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호반건설이 국내 증권사들에 최근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를 보낸 배경을 두고 여러 전망이 나온다.
호반건설은 제안서를 보낸 것은 맞지만 아직 상장을 검토하는 수준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투자금융업계와 건설업계는 호반건설의 기업공개 추진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국내 부동산시장이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호반건설이 상장 추진을 검토하는 것은 뜻밖이다.
호반건설이 그동안 인수합병시장에 적극적 관심을 보여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인수합병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라는 의견이 많다.
호반건설은 2015년 금호산업 인수전에 참여할 뜻을 보이며 주목을 받았는데 이후 울트라건설, 동부건설, 보바스병원, SK증권, 제주퍼시픽랜드, 한국종합기술, 블루버드CC, 리솜리조트 등 시장에 매물이 나올 때마다 관심을 보였다.
1월에는 1조6천억 원에 가까운 금액을 베팅해 대우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되기도 했다. 대우건설이 해외사업에서 예상치 않았던 손실을 내자 바로 인수를 포기하긴 했지만 호반건설이 인수합병에 쏟고 있는 의지가 강하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김상열 회장은 1월에 열린 ‘2018년 호반그룹 신년 전략회의’에서 “호반건설 회장으로서 넓은 시각으로 신규사업을 적극적으로 발견하고 인수합병을 포함한 호반의 미래 비전 찾기에 전념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투자금융업계는 호반건설이 상장하면 1조~1조5천억 원가량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 내다본다.
호반건설의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김 회장이 29.1%, 김 회장의 부인인 우현희씨가 4.7%, 호반건설 계열사인 호반건설주택이 12.6% 등 특수관계인이 46.4%를 보유하고 있다. 호반건설주택이 보유한 지분을 구주매출하면 최소 1500억 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이를 인수합병의 실탄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투자금융업계는 내다본다.
하지만 호반건설이 이미 주택사업에서 대규모 현금을 창출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자금조달을 목적으로 한 게 아니라는 얘기도 나온다.
호반건설은 2017년 말 기준으로 미처분이익잉여금 1조1552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미 실탄이 두둑한 상황에서 굳이 기업공개를 진행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호반건설이 기업 지배구조를 투명화하려고 상장 카드를 꺼내드는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호반건설은 2017년 9월에 자산규모가 총 7조10억 원으로 집계돼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시대상기업집단은 자산 5조 원 이상의 기업집단을 지칭하는 것으로 사익편취 규제와 공시의무 등이 강화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지정된 기업들을 대상으로 순환출자 현황과 내부거래 현황, 채무보증 현황, 지배구조 현황 등을 발표하겠다는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김 회장은 그동안 호반건설을 비상장기업으로 유지하며 사세를 확장했는데 기업 규모가 커지면서 이에 따르는 의무가 늘어나자 상장을 통해 선제적으로 대기업집단에 준하는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갖추려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모든 계열사를 상장하지 않은 채 경영하면서 경영시스템이 불투명했고 이에 따라 총수 일가의 불법행위가 가능했다는 의견이 나오는 만큼 호반건설이 상장하면 지배구조와 관련한 리스크를 일찌감치 털어버리는 효과를 볼 수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