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공익재단, 아산사회복지재단, 남촌재단, 삼성문화재단, 정석물류학술재단, GS칼텍스재단, 롯데장학재단, 두산연강재단, 아산나눔재단,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총수가 있는 대기업집단의 공익재단 가운데 지난해 총수입 대비 목적사업비 비중이 40%가 채 되지 않는 공익재단들의 목록이다. 목적사업비는 재단 설립 목적인 공익사업에 쓴 돈을 말한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계열사 주식을 상당부분 보유하고 있고 총수일가가 이사장 혹은 상임이사로 있어 그룹 지배구조 강화의 도구로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대기업 공익재단에 칼을 겨누고 있어 제재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 이재용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과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 |
8일 국세청 공익법인공시자료 등에 따르면 총수입 대비 목적사업비 비중이 낮은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재단 대부분은 총수일가가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아산사회복지재단은 정몽준 전 현대중공업 회장이, 남촌재단은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각각 이사장을 맡고 있다.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녀이고 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은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의 형이다.
정석물류학술재단의 유경희 이사장은 총수일가가 아니다. 그러나 지난해까지는 정석물류학술재단 이사장 역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모친인 김정일씨였다. 김씨가 지난해 말 별세한 뒤 유경희 이사장이 자리를 넘겨받았다.
아산나눔재단의 경우 이경숙 숙명여대 명예교수가 이사장을 맡고 있지만 역시 총수일가와 고리가 있다. 정몽준 전 회장의 딸인 정남이씨가 상임이사로 재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목적사업비 비중이 낮고 총수일가가 이사장으로 지배하고 있는 공익재단들은 적지 않은 계열사 지분을 들고 있어 그룹 지배구조 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은 삼성생명 지분을 각각 4.68%, 2.18% 보유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삼성물산 지분도 0.6%%, 1.05% 보유하고 있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은 현대중공업과 그 지주회사인 현대로보틱스 지분 2.53%씩을 소유하고 있다.
남촌재단은 GS건설 지분 0.79%, 두산연강재단은 두산 지분 2.79%,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금호홀딩스 지분 6.75%를 소유하고 있다. 롯데장학재단은 롯데제과 지분 8.69%와 롯데칠성 지분 6.28%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활용되는 사례도 잦았다. 결과적으로 재단 수입을 본래 설립목적인 공익사업에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지배구조를 강화하는 자금으로 사용한다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지난해 2월 삼성SDI로부터 3천억 원 규모의 삼성물산 주식을 사들였다. 이 때문에 삼성SDI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형성되는 순환출자를 해소해야 하는 부담을 덜 수 있었다.
또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2015년 10월 박삼구 이사장이 금호산업 인수를 위해 설립한 금호기업에 400억 원을 출자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2일 5대그룹 간담회에서 대기업 공익재단 운영실태를 전수조사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공익재단이 설립취지에 맞게 운영되는지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목적사업비 지출비중은 공익재단 운영에서 중요한 지표다. 공익재단이 들어오는 돈을 목적사업에 제대로 사용하고 있는지 아니면 계열사 지분 취득 등 다른 데 사용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목적사업비 지출비중이 낮은 공익재단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총수일가로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런 공익재단이 그룹 지배구조에 깊이 연관돼 있을수록 더욱 그렇다.
김 위원장은 공익재단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런 방안이 추진되면 공익재단의 지배구조 강화수단으로서 활용도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에는 이미 공익재단의 계열사 의결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이 나와 있다. 지난해 6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기업집단에 소속된 공익법인이 국내 계열사 주식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