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부터 발생한 에너지저장장치 화재 관련해 절반 이상이 LG화학이 특정시기에 생산한 배터리를 탑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일 자료를 통해 "2017년부터 발생한 26건의 화재 중 14곳에서 LG화학 제품이 쓰였으며 이 제품은 중국 난징 공장에서 2017년 생산된 초기 제품"이라고 밝혔다.
 
LG화학 특정시기 생산한 배터리 장착 ESS에서 화재, 이훈 "리콜해야"

▲ ▲ 전영현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김종현 LG화학 전지사업본부 사장.


LG화학이 2018년 이후 제작한 에너지저장장치용 배터리 제품에서는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다. 

이 의원은 또 "LG화학 관련자들은 화재 최초 발화지점이 배터리 시스템 '랙'에서 시작됐다는 점을 부인하지 못했다"며 "배터리 제품을 리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배터리 화재 원인조사를 맡은 민관합동조사위에서는 LG화학의 배터리가 문제 있으니 정부 차원에서 리콜을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 의원은 이 주장은 조사위 활동결과 발표 때 공개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앞서 LG화학 측에 2017년 생산한 에너지저장장치 배터리를 자발적으로 리콜하라고 요청했지만 LG화학이 관련 입장을 내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리콜을 추진하면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 판매된 물량까지 리콜을 진행해야 하는데 약 1500억 원의 추가비용이 들며 대외적 신뢰도 추락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정부가 에너지저장장치 화재원인을 조사하는데 솔직하지 못한 점도 지적했다.

이에 앞서 6월 정부 조사단은 에너지저장장치 배터리 화재원인을 배터리시스템 결함, 전기충격과 관련한 보호체계미흡, 운용환경관리 미흡, 에너지저장장치 통합관리 체계부재 등 4가지를 들었다.

그러나 이 의원은 모두 21회에 걸친 에너지저장장치 화재사고 원인 조사위원회의록을 분석한 결과 7회 회의에서 배터리 랙 및 셀 결함을 지적했음을 공개했다.

이 의원은 "에너지저장장치 배터리시설의 화재는 배터리 및 배터리 보호시스템의 결합에서 비롯됐다"며 "정부는 이를 설치지역의 열악한 주변환경에 시선을 분산해 여러 다양한 원인이 있었다고만 발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LG화학 화재사건에서 배터리보호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아예 불량 배터리에서 화재가 시작됐을 가능성이 높음에도 LG화학의 배터리 랙 보호시스템 문제는 아예 조사된 바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발화지점을 배터리 모듈로 지적한 충북 영동 화재와 관련해서도 산업부가 이 의원 측에 보낸 자료에는 '발화지점 파악 불가'로 제출한 점을 들어 국가 과학수사기관이 지목한 발화지점을 산업부가 은폐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삼성SDI의 배터리는 화재가 난 26건 중 9 곳에 쓰였는데 제조일자가 다양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SDI의 배터리와 배터리시스템의 경우 배터리 보호시스템 안의 랙 퓨즈(DC지락 단락장치)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전원장치가 파손돼 버스바가 이탈하는 등 추가 단락이 생겨 화재로 이어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버스바는 전기적 연결을 가능하도록 하는 막대형의 전도체이다. 삼성SDI는 민관조사위의 6월 발표 전후로 랙퓨즈를 다른 제품으로 전량 바꾸는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훈 의원실 관계자는 "삼성SDI는 실제적으로 리콜을 한 셈"이라며 "문제는 LG화학이 2017년 생산제품 대상으로 리콜을 진행해야 하는데도 리콜을 미루는 등 글로벌 기업임에도 동네 구멍가게 같은 마인드로 사건을 처리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화재가 에너지저장장치 외부환경 등이 열악해서 났다고 이야기하지만 똑같은 환경에 노출된 LG화학의 2018년 생산 배터리는 불이 안나는데 왜 2017년 생산한 배터리에만 불이 났는지 답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LG화학은 이훈 의원의 주장과 관련해 자체 실험을 진행해 원인을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LG화학은 7일 입장문을 내고 "제품 결함을 숨기거나 교체를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원인을 파악해서 동일한 이슈가 없도록하는 것과 실사용자의 추가적 피해를 없애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화학은 2017년 하반기 중국 공장에서 생산된 배터리가 적용된 에너지저장장치는 충전율을 70%로 낮춰 가동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발생하는 손실비용은 LG화학이 부담한다고 밝혔다.

LG화학은 "원인 규명활동은 정밀실험 및 분석과 함께 실제 에너지저장장치 설치환경보다 가혹한 환경에서 시험까지 포함하여 올해 말을 시한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이 결과에 따라 필요한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할 계획이며 만약 명확한 원인이 규명되지 않더라도 교체를 포함한 보다 적극적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부가 LG화학에 배터리 리콜을 요청했다는 주장을 부인했다.

성 장관은 "에너지저장장치는 하나의 제품이 아니라 배터리, 전력변환장치, 소프트웨어 등 복합제품인 만큼 법적으로 리콜대상이 아니다"며 "배터리 제조사에 충전율(SOC) 조정을 요청한 적은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석현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