보는 결국 최고경영진의 준법 의지에 달려 있다”고 바라봤다.
특검이 추천한 홍순탁 전문심리위원은 더욱 직접적으로 “다른 임직원에게 적용되는 것과 동일한 절차가 최고경영진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며 “최고경영진의 준법 위반 위험에 삼성의 준법감시제도는 실효적으로 운영되고 있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이 추천한 김경수 전문심리위원은 "준법감시제도가 실효적으로 작동할 환경이 마련됐다"고 주장하면서도 다른 두 전문심리위원의 견해에 일부 동의하는 태도를 보였다.
김 전문심리위원은 “총수 등 최고경영진의 불법과 비리를 방지하는 데는 무엇보다 당사자인 총수 등 최고경영진의 준법의지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라며 “총수 등 최고경영진이 위원회의 권고를 무시하고 조치요구를 거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임의적 외부조직으로서 지니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 부장판사는 2020년 1월에는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의 횡령혐의 재판에서 준법감시실 신설을 이유로 들며 형량을 절반으로 줄여주는 판결을 했다.
이 부회장 재판에서도 준법감시위원회를 양형에 반영할 뜻을 내비췄다. 이 때문에 특검이 집행유예를 선고하겠다는 예단을 드러냈다는 이유로 재판부 교체를 요청하기도 했다.
특검의 기피신청이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되면서 정 부장판사는 이 부회장 재판을 다시 맡게 됐다. 정 부장판사를 둘러싼 논란이 있었던 만큼 그가 내릴 최종판결에도 더욱 관심이 쏠린다.
이번 재판을 주목하는 것은 국내여론 만이 아니다.
블룸버그가 2021년 세계에서 주목받는 재판으로 이 부회장 재판을 선정하는 등 외국언론들도 관심을 내비쳐 정 부장판사는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판결에 정교한 법리를 총동원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