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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훈 현대차 노조위원장(오른쪽 두번째)가 16일 통상임금 관련 소송 판결 직후 노조 간부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
현대차 통상임금 소송에 대한 법원의 1심 판결이 나오자 현대차 노사의 희비가 엇갈렸다.
경제단체들은 법원이 사실상 현대차의 손을 들어주자 환영을 나타내면서도 현장에서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했다.
이번 판결은 앞으로 노사정위원회의 통상임금 관련 논의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 현대차 “사실상 승소”, 노조 “아쉬운 판결”
현대차는 16일 현대차 노조가 회사를 상대로 낸 통상임금범위 확대 소송에서 법원이 일부만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자 "사실상 승소"라고 평가했다.
현대차는 "이번 판결로 통상임금 논쟁을 조기에 해소할 수 있는 기준점이 마련된 데 큰 의의가 있다"며 "비효율적 연공서열식 임금체계에서 벗어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선진임금체계 수립에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 노사는 '임금체계 및 통상임금 개선위원회'를 꾸려 임금체계 개편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번 판결이 이 논의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 판결로 현대차가 부담해야 할 금액은 100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만약 법원에서 현대차 노조의 손을 들어줄 경우 현대차 5조 원을 비롯해 현대차그룹이 추가로 부담해야 할 인건비가 첫 해에 13조 원에 이를 것으로 봤다.
현대차 노조는 이날 "아쉬운 판결"이라고 밝혔다.
권오일 현대차노조 대외협력실장 "이번 판결은 재판부가 회사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며 "법원이 옛 현대차서비스 출신 조합원에 대해서만 통상임금을 인정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통상임금 관련한 재판 결과를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며 “항소는 노조 내부에서 논의해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권 실장은 "법원 판결에 상관없이 3월31일까지 통상임금 개선방안을 회사와 논의할 것"이라며 "판결 결과가 잘 나왔더라면 유리한 국면에서 협상을 진행했을 터인데 그렇지 않더라도 결과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 경제단체 환영 속 우려, 노동계 통상임금 축소 비판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논평을 내 "통상임금의 고정성을 명확히 밝힌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면서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을 적용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경총은 "이번 판결은 통상임금의 고정성을 명확히 밝힌 것으로 존중한다"며 "하지만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면서 신의칙을 적용하지 않고 종전의 관행과 합의를 뒤집은 판결을 내려 앞으로 기업의 인력운용 부담이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이날 "일관성 없는 판결로 야기될 수 있는 소송확산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경련은 "일부 근로자들의 상여금만 통상임금으로 인정해 현장에서 새로운 갈등이 야기될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염려했다.
전경련은 또 "현대차 노사는 이번 판결을 존중하고 경쟁력 강화에 힘을 합쳐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재판부가 상여금의 고정성 여부를 부인하는 근거로 내세운 지급세칙상 제외자 규정은 현대차가 임의로 정한 것"이라며 "임의로 정한 세칙은 일부 극소수 조합원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으로 전체에 해당시키는 것은 비상식적인 논리"라고 꼬집었다.
민주노총은 "이번 판결은 사법부가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애써 통상임금의 범위를 협소시킨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도 "상여금은 조항이 있건 없건 일한 대가에 대한 보상"이라며 "이번 판결은 사법부에서 과도하게 세칙을 끌어들여 고정성 여부를 판단한 것이라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 노사정 논의에 어떤 영향 주나
이번 법원 판결은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의 통상임금 후속 논의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노사정위가 3월까지 우선 논의하기로 한 3대 현안에 '통상임금 제도개선 방안'을 포함해 놓고 있다.
노사정은 9일 열린 노사정위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통상임금에 대한 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한국노총은 통상임금의 정의와 통상임금에서 제외되는 금품을 법률로 규정하고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규정을 포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법률에 정기성·일률성·고정성 요건을 명시하는 등 규정을 명문화해 통상임금의 범위를 명확히 하고 관련 시행령에 제외금품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일부 전문가들은 법원이 이번에 현대차의 손을 사실상 들어준 만큼 노사정의 통상임금 논의 과정에서 노동계가 불리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통상임금 확대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현장에서 이번 판결로 갈등양상이 완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현대차 노사관계는 모든 노사관계의 잣대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통상임금 소송에서 노조가 진 만큼 통상임금을 둘러싼 소송이 한풀 꺾일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고용노동부의 집계를 보면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통상임금 관련 소송은 250여건에 이른다.
그러나 통상임금 소송은 대법원까지 가는 경우가 많아 이번 판결이 통상임금 갈등을 완화하는 데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이에 따라 앞으로 노사정에서 진행될 통상임금에 대한 논의결과가 주목받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우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