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김태한 대표이사 사장을 포함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임원들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분식회계 관련된 혐의에 고의성 등을 인정할 사유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김 사장의 구속을 발판삼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승계와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사태의 연관성을 규명하려 했는데 수사 확대에 제동이 걸렸다.
21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검찰은
김태한 사장의 3차 구속영장 청구를 포함한 다양한 대응방법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이 20일 김 사장을 상대로 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두번째로 기각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의혹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해 보이기 때문이다.
김 사장의 구속 여부는 검찰수사가 본격적으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부회장이나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 최고 수뇌부를 향해 나아갈 수 있을지를 결정할 분수령으로 꼽혔다.
그동안 검찰은 여러 차례의 압수수색 등 강도 높은 수사와 회계사 증언 등을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고의 분식회계 정황을 파악했지만 법원은 구속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김 사장을 비롯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임원들이 고의로 회계부정을 저질렀다는 혐의를 뒷받침할 충분하고 정당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검찰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가 김 사장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정도로 주요 혐의와 관련한 수사를 사실상 마친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하더라도 법원을 설득할 만한 추가 증거를 제시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자연히 분식회계 의혹이 일어난 2015년 당시 삼성그룹 최고 의사결정권자로 꼽히던 최 전 부회장과 이 부회장을 상대로 검찰수사가 확대되기도 쉽지 않을 수 있다.
법원은 현재까지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사태와 관련해 삼성전자와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계열사 임원 8명을 증거인멸 등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이 김 사장에 비슷한 혐의를 들어 5월 청구한 구속영장은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검찰이 이번에 김 사장을 구속하려 한 혐의는 증거인멸이 아니라 이번 사태의 본질인 고의 분식회계와 관련한 사안이기 때문에 구속영장 기각은 향후 검찰수사에 훨씬 큰 어려움을 안길 수 있다.
고의 분식회계 혐의가 인정되지 않으면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사태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연결짓는 핵심고리 가운데 하나가 빠지는 셈이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 부회장의 소환조사 가능성과 시기를 검토하고 있었지만 김 사장의 구속이 무산되면서 여론도 더 민감하게 의식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미국과 중국 무역분쟁 등 영향으로 한국경제 전반에 위기감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를 상대로 한 일본 정부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재 수출규제가 도입되며 경제상황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 경영진에 일본 수출규제 사태에 대응전략을 진두지휘하는 한편 일본기업 관계자와 잇따라 만나는 등 적극적으로 역할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 시점에서 검찰이 이 부회장을 소환해 조사하거나 삼성 계열사 경영진을 상대로 수사를 확대한다면 부정적 여론이라는 '역풍'을 마주할 가능성도 나온다.
정부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여러 대기업과 공동 해결방안을 적극 논의하고 있는 만큼 삼성을 상대로 한 검찰수사가 이 부회장의 소환조사로 이어지는게 부담스러울 수 있다.
여러 모로 검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사태 수사를 이끌어갈 동력을 끌어 올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으로 분석된다.
검찰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의 회계부정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여 모회사인 제일모직이 삼성물산과 합병할 때 제일모직 주주들에 유리한 합병비율을 산정하도록 기여했다고 보고 있다.
제일모직 대주주였던 이 부회장이 이를 통해 삼성그룹 지주사 역할인 삼성물산 지분을 대거 확보하며 사실상의 경영권 승계작업을 진행했다는 것이 검찰이 지니고 있는 의혹의 핵심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대로라면 검찰이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과 맞닿아 있음을 증명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영권 승계작업의 존재 여부는 이 부회장의 박근혜 게이트 관련 재판에도 핵심 쟁점으로 꼽히는 만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사태 수사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