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가 원격진료 등 주요 쟁점에 대해 합의안을 마련했다. 의협은 이 합의안을 놓고 오는 20일 정오까지 회원들을 대상으로 찬반투표를 실시한다. 그러나 파업동력이 크게 떨어져 있고 의협의 원격진료 시범사업과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등 명분과 실리를 따낸 만큼 오는 24일 예정된 의협의 집단휴진은 철회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와 의협은 17일 원격진료 시범사업 등에 합의하는 등 주요 쟁점에 대한 절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은 정부가 의료계 주장을 받아들여 관련 법 개정에 앞서 시범사업을 시행하기로 했다. 오는 4월부터 6개월 동안 시범사업을 시행한 뒤 그 결과를 입법에 반영하기로 했다.

또 의료법인이 자회사로 영리법인을 설립할 때 진료수익의 편법 유출 등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논의기구를 설립하기로 했다.

건강보험제도 개선과 관련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공익위원을 가입자와 공급자가 동수로 추천해 구성하는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연내에 추진하기로 했다. 의협은 의료정책 결정이나 시행과정에 의료단체의 참여를 보장받았다는 점에서 명분을 얻었다. 그동안 의협은 의료정책에서 관치주의 타파를 요구해 왔다.

양쪽은 전공의들의 근무환경을 개선할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전공의들은 이번 집단휴진에 동조 움직임이 강했다. 전공의 수련환경 지침에서 명시된 '최대 주당 88시간 수련(근무)' 지침이 여전히 과도하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하고 단계적으로 줄이기로 했다. 유럽은 주당 최대수련(근무)시간이 48시간, 미국은 80시간이다. 향후 '전공의 수련환경 평가기구(가칭)'를 만들어 대안을 오는 5월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노환규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협회 회원들의 투표 결과에 따라 집단휴진 여부를 결정하겠지만 전공의의 환경개선에 대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전공의가 독자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다음은 노 회장과 일문일답 내용이다.

-협의 과정에서 어떤 부분이 이견을 보였나?

"원격진료의 시범사업 관련 부분이었다. 그 문구를 어떻게 표현하는가를 놓고 이견이 컸다. 정부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구성과 구조 개선에 대한 의사협회 의견을 받아들이는 부분에서 쟁점이 있었다."

-전공의들은 앞으로 어떻게 되나.

"1차적으로는 협회 회원들의 투표 결과에 따르는 것으로 했다. 다만 전공의들의 수련환경 개선 교육환경 개선이 두가지가 포함된다. 요구사항들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 전공의가 독자적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전공의와 관련한 요구가 수용됨에 따라 전공의들이 독자적으로 총파업과 관련해 투표를 진행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다고 본다."

- 1차 협의 결과보다 진전된 내용은 무엇인가?

"지난번 논의 때 개선에 대한 일정이 모호했으나 이번에는 일정이 구체적으로 나왔다. 향후 논의 결과도 의사협회 회원들이 채택하지 않으면 전면 무효화된다. 지난번 논의가 충분히 했고 실제 담긴 내용도 충분히 있었으나 마지막 문서화하는 데 적지 않은 문제점이 있었다. 이번에는 그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원격진료 시범사업을 6개월 동안 하기로 했는데?

"시범사업은 모델을 개발하는 것은 아니고 원격진료 안전성과 유효성 등에 초점을 맞춰 평가하는 것이다. 원격진료의 정부 안을 모두 살피는 데 부족하다고 보지만 6개 월은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 의해 이뤄진 것이다. 시범사업의 기획과 구성, 진행과 평가를 의사협회가 주관해 진행하는 만큼 의미있는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에 건강보험의 근본문제에 대해 집중하자고 했는데 의료수가 부분은 논의에서 빠졌다. 앞으로 진행할 것이다."

-의료발전협의를 구성한다고 하는데 구체적 계획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와 같은 기구가 있는데 이 기구는 10년 동안 한 번도 열리지 않은 기구다. 이번에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를 활성화하는 데 동의했다. 앞으로 정부가 수없이 만들어내고 있는 입법예고 등을 즉각 논의할 수 있는 소위원회 구성에 합의했다."

-전공의에 대한 내용은 어떻게 합의됐나.

"전공의의 근무환경 개선과 관련해 최대 근무시간 개선안이 수용되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지난해 정부가 수련지침에 최대 88시간 근무를 허용할 때 의협에서 반대성명을 냈음에도 전공의 대표 단체에서 환영성명을 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금 당장 바꾸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추가로 논의할 것이다."

-정부의 시행 의지는

"정부가 날짜까지 명기했다. 그 기한을 문서화했기 때문에 당연히 지킬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