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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철도, 지역본부 통폐합에 지역 반발해 허리띠 졸라매기도 힘들어

김지효 기자 kjihyo@businesspost.co.kr 2020-09-10 16:3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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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철도가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기로 했지만 출발부터 지역본부 통폐합을 두고 지역경제에 끼칠 악영향을 우려한 주민 반발에 부딪혔다. 
 
지역본부 통폐합이 본격화하면 근무지 이동을 놓고 조직내부 갈등이 불거질 가능성도 나온다.
 
한국철도, 지역본부 통폐합에 지역 반발해 허리띠 졸라매기도 힘들어
▲ 손병석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

10일 한국철도와 지역사회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지역본부 통폐합을 두고 지방자치단체 주민들 사이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한국철도는 현재 12곳인 지역본부를 통폐합해 8곳으로 줄이는 조직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지역본부 조직개편안에 따르면 수도권동부는 서울본부, 충청북도는 대전·충청남도, 광주는 전라남도, 대구는 경상북도로 각각 통폐합된다.

이번 조직개편안에 따라 기존 지역본부보다 더 규모가 커지는 통합된 ‘대구경북본부’와 ‘광주전남본부’를 각각 유치하게 된 경북 영주시와 전남 순천시에서는 이번 결정을 반기고 있다. 

반면 충북본부가 ‘대전충청본부’로 통폐합되면서 기존에 충북본부가 있던 제천시 지역사회에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제천시와 같이 중소규모 도시에서 충북본부가 사라지면 지역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철도 충북본부는 현재 1500여 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으며 제천시에 상주하는 인원만 700여 명에 이른다. 

제천시의회는 9일 성명을 내고 "연말 중앙선 복선 전철화로 1970∼80년대 영광을 되찾아 '철로 르네상스'를 꿈꾼 제천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며 "철도와 관련한 시민 정서와 자부심을 고려하지 않은 통폐합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충청북도 제천시와 단양군을 지역구로 둔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도 지역주민들의 목소리에 힘을 보태고 있다. 

엄 의원은 1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철도의 이번 조직개편은 철도의 노선과 기능을 고려한 통폐합도 아니며 국토의 균형발전이나 지방분권에 입각한 중소도시 중심의 통폐합도 아니다”며 “철도의 공익적 역할과 미래 대한민국 철도산업의 발전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시대착오적 결정”이라고 철회를 요구했다.

한국철도는 이번 조직개편으로 제천시에서 대전충북본부로 바로 이동하게 되는 직원은 사실상 30여 명 정도에 그쳐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바라본다.

지역본부가 통폐합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지역본부가 사라지는 대구와 광주, 제천, 수도권동부 4개 지역에 관리단을 둬 안전 관련 기능은 유지한다는 방침을 세웠기 때문에 기존 충북본부 직원의 대부분이 제천에 남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철도의 이러한 주장에 엄 의원실 관계자는 “충북본부에서 고작 30명만 옮긴다는 것과 대대적 조직개편을 단행한다고 알리는 한국철도의 행동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처음에는 30명의 직원만 이동할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더 많은 직원들이 옮겨가 결국 지역사회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점차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직개편안에 따라 근무지 이동 여부를 놓고 조직내부 갈등이 벌어질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기존 광주본부와 대구본부가 있던 광주, 대구 같은 광역시에서 전남 순천, 경북 영주와 같이 상대적으로 정주여건이 좋지 않은 중소도시로 옮기는 직원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철도 관계자는 “조직개편에 따라 일부 직원들의 근무지 이동이 불가피하다”며 “근무 희망지 조사 등 사전에 의견을 수렴해 직원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주민들과 직원들의 반발에도 한국철도는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이번 결정을 밀고나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철도는 코로나19로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만 6천억 원을 봤다. 8월부터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함에 따라 연말까지 한국철도는 영업손실 1조 원가량을 낼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철도 다른 관계자는 “한국철도는 고객들에게 열차 승차권을 팔아 들어오는 돈으로 유지되는 기업인데 이번 코로나19 때문에 돈이 돌지 않아 운영이 너무 어렵다”고 말했다.

한국철도는 2020년 2분기 기준 임직원 수는 모두 3만2277명으로 공기업 가운데서도 수가 가장 많아 인건비 부담도 크다. 

이와 별개로 자회사 및 용역업체 인원만 해도 8천여 명에 이른다. 지난해 인건비로 나간 돈만해도 2조5천억 원 정도다. 

한국철도는 코로나19 위기에 3월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다. 아울러 경영개선추진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그동안 2천억 원 이상을 줄일 수 있는 재무구조 개선 추진 및 조직개편을 준비해왔다.

반년 동안의 논의를 통해 한국철도는 3일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으로 조직개편안을 내놨다. 

조직개편안은 지역본부 통폐합과 현장조직 정비 외에 차량정비조직의 전면개편, 관리지원업무의 간소화와 인력 효율화를 뼈대로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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