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인앱결제(자체시스템 결제)와 ‘수수료 30%’ 의무화를 막기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 움직임이 국회에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살펴보면 구글의 결제정책 변화에 대응해 앱마켓사업자가 모바일콘텐츠 개발자를 상대로 특정 계약이나 결제방식을 강요하지 못하도록 막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6건이 상정돼 있다.
▲ 이원욱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
이 개정안들은 앱마켓사업자가 하면 안 되는 행위를 규정하는 22조9항을 신설하거나 50조1항 1~8호로 규정된 각종 금지행위에 앱마켓 관련 내용인 9호를 추가하는 내용을 부분 혹은 공통적으로 담고 있다.
주요 내용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앱마켓사업자가 거래상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앱마켓에 앱이나 콘텐츠를 올리는 모바일콘텐츠사업자에게 불리할 수 있는 계약을 체결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다. 금지행위로는 특정 결제수단의 강요나 과도한 수수료, 차별적 조건·제한의 부과 등이 꼽혔다.
앱마켓사업자가 모바일콘텐츠사업자 사이의 공정경쟁이나 이용자 이익을 해치는 행위를 금지대상에 넣은 개정안도 있다.
둘째는 앱마켓사업자가 부당한 이유로 모바일콘텐츠의 심사를 미루거나 앱마켓에서 삭제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다.
일정한 사업규모와 시장 점유율을 갖춘 앱마켓사업자는 모바일콘텐츠사업자를 상대로 다른 앱마켓에 콘텐츠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강요하거나 요구를 유도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셋째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앱마켓사업자의 수수료 준수사항 등을 결정하거나 운영실태 조사결과에 따라 시정명령을 내리는 방식으로 관리감독 권한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방송통신위가 현재 앱마켓사업자를 관리하는 근거규정인 ‘앱마켓 모바일콘텐츠 결제 가이드라인’에 법적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점을 보완한 조치다.
전기통신사업법은 개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여야 의원들이 구글의 결제정책 변화에 따른 국내 기업과 소비자의 피해를 막아야 한다는 데 뜻을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이원욱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의원)도 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서 “구글의 앱마켓시장 지배력 강화에 반대하는 결의안과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신속하게 처리할 방안을 여야 간사와 함께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의원들을 정당별로 살펴보면 민주당(홍정민, 조승래, 한준호) 3건, 국민의힘(박성중, 허은아) 2건, 무소속(양정숙) 1건이다.
이 의원들을 중심으로 꾸려진 태스크포스팀은 국정감사 기간 안에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차원에서 전기통신사업법 통합 대안을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IT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전기통신사업법이 개정되면 정부와 국내 모바일콘텐츠사업자들이 구글의 결제정책 변경에 맞설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최근 토론회에서 “구글의 결제정책 변화를 공정거래법으로 규제하려면 시장획정이 문제가 되는데 전기통신사업법으로 보면 사업자의 부당행위만 살펴보면 된다”며 “효율성 차원에서 전기통신사업법을 통한 규제가 낫다”고 말했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에는 국외사업자의 행위도 국내시장이나 이용자에 영향을 주면 국내법을 적용한다는 역외규정도 들어가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구글의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행위를 제재하면서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하자 구글 본사에서 받아들인 선례도 있다.
구글은 한국을 비롯한 국가 30여 곳에서 ‘유튜브 프리미엄’ 이용자가 구독 해지를 신청하면 다음달 결제 날짜에 처리하는 방식으로 중도해지를 제한해 왔다.
방송통신위는 이 행위를 전기통신사업자법 50조1항5호으로 금지한 ‘정당한 사유 없는 이용계약 해지 제한’이라고 판단해 1월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8억6700만 원을 부과했다.
구글 본사가 이 제재를 받아들이면서 8월 말부터 국내의 유튜브 프리미엄 이용자가 구독해지를 신청하면 곧바로 처리된 뒤 남은 구독기간에 따라 요금도 환불되고 있다.
구글이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의 구독을 해지한 이용자에게 남은 구독기간에 맞춰 환불요금을 산정하기로 결정한 사례는 우리나라가 처음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