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최초로 올레드패널을 탑재해 내놓은 신제품 ‘아이폰X’ 판매 부진의 여파가 한국 디스플레이 공급업체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이폰용 올레드패널 공급이 줄어 올해 예상치를 밑도는 실적을 낼 가능성이 유력하자 추가 시설투자계획을 재검토하는 방안마저 고심하고 있다.
▲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왼쪽)과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
LG디스플레이는 애플에 LCD패널 공급을 늘려 실적 타격을 만회할 가능성이 높아졌지만 애플 올레드 신규 공급업체로 진입할 가능성은 낮아져 불확실성이 커지게 됐다.
미국 CNBC는 24일 증권사 JP모건 보고서를 인용해 “고가 스마트폰의 전성기가 한계를 맞은 것으로 보인다”며 “애플 아이폰X 출하량이 분기마다 절반 이상의 감소세를 보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애플이 올레드 탑재 등 대규모 하드웨어 변화를 적용해 내놓은 아이폰X은 출시 초반에 높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았지만 판매를 시작한 지 약 2개월만에 흥행에 한계를 맞고 있다.
올레드패널과 고성능 메모리반도체, 듀얼카메라 등 고가부품 적용에 따른 가격 상승이 소비자들에 큰 부담이 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애플이 아이폰X의 흥행 실패를 교훈삼아 올해 출시하는 아이폰 가운데 아이폰X 후속모델보다 비교적 가격이 낮은 LCD 탑재모델을 주력으로 앞세울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해지고 있다.
대만 KGI증권은 맥루머 등 외신을 통해 “애플이 하반기 출시할 LCD 아이폰 신모델은 3D터치 등 부가기능을 뺀 저렴한 제품이 될 것”이라며 “출하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제품은 디스플레이뿐 아니라 배터리와 메모리반도체, 카메라모듈과 외관소재 등이 모두 아이폰X보다 저렴한 부품으로 대체돼 가격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됐다.
애플의 아이폰용 올레드패널 탑재 확대를 예상해 중소형 올레드 생산증설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오던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런 전략변화에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올해부터 공장증설에 따른 가동비 부담은 커지는 반면 애플이 늘어난 올레드 생산량을 충분히 소화하지 못할 경우 가동률 하락 등으로 수익성에 악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의 스마트폰사업 전략을 뒤따르는 중국 스마트폰업체들도 부품 원가를 줄이는 쪽으로 전략을 바꿀 경우 삼성디스플레이의 중소형 올레드 수요처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애플 아이폰X은 고가 스마트폰 부품의 ‘블랙홀’로 꼽혔지만 판매 부진으로 부품업체의 우려가 커지게 됐다”며 “특히 올레드패널이 가장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자전문매체 샘모바일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애플의 수요 불확실성에 대응해 중소형 올레드 전용으로 신설하려던 공장투자계획을 완전히 백지화할 가능성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LG디스플레이에게는 애플의 이런 전략변화가 긍정적 신호로 꼽힌다. 최근 급감했던 아이폰용 LCD패널 공급을 하반기부터 다시 크게 늘릴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하반기에 모바일 LCD패널 공급감소와 LCD TV패널 가격하락, 중소형 올레드 투자 등으로 크게 부진한 실적을 낸 만큼 반등계기 마련이 절실하다.
▲ 애플이 하반기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폰X 후속모델 2종(왼쪽)과 LCD 탑재 아이폰 신모델 예상 이미지. |
하지만 올해 아이폰용 올레드 신규 공급업체로 진입하겠다는 목표는 한걸음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 애플의 수요 자체가 예상보다 줄어들 경우 부품 받을 곳을 다변화할 이유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는 아직 중소형 올레드의 수율 확보가 불안한 상황이라 삼성디스플레이에 맞대응할 만한 가격 경쟁력을 단기간에 확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 중소형 올레드의 생산성과 품질수준 향상 속도가 예상보다 느리다”며 “모바일 LCD도 아직 업황에 따라 변동이 커 어려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애플 이외 중소형 올레드 고객사 확대에 속도를 내거나 스마트폰 이외로 적용분야를 빠르게 다변화해 타격을 만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아이폰X 부진과 삼성디스플레이 투자 보류 등 영향으로 중소형 올레드산업의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며 “애플 이외 스마트폰업체들의 수요 증가를 기대해야 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