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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의 도박, 하현회 한상범의 OLED TV 올인

이민재 기자 betterfree@businesspost.co.kr 2014-11-10 19: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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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의 도박, 하현회 한상범의 OLED TV 올인  
▲ 하현회 LG전자 홈엔터테인먼트(HE)사업본부 사장(왼쪽)과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사장

“TV는 PDP에서 LCD를 거쳐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로 진화할 것이다.”

LG전자에서 TV 업을 맡고 있는 하현회 LG전자 홈엔터테인먼트(HE)사업본부 사장의 말이다. 이는 곧 OLED TV에 대한 LG전자의 전략이기도 하다.

LG전자 OLED TV사업의 다른 한 축을 맡고 있는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사장도 OLED TV에 대한 기대가 매우 크다.

한 사장은 “이제 OLED시장에서 다시 한 번 큰 힘을 발휘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현재 세계 주요 TV업체 가운데 OLED TV를 대량생산하는 곳은 LG전자뿐이다.

세계 TV시장 1위인 삼성전자는 아직 OLED TV 개발에 뛰어들지 않고 초고화질(UHD) LCD TV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일본업체인 소니와 파나소닉도 최근 수익성이 떨어진다며 OLED TV 자체 개발을 포기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LG전자가 세계 TV시장에서 삼성전자의 독주를 꺾기 위해 차세대 TV 사업에 올인하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고 본다. 삼성전자를 따라가는 전략만으로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항상 강조하는 ‘시장선도’를 달성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이런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LG전자의 OLED TV사업을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LG전자가 시장 조기개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무리한 도박이 될지도 모른다는 지적도 나온다.

◆ OLED TV에 올인하는 LG

10일 LG디스플레이에 따르면 현재 경기도 파주에 있는 OLED M2 생산라인이 이르면 다음달부터 가동에 들어간다.

LG디스플레이는 OLED TV사업을 위해 2012년부터 7천억 원을 들여 TV용 8세대(2200x2500mm) 패널 생산을 담당하는 M2라인을 증설해 왔다. M2라인이 가동되면 기존 월 8천 장 정도였던 패널 생산량이 최대 월 3만4천 장으로 늘어난다.

LG디스플레이의 한 관계자는 “M2라인이 가동되면 기존보다 생산량이 네 배 이상 늘어나 가격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며 “이곳에서 55인치부터 77인치까지 다양한 면적의 UHD OLED 패널을 생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OLED TV에 너무 무리하게 투자하는 게 아니냐'는 일부 우려가 있지만 기존 전략을 바꿀 계획이 없다고 못 박았다. 단기적으로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시장선도를 위해 투자를 중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인규 LG전자 TV사업담당 전무는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2014 국제가전박람회(IFA)’ 개막 전 행사에서 “중국업체들이 이미 LCD TV에서 많이 따라온 상태”라며 “LCD TV만으로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도현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겸 사장은 지난달 29일 열린 3분기 실적발표회에서 “현재 OLED가 수율(투입량 대비 완제품 비율)이 낮다는 문제를 겪고 있지만 이는 곧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사장은 “수율문제만 해결되면 최근 OLED TV와 어깨를 견줄 수 있다고 거론되는 양자점(퀀텀닷) TV와 차원이 다른 우수함을 보여줄 것”이라며 “OLED TV는 색 재현율과 응답속도, 명암비 면에서 기존 LCD TV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김상돈 LG디스플레이 CFO겸 전무도 지난달 22일 실적설명회에서 “내년에도 OLED TV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전무는 “우리는 OLED를 미래사업으로 확신하고 있어 손실이 나더라도 이를 감수하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내년 본격 생산이 시작되고 일본과 중국 등으로 공급망이 확대되면 긍정적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LG의 도박, 하현회 한상범의 OLED TV 올인  
▲ 정도현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사장

◆ OLED TV 판매 순항, 호평 잇달아


하현회 사장과 한상범 사장의 OLED TV 전략은 최근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 LG전자가 OLED TV 가격을 적극적으로 내리면서 판매량이 늘고 있다.

LG전자는 55인치 곡면 OLED TV 국내 판매량이 출시 한 달 만에 1천 대를 넘어섰다고 2일 밝혔다.

LG전자는 “한달 1천 대라는 판매량은 비슷한 성능의 LCD TV 판매량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패널수율이 높아져 가격을 300만 원대로 크게 낮췄는데 이러한 전략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이 제품을 지난해 초 무려 1500만 원에 출시한 적이 있다. 동급 LCD TV보다 색 재현율이 높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가격이 너무 높아 선뜻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없었다.

하현회 사장은 OLED TV 대중화를 위해 가격을 대폭 낮추겠다고 지난 8월 예고했다.

하 사장은 “OLED TV 원가절감을 통해 고객들이 납득할 만한 수준까지 가격을 내리겠다”며 “올해 하반기에는 의미있는 점유율을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이런 전략에 따라 9월 말 가격을 기존의 4분의 1 수준인 399만 원으로 책정한 55인치 곡면 OLED TV를 선보였다. 덕분에 월 50대 수준에 그치던 판매량은 20배 정도 늘어나 1천대 판매를 돌파했다는 것이 LG전자의 설명이다.

LG전자 OLED TV에 대한 호평도 이어지고 있다.

리뷰드닷컴은 LG전자의 OLED TV(모델명: EA9800)를 ‘올해 최고의 TV’로 선정했다고 7일 밝혔다. 리뷰드닷컴은 미국 유력 일간지 USA투데이가 운영하는 IT전문 리뷰 매체로 매년 11월 우수한 제품을 선정해 발표한다.

미국 소비자잡지 컨슈머리포트는 지난달 28일 LG전자의 55인치 곡면 OLED TV를 평가하며 “최고라고 말할 수 없지만 디스플레이 성능만 놓고 볼 경우 매우 훌륭한 제품”이라고 총평을 내렸다.

컨슈머리포트는 “이 제품은 몇 가지 결점이 있지만 이런 부분을 실제로 느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며 “앞으로 OLED TV가 최고의 디스플레이 기술로 떠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 경쟁사 참여가 OLED TV 성공의 관건

LG전자가 OLED TV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LCD TV의 대항마로 부르기에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TV시장에서 OLED TV 비중은 1% 미만에 그쳤다. 디스플레이서치는 OLED TV 연간 출하량이 280만 대로 예상되는 2017년에도 점유율이 1%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소비자들이 LCD TV와 확연한 성능차이를 느낄 만큼 OLED TV 기술이 발전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게다가 LCD TV보다 수율이 떨어져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대중화가 늦춰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LG전자 혼자 OLED TV 대중화를 이루기에 한계가 있다고 본다. 주요 TV업체들이 시장에 참여해야만 본격적으로 OLED TV시장이 열리고 LG디스플레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서 벗어나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IHS의 홍주식 수석연구원은 지난달 14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국제정보디스플레이 전시회(IMID) 2014’에서 “OLED TV시장 개화가 늦어질수록 LCD TV와 경쟁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홍 연구원은 “OLED TV가 현재 TV시장에서 주류인 LCD TV와 확실한 차별화를 이루지 못한다면 시장을 키우기 어려울 것”이라며 “LG디스플레이는 OLED TV 시장의 키우기 위해 TV 제조사를 상대로 더욱 공격적 판촉활동을 벌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업계는 LG전자가 삼성전자를 시장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세계 TV업계 1위인 삼성전자가 OLED TV를 생산하게 되면 다른 업체들도 따라올 것이라는 설명이다.

LG전자도 이 점을 잘 알고 삼성전자를 유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동원 LG디스플레이 프로모션담당 전무는 ‘국제정보디스플레이 전시회(IMID) 2014’ 기조연설에서 “중국의 BEO와 대만의 AUO 등 OLED TV 패널 생산을 검토중인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들어오면 대중화가 좀 더 앞당겨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LG의 도박, 하현회 한상범의 OLED TV 올인  
▲ LG전자가 9월29일 출시한 300만원대 55인치 올레드 TV가 출시 한 달 만에 국내 판매 1천대를 돌파했다.

◆ LG, 가격인하와 고객사 확보에 총력


정윤성 디스플레이서치 상무는 “OLED TV 원가개선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현재 추세대로라면 3년 뒤부터 의미있는 성장세를 거둘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상무는 “3년 뒤 LCD TV 성장률이 5% 미만으로 떨어지는 반면 OLED TV는 2018년 50%, 2019년 70%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며 “LG전자가 삼성전자의 참여없이 어떻게 홀로 OLED TV 시장을 개척해나갈 지 관심이 집중된다”고 말했다.

LG는 앞으로도 가격을 지속적으로 내리는 한편 고객사를 확보해 OLED TV 대중화를 앞당기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송영권 LG디스플레이 전략마케팅그룹 전무는 3분기 실적설명회에서 “국내와 중국업체를 중심으로 어떻게 OLED 마케팅을 벌일 지 고민중”이라며 “내년에 일본 등 주요시장으로 패널공급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는 현재 계열사인 LG전자와 중국 TV제조사인 스카이워스, 콩카, 창홍 등에 OLED TV용 패널을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LG전자를 제외한 나머지 제조사들이 소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어 아직 수익성이 높지 않다.

LG디스플레이는 일본의 소니, 파나소닉과 OLED 공급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이 잘 마무리될 경우 LG디스플레이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고 LG전자도 OLED TV 시장 개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민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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