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그룹 성장동력 전장사업은 아직 불안, 권봉석 손에 미래 달려
자동차용 전자장비와 부품. 흔히 전장이라고 불린다.
LG그룹은 구광모 회장이 취임한 뒤 전장사업에 힘을 주고 있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가 확대되면서 전장이 고부가산업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 규모는 그동안 ‘산업의 쌀’이라 불렸던 반도체 못지않다.
구체적으로 시장 조사기관들이 예상하는 숫자를 비교해 보자.
IC인사이츠는 올해 글로벌 반도체시장이 3458억 달러 규모에 이른다고 봤다.
그럼 전장은 어떨까?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는 올해 전장시장이 3033억 달러까지 확대된다고 예상했다. 맥킨지&컴퍼니는 전장시장이 2030년 4690억 달러에 이른다고 내다봤다.
LG그룹은 계열사마다 전장사업을 세분화해 추진하고 있다.
현재 LG전자가 차량용 램프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맡고 LG이노텍은 모터와 센서를 만든다. LG화학은 전기차용 배터리를 생산한다. 또 LG유플러스는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전장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으니 이런 사업들도 언뜻 수익이 좋을 것 같지만 아직은 그렇지 못 하다. 대부분 적자를 보고 있다. 전장부품은 품질 및 안전과 관련한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사업 초기라 많은 투자가 필요하기도 하다.
특히
권봉석 사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LG전자는 2018년 LG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을 추진하며 그룹 전장사업의 중심에 섰다. 당시 오스트리아 전장업체 ZKW를 무려 1조4천억 원이나 들여 인수했다.
그 결과 LG전자는 2019년 전장사업 매출이 처음으로 5조 원을 넘는 성과를 냈어도 적자는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권 사장은 수익성 개선에 자신감을 보여 왔다.
2019년 11월 LG전자 수장이 된 뒤 첫 공식석상,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2020에서 “2021년 전장사업 실적을 턴어라운드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권 사장의 목표가 실제로 이뤄질지 장담하기 어렵다. 폴크스바겐그룹 등 LG전자 전장사업 고객들이 코로나19 사태로 생산 차질, 자동차 수요 감소 등 타격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권 사장이 LG그룹 미래사업인 전장사업에서 ‘실적 턴어라운드’를 달성할 수 있느냐에 따라 LG전자 주가도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 가전이 LG전자 효자사업, 권봉석 ‘포스트 코로나19’도 가전에 달려
LG전자가 신사업으로 전장사업을 추진하지만 이미 탄탄한 입지를 갖춘 생활가전이야말로 LG전자의 가장 든든한 효자사업, 캐시카우라고 할 수 있다.
LG전자에서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H&A사업본부는 지난해 매출 21조5천억 원가량을 냈다. 역대 최대 매출을 경신하면서 LG전자 전체 매출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생활가전은 코로나19를 계기로 LG전자에 더 중요해지고 있다.
LG전자는 생활가전 가운데 특히 프리미엄 제품군에서 경쟁력이 뛰어나다. 코로나19 사태가 차츰 가라앉으면서 가장 빠르게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가 바로 프리미엄 생활가전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최근 바이러스 확산세에도 불구하고 프리미엄 가전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국내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서 프리미엄 가전의 판매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으며 해외의 프리미엄 수요도 예상보다 긍정적”이거나 “연말로 갈수록 프리미엄제품에 관한 수요는 호조세를 보일 것”이다는 등의 의견들이 나온다.
코로나19로 위생에 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점도 LG전자 생활가전에 긍정적이다.
LG전자는 물을 끓여 만든 증기로 소독하고 탈취하는 ‘트루스팀’ 기능을 개발해 생활가전에 적용하고 있다.
권봉석 사장은 최근 트루스팀 기능을 탑재한 생활가전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식기세척기, 세탁기 등 기존 가전제품에 이어 의류관리기 스타일러, 세탁기와 건조기 일체형 워시타워 등 트루스팀이 적용된 LG전자 신가전들이 글로벌 생활가전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 모바일 부진하고 올레드TV도 불확실, 권봉석 전략은?
가전을 잘하는 LG전자도 유독 모바일사업은 맥을 못 추고 있다. 모바일사업은 2020년 2분기도 적자를 내면서 21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보였다.
스마트폰 초창기 피처폰을 고집하다 애플과 삼성전자 등에 주도권을 빼앗긴 상처가 아직도 남아있는 셈이다.
실제로 LG전자의 스마트폰 출하량은 다른 글로벌기업들과 비교해 많은 수준이라고 보기 어렵다. 2019년 기준 글로벌 스마트폰 점유율이 1~2% 수준에 그친 것으로 집계된다.
권 사장은 이런 실적 부진을 타파하기 위해 올해부터 새로운 브랜드 전략을 세웠다. 이전에 인기를 모았던 ‘초콜릿폰’처럼 스마트폰 하나하나에 이름을 붙이는 식으로 준프리미엄 스마트폰 ‘벨벳’을 내놨다.
하지만 아쉽게도 벨벳은 크게 좋은 반응을 얻지는 못하고 있다. 뛰어난 디자인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성능을 지닌 다른 스마트폰보다 다소 비싼 가격으로 출시됐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등 해외에서는 국내시장보다 가격을 낮추며 시장 공략에 들어갔지만 여전히 흥행 성공을 장담하기는 어렵다.
애플 ‘아이폰12’, 삼성전자 ‘갤럭시노트20’ 등 경쟁사의 주요 제품들이 2020년 하반기 일제히 출시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권 사장이 어떻게 모바일사업에서 새 돌파구를 찾을지 시선이 쏠리고 있다. 최근 인기가 높아진 폴더블 스마트폰을 준비하거나 또는 롤러블 스마트폰 같은 전혀 새로운 제품을 내놓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올레드TV는 조금 복잡한 상황에 놓여 있다. 코로나19로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감소하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올레드TV 수요가 위축되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0년 올레드TV 전체 출하량이 337만5천 대로 전년 대비 7.8% 증가하는 데 그친다. 반면 QLEDTV는 41.8% 증가하며 827만 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올레드TV 제조사는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고 있다. 2019년 15개에서 2020년 19개로 확대됐다. 쉽게 말해 수요는 제자리걸음하고 있는데 경쟁자는 더 많아진 셈이다.
권 사장은 새로운 올레드TV인 롤러블TV를 예정대로 하반기 안에 출시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롤러블TV가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감소와 점차 심해지는 올레드TV 경쟁 이중고를 타파할 신무기가 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 코로나19로 LG전자 주가도 떨어졌지만 바로 오름세로 돌아서
권봉석 사장은 LG전자 최고경영자에 오르고 1년도 되지 않아 LG전자 주가는 엄청난 변동을 겪었다.
권 사장은 2019년 11월28일 LG전자 최고경영자에 올랐다. 당시 LG전자 주가는 7만1천 원이었다.
2020년 1월 들어 주가가 6만 원대 중후반으로 떨어지기는 했지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는 범위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2월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했다. 세계적으로 확진자가 늘고 소비자 거래가 위축됐다. 기업과 소비자 거래(B2C)에 무게를 두는 LG전자 주가도 당연히 곤두박질쳤다.
2020년 3월23일 주가는 4만1850원까지 내려갔다. 권 사장이 최고경영자에 오른 지 4개월 만에 주가가 반토막이 난 것이다.
하지만 LG전자 주가의 하락세는 오래 가지 않았다. 권 사장이 2020년 3월26일 LG전자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주가는 다시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권 사장이 취임 첫 분기에서 실적 개선에 성공해 투자자들의 믿음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2020년 1분기 LG전자는 매출 14조7287억 원, 영업이익 1조904억 원을 기록했다. 2019년 1분기보다 매출은 1.2%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21.1%나 늘어났다.
2020년 2분기도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 LG전자 2분기 영업이익은 4952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24.1% 줄었지만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다.
2020년 8월6일 LG전자 주가는 장중 7만8900원에 이르러 52주 최고가를 경신했다.
권 사장체제에서 LG전자 주가는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 ‘전략가’ 권봉석, 재무전문가 배두용과 함께 LG전자 사령탑 맡아
권 사장은 LG전자에서 ‘전략가’로 통한다.
상품기획, 연구개발, 영업, 생산 등 여러 직무를 경험해 기술과 마케팅을 겸비하고 현장감각까지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2019년 11월까지만 해도 LG전자 MC사업본부와 HE사업본부의 장을 함께 맡고 있었다는 점에서 LG전자 내부적으로 권 사장의 역량을 높이 봐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권 사장이 조성진 전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의 뒤를 이어 LG전자 최고경영자에 오른 데는 이처럼 여러 분야에 경험이 많은 점이 반영됐던 것으로 풀이된다.
LG전자가 조 전 부회장 퇴임 이후 각자대표체제로 바뀐 만큼 권 사장은 사업에서 전략가적 면모를 발휘하는 데 더욱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권 사장과 배두용 최고재무책임자가 LG전자 각자대표를 맡고 있다.
조 전 부회장의 존재감이 컸던 만큼 후임자들은 각자 사업과 재무 분야로 나뉘어 LG전자를 책임지게 된 셈이다.
권 사장은 최고경영자로서 기존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배 부사장은 재무 관련 주요 사항을 책임지는 ‘쌍두마차’체제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