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은 2024년에 이어 올해도 배당을 실시하고, 심지어 배당금도 대폭 늘리기로 했다. 이에 비해 한화오션은 전년에 이어 올해도 배당을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조선소 설비투자, 재무구조 개선 등을 이유로 들었다.
다만 업계에선 두 회사의 배당 기조가 엇갈리는 데에는 그룹 오너가의 경영승계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19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한화오션은 2014년 결산 배당 이후 11년째 ‘무배당’을 이어가고 있다.
한화오션 측은 최근 열린 2025년 4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올해에는 생산성 향상을 위한 조선소 야드 투자와 마스가(MASGA)를 포함한 대미 투자 확대가 예정돼, 성장과 재무 안정성을 고려해 배당은 실시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화오션은 2024년 이후 2년 연속 흑자를 내며 배당 가능 이익을 확보했지만, 설비 투자에 방점을 찍으며 배당은 추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4월 발표한 투자계획에 따라 2027년 3월까지 플로팅 도크 확장에 3328억 원, 2027년 11월까지 플로팅 크레인에 2680억 원 등을 투입할 계획을 세웠다.
또 미국 내 지주회사 한화오션USA홀딩스에 2025년 12월 1532억 원을 추가 출자했고, 올 2월 내 신안우이해상풍력 주식회사가 사업비·공사비 조달을 위해 실행하는 유상증자에 1044억 원을 추가 출자할 예정이다.
▲ HD현대중공업은 특수선·중형선의 국내 생산능력 확충을 위해 2025년 12월 HD현대미포를 흡수 합병했다. 사진은 울산에 위치한 HD현대중공업(위)과 옛 HD현대미포(아래) 조선소 전경. < HD현대 >
HD현대중공업은 최근 2025년 결산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3990원(배당 총액 4187억 원)을 결정했다. 2025년도 중간배당으로 1주당 1671원(1483억 원) 등을 합치면 2025년 배당으로 총 5670억 원을 사용하는 것이다.
HD현대중공업은 2025년 3분기 말 기준 배당 여력을 나타내는 미처분이익잉여금이 1조8470억 원으로 2024년 말 1조2883억 원보다 43.4%가 늘었다.
지배구조 역시 HD현대중공업의 배당 확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세법 상 모회사 지분율이 50% 이상인 자회사가 모회사에 지급하는 배당금은 배당소득세 15.4%를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모기업 HD한국조선해양은 HD현대중공업 지분 69.29%를 보유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이 2024년 12월 발표한 기업가치제고 계획에 따르면 향후 별도기준 순이익의 30%를 배당에 사용할 예정으로, 실적 성장이 지속된다면 이 회사의 배당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당장 국내 설비투자와 해외 조선소 투자로 현금이 빠져나가는 한화오션과의 차이도 분명하다.
HD현대중공업은 상선 분야에서는 에디슨슈어스트오프쇼어, 함정 분야에서는 헌팅턴잉걸스 등 미국 내 현지 조선소와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공동 설계, 기자재 공급 등의 방식으로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 ‘마스가’에 참여하고 있다. 한화오션에 비해 직접 설비투자 요인이 적은 셈이다.
또 HD현대그룹은 미국 내 현지 조선 산업 투자를 위해 한국산업은행, 미국 사모펀드 서버러스캐피탈 등과 손잡고 50억 달러 규모의 투자펀드를 조성키로 하는 등 투자금 조달에도 나서고 있다.
▲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왼쪽)은 아버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오른쪽)으로부터 지난해 한화 지분을 증여받아 한화의 최대주주로 자리매김하는 등 사실상 경영승계를 마쳤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김 회장 부자가 제주 서귀포시에 위치한 한화시스템 우주센터를 방문한 모습. <한화시스템>
재계 전문가들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배당 기조가 엇갈린 주된 요인은 오너 3세의 ‘경영 승계’ 여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지난해 아버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으로부터 한화 지분을 증여받고, 개인회사 한화에너지를 통해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올랐다. 사실상 한화그룹은 김동관 부회장으로 오너 경영승계를 마쳤다.
한화에너지의 한화 지분율은 22.15%, 김동관 부회장의 한화 지분율은 9.76%로 한국 기업지배 구조 상 지배력을 안정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기준선인 30%를 넘겼다.
반면 정기선 HD현대 대표이사 회장은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이 보유한 지주사 HD현대 지분 26.6%를 상속하거나 증여받아 경영권을 승계하는 일이 남아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상속·증여세를 납부할 주요 재원으로 정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HD현대 지분 6.12%에 대한 배당소득이 꼽히고 있다.
정경희 키움증권 연구원은 “HD현대의 지배구조 상 배당에 대한 유인이 높은데, 개인 최대주주 등의 지분율이 높은 데다 임금보다 배당 수익이 절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라며 “배당이 늘어나는 조선·전력기기 호황기로 지주사 배당 수익을 통해 향후 지분율 매입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최대주주 입장에서 합리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현재 지주사 HD현대의 주주들이 정치권의 3차 상법 개정에 따른 '배당소득 분리과세'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HD현대의 연간 배당총액이 10% 이상 늘어나야 한다.
다만 지주사 배당소득을 책임졌던 HD현대오일뱅크가 2024~2025년 실적 부진으로 배당여력이 제한된 만큼, 조선 부문의 HD한국조선해양(HD현대중공업, HD현대삼호), 전력기기 부문의 HD현대일렉트릭의 배당이 더 늘어나야 하는 상황이다.
▲ 조선 빅3 가운데 삼성중공업은 여전히 이익잉여금이 결손금인 상태로 단기간 내 배당 재개 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삼성중공업>
또다른 주요 조선사인 삼성중공업은 쌓인 결손금으로 인해 2014년 이후 배당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연결기준 순이익은 2025년 5358억 원으로 2024년보다 894%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회사의 이익결손금은 1조6854억 원에 달한다.
삼성중공업 측은 2025년 지배구조 보고서에서 “향후 재무상황이 안정돼 배당가능 이익이 확보되는 시점에 과거의 배당성향과 국내외 유사업종의 평균 배당성향을 참고, 배당을 재개할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