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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의 공백 의사결정도 공백, 꼬이는 CJ그룹 경영

조은아 기자 euna@businesspost.co.kr 2015-02-23 16: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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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현의 공백 의사결정도 공백, 꼬이는 CJ그룹 경영  
▲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지난해 4월 항소심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원에 들어서고 있다.<뉴시스>

CJ대한통운이 추진하던 APL로지스틱스 인수가 무산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공백을 인수실패의 원인으로 꼽는다. 총수 부재로 중대한 의사결정 시기를 놓친 데다 금액이 관건인 인수합병에서 과감한 금액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은 지난 13일 진행된 APL로지스틱스 본입찰에서 일본 물류기업 KWE에 밀려 APL로지스틱스 인수에 실패했다.

본입찰에 CJ대한통운을 비롯해 미국과 일본의 물류기업, 글로벌 사모펀드 등 총 4곳이 참가했다.

애초 적정 인수가는 1조 원 안팎으로 평가됐지만 경쟁이 심해지면서 가격이 치솟았다. 결국 1조3500억 원을 제시한 일본 물류기업 KWE가 승리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문경영인이 금액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이재현 회장이 있었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APL로지스틱스는 64국가에 110여 물류거점을 둔 싱가포르 국영 선박회사 NOL의 자회사다. 지난해 매출은 1조8천억 원에 이른다.

CJ대한통운은 APL로지스틱스를 인수해 글로벌 물류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손경식 CJ그룹 회장도 지난달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물류는 세계일류를 향해 가야 하는 분야로 물류기업 인수합병을 추진하겠다”고 말하는 등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CJ대한통운은 결국 고배를 마셔 2020년까지 매출 25조 원을 달성해 세계 5위 안에 드는 물류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전략도 차질을 빚게 됐다.

CJ그룹은 2013년 이재현 회장이 구속기소된 뒤 투자규모가 크게 줄고 대규모 사업들도 잇달아 중단된 상태다. 최종 의사결정권자가 없어 다른 기업보다 신속한 대응을 하지 못할 뿐 아니라 공격적 투자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CJ그룹은 2013년 모두 3조2천억 원 규모의 투자계획을 밝혔지만 이재현 회장이 7월 구속기소되자 실제 투자는 2조5600억 원에 그쳤다. 지난해도 당초 계획했던 2조4천억 원의 80% 수준인 1조9천억 원을 투자하는 데 머물렀다.

CJ대한통운은 경기도 광주에 대규모 수도권 택배허브터미널을 만들기로 했지만 투자금 문제로 사실상 무기한 연기했다.

CJ그룹은 또 2009년부터 동부산관광단지에 한국형 유니버설스튜디오를 만들 뜻을 밝혔지만 지난해 결국 사업을 포기했다. 2500억 원 정도의 투자를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 CJ대한통운, CJ오쇼핑 등 주요 계열사의 굵직한 인수합병도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중국과 베트남의 바이오 공장을 인수하려했으나 마무리 단계에서 무산됐고 CJ대한통운도 미국과 인도의 물류업체를 인수하려 했지만 뜻을 접었다.

CJ그룹은 올해 투자계획도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CJ그룹의 투자계획은 보통 연말에 확정돼 매해 1월 중순부터 그룹 내부적으로 공유돼 왔다.

정기인사도 실시하지 못하고 있다. CJ그룹은 지난해 승진없는 한 해를 보냈다. CJ그룹에서 한 해 동안 아예 정기 승진인사가 없었던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이재현 회장의 누나인 이미경 CJ그룹 부회장도 건강 문제로 자리를 비웠다가 최근 다시 복귀했다. 하지만 건강문제로 예전만큼 경영참여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CJ그룹의 정기 임원인사는 이르면 2월 말, 늦어도 3월에 열리는 이 회장의 상고심 이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CJ그룹은 이번 인사를 통해 이채욱 부회장을 중심으로 전문경영인 체제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대규모 투자가 어려운 만큼 당분간 이재현 회장 공백에 따른 ‘오너리스크’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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