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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SK그룹 회장 |
최태원 회장이 없는 SK그룹의 미래에 대한 최태원 회장의 선택은 세대교체를 통한 핵심 계열사 사장단의 인적 쇄신이었다. 이를 통해 사실상 SK그룹에 친정체제를 구축하며 위기를 돌파하려고 한다.
SK그룹은 최 회장의 부재상황의 위기를 수펙스추구협의회라는 집단지도체제로 극복하려 했다.
그러나 SK그룹을 떠받치는 양대 기둥인 SK텔레콤은 성장둔화, SK이노베이션은 실적악화라는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SK하이닉스만이 SK그룹의 체면을 살려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수펙스추구협의회는 SK텔레콤과 SK이노베이션의 사업구조 개편을 결의했다. 그리고 연말 인사를 통해 큰 폭의 사장단 인사를 실시했다.
이번 인사는 최태원 회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옥중에서도 위기극복을 위해 힘을 합쳐 줄 것을 요구하는 메시지를 보내고 국제유가 50달러에 대비할 것을 주문하는 등 SK그룹의 경영을 걱정해 왔다.
이번 인사는 수펙스추구협의회 1년의 성과와 한계에 대한 냉정한 평가 속에서 내려진 것이다. 그동안 실적이 악화된 계열사의 CEO를 퇴진시키고 최 회장과 가까운 젊은 CEO를 경영일선 전면에 내세워 SK그룹의 위기를 돌파하려는 최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
이번 인사를 통해 최 회장은 SK그룹의 핵심 계열사뿐 아니라 수펙스추구협의회에도 젊은 측근 그룹들을 대거 배치해 친정체제를 더욱 강력히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K그룹은 9일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등 주력 계열사 4곳의 CEO를 모두 교체하는 인사를 실시했다.
SK그룹은 주력 계열사 CEO의 세대교체를 통해 혁신과 변화를 꾀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장동현 SK플래닛 부사장을 SK텔레콤 사장으로, 최태원 회장 비서실장 출신인 박정호 SKC&C 부사장을 사장으로 발탁했다. 또 문종훈 수펙스추구협의회 통합사무국장을 SK네트웍스 사장에 임명했다.
이와 함께 정철길 SKC&C 사장을 SK이노베이션과 SK에너지 사장에 배치했다. 이들 CEO들은 올해 60세인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신임 사장을 제외하고 모두 50대 초중반이다.
이들 핵심 계열사에 해당 분야에서 검증된 CEO를 집중적으로 배치했다.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의 경우 대한석유공사 출신으로 자원개발업무를 해온 전문가이고, 장동현 SK텔레콤 사장도 기획과 마케팅 전문가로 SK텔레콤에서 경험을 쌓았다.
문종훈 SK네크웍스 사장도 워커힐 대표이사, 마케팅 전문회사인 SKM&C의 대표이사 등을 거치는 등 마케팅 분야에 정통한 인물로 꼽힌다.
이런 인사 기조에 따라 구자영 SK이노베이션 부회장과 문덕규 SK네트웍스 사장은 일선에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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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근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지난 1월 2일 서울 광장동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SK그룹 신년하례회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
◆ 수펙스추구협의회 악전고투 속에 한계 드러나
수펙스추구협의회는 지난해 1월 최태원 회장이 수감된 뒤 SK그룹을 이끌어 오면서 총수 부재에 따른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는 데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
SK그룹은 올해 시가총액이 지난해 말과 비교해 13% 가량 올랐다.
SK텔레콤을 비롯한 내수업종 계열사들은 두 자릿수의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여기에 세계 메모리 반도체시장이 살아나면서 SK하이닉스의 주가도 32% 넘게 뛰어올랐다.
올해 10대그룹 가운데 시가총액이 늘어난 곳은 SK그룹을 제외하면 CJ그룹밖에 없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SK그룹의 시가총액이 오른 것은 수펙스체제가 시장에 안정감을 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수펙스추구협의회는 한계도 드러냈다.
수펙스추구협의회가 일상적 업무를 관리하는 데 무리가 없지만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 등 사업의 큰 그림을 그리는 대목에서 총수의 역할을 대신하기 힘들었다.
총수가 없는 상황에서 규모가 큰 투자나 사업진출에 실패하면 그에 따른 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
김창근 의장은 “수펙스추구협의회 안에서 계열사 CEO들이 업무를 나눠 맡아 일상적 그룹 일을 처리하는 데 무리가 없어 보인다”며 “그러나 기업에 근본적 변화를 불러오는 일 등에서 최태원 회장의 빈자리가 메워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SK그룹에 따르면 올해 SK그룹은 14조~15조 원 대의 투자계획을 세웠다. 2012년에 비해 투자 예산이 2조6천억 ~3조6천억 원 줄었다.
SK그룹은 인수합병에도 소극적이었다.
SK텔레콤이 지난 6월 아이리버를 인수한 것을 제외하고 SK그룹이 올해 대형 인수합병을 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SK그룹은 지난해 보안전문기업인 ADT캡스의 인수후보로 꼽혔지만 실제 입찰에 불참했다.
특히 SK텔레콤의 경우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면 인수합병을 적극 추진해야 하는데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성장동력으로 꼽았던 여러 사업들이 본궤도에 제대로 오르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SK그룹의 계열사들의 실적이 악화하는 이유로 투자위축과 신규사업 진출 부진을 꼽는다. 또 유가하락 등의 외부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3분기 영업이익 488억 원을 기록해 흑자로 돌아섰다. 그러나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하면 영업이익이 84.6% 줄었다. SK텔레콤도 같은기간 매출이 지난해 동기보다 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와 6%씩 줄었다.
김창근 의장은 “현재 외부환경과 사업의 본질이 급격히 변하고 있다”며 “전략적으로 극단적 개혁의지를 갖지 않으면 이런 상황에서 자칫 고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수펙스추구협의회, 최태원 친정체제의 강화인가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따로 또 같이’ 3.0 경영체제의 2기 의장으로 다시 추대됐다.
김창근 의장은 “경영환경 악화와 경영공백 장기화를 돌파하기 위해 전략적 혁신이 무엇보다 필요한 만큼 이를 주도할 리더십 쇄신이 절실했다”고 말했다.
이번 인사에서 SK그룹은 수펙스추구협의회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도 힘을 썼다. 특히 최태원 회장의 핵심 인물들이 대거 수펙스추구협의회에 들어왔다. 수펙스추구협의회가 집단지도체제이지만 최태원 회장의 측근들이 들어오면서 친정체제가 더욱 강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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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정준 SK E&S 사장 겸 SK그룹 글로벌성장위원장 |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신임 사장이 전략위원장에, 하성민 사장이 SK텔레콤 사장에서 물러나 윤리위원장에, 유정준 SKE&S 사장이 글로벌성장위원장에 임명됐다.
하성민 사장의 경우 일각에서 문책성 인사라는 관측도 있지만 융복합 사업에 밝은 만큼 그룹차원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조직문화의 혁신을 맡기려 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하성민 사장도 최태원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특히 유정준 사장은 박정호 SKC&C 사장과 함께 최태원 회장의 핵심참모로 꼽힌다. 유 사장은 최태원 회장이 2003년 소버린과 경영분쟁을 겪을 때 지주사인 SK의 최고재무책임자를 맡아 활동했다. 박정호 사장은 당시 최 회장 비서실장으로 일했다.
SK그룹은 이에 앞서 이호수 전 삼성전자 부사장을 수펙스추구협의회 ICT(정보통신기술)기술성장특별위원회 최고기술위원으로 영입했다. 이 최고기술위원은 삼성전자에서 소프트웨어센터장과 초대 미디어솔루션센터장을 지낸 소프트웨어 분야 전문가다.
SK그룹은 올해 초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전문가로 유명했던 임형규 전 사장을 ICT(정보통신기술)기술성장위원장으로 영입했다.
임형규 위원장이 SK하이닉스 등기이사로 SK하이닉스의 성장에 힘을 보태는 것처럼 이호수 최고기술위원도 앞으로 SK텔레콤의 사업확대와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재계의 한 인사는 "최태원 회장이 SK그룹의 젊은 피와 외부에서 수혈해온 경륜을 섞어 SK그룹을 강하게 이끌어 가려는 의지를 보여준 인사"라고 평가했다.
◆ SK그룹 최고의사결정기구 수펙스추구협의회
수펙스추구협의회는 SK그룹의 최고의사결정기구다.
수펙스추구협의회는 SK계열사들의 각종 사업을 조율하고 그룹의 실질적 의사결정권을 행사한다.
산하에 전략위원회 글로벌성장위원회 등 6개 위원회를 두고 있다. 6개 위원회와 별도로 ICT기술성장특별위원회도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횡령혐의로 재판을 받으면서 2012년 의장직을 김창근 의장에게 넘겼다.
수펙스추구협의회는 지난해 1월 최 회장이 법정구속되면서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지난해 2월 집단지성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경영체제인 ‘따로 또 같이 3.0’ 경영시스템을 도입했다. 주요 계열사들이 위원회에 참여해 그룹 공동의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수펙스추구협의회는 그룹 경영의 핵심기구로 위상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3월 지주사인 SK가 보유하던 계열사 조율과 관리업무를 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의 전략위원회로 가져왔다.
SK그룹은 1989년 ‘수펙스’ 개념을 도입해 경영의 목표로 삼았다. 수펙스는 ‘SUPER EXCELLENT’의 줄임말로 ‘인간이 도달 가능한 최고 수준’을 뜻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오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