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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2월 20일 열린 정기총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뉴시스> |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전경련의 위상 찾기’가 좀처럼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전경련의 대표성 강화를 위해 회장단을 추가로 영입하려 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5일 전경련에 따르면 애초 전경련은 지난달 20일 총회에서 회장단을 추가영입할 계획이었으나 후보들의 고사로 실패했다. 전경련은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과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을 영입하려고 했다. 제조업 중심의 전경련에 금융권의 대표적 기업 CEO가 회장단에 들어오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회장단 추가영입은 몇 년째 대두되고 있는 전경련 위기론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허창수 회장과 이승철 부회장이 회장단 추가영입을 위해 직접 발 벗고 나섰지만 실패했다. 박 회장과 신 회장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제안을 고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허 회장이 회원가입 문턱을 대폭 낮춰 여러 분야의 대표기업 65곳을 새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놓고도 생각지 못한 곳에서 반발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 서울시의회에서는 세종문화회관의 전경련 가입을 놓고 시의원의 문제 제기가 있었다. 김용석 의원(새누리당)은 본회의에 앞서 5분발언을 신청해 “세종문화회관은 민법에 따른 비영리법인이고, 세종문화회관의 정관에는 수익창출이 아닌 시민문화 향유 기회 확대 등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목적이 나와 있는데 기업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전경련에 가입했다”며 “시민의 세금을 통해 운영하는 세종문화회관이 전경련에 회비를 낸다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전경련 회비를 일종의 세금낭비라고 빗댄 것이다.
전경련의 위상추락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7년과 2010년 차기 회장을 구하지 못해 회장석이 공석으로 비어 있을 때마다 전경련 무용론이 고개를 들었다. 차기 회장 선출 과정에서 회장단 간의 갈등이 고스란히 드러나기도 했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전경련이 구심점 역할을 못하고 오히려 분열과 갈등을 조장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2011년에도 사정은 좋지 않았다. 전임 회장이던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 건강상 이유로 자리에서 물러난 뒤 허창수 회장이 반년 이상 공석이었던 자리를 이어받았다.
당시 허 회장의 어깨에 지워진 전경련의 짐은 무거웠다. 기업 간 양극화와 물가불안, 글로벌 경제환경의 급변에 따른 불안감이 고조되던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출범한 ‘허창수호’는 전경련 무용론을 극복하고 재계의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출범 3년이 넘은 지금도 허창수호의 미래는 여전히 갑갑해 보인다. 재계에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주체로 서기보다는 경제민주화를 외치는 정치권의 압력, 내부 분열과 결속력 약화, 기업에 대한 악화된 여론에 둘러싸여 말라가는 형국이다.
무엇보다 전경련을 이끄는 허 회장의 처지가 말이 아니다. GS그룹의 계열사들이 도덕성 논란에 휩싸여 있기 때문이다.
GS칼텍스는 최근 여수 기름유출사태와 관련해 기름 유출량 허위발표로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GS건설은 허위공시로 회사채를 발행한 것 때문에 대규모 과징금을 받게 됐다.
GS그룹 계열사의 이같은 추문은 허 회장의 전경련 리더십에 상처를 입히고 있다. 전경련 회장을 맡고 있는 그룹의 총수는 더 도덕적이어야 한다는 요구를 받는다. 그래야 전경련도 신뢰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각 회원 기업간 갈등을 해소하고 재계의 결집을 위해서는 회장이 재계의 존경을 받을 수 있을 만큼 덕망도 갖춰야 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허 회장은 지난 2월 20일에 정기총회에서 “국민과 더불어 오늘의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경련 회장의 임기는 2년이다. 허 회장은 지난 2011년 2월 33대 회장에 선출됐고 한 번의 재신임을 거쳐 지금 연임 중이다. 허 회장의 남은 1년도 순탄치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