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이 올해 1인 CEO에 오른 뒤 가파른 실적 회복을 이끌고 있다. 프리미엄 TV와 생활가전 등 고수익성 제품의 경쟁력 강화에 주력한 성과로 평가받는다.
LG전자가 ‘조성진 체제’를 더 강화하며 이런 성과를 이어가기 위해 기술전문가 출신 경영진에 더 힘을 실어주는 조직개편과 인사를 실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가 올해 연말인사와 조직개편에서 대대적 변화를 보일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해 인사는 LG전자가 4분기에 6년 만의 영업손실을 보며 위기에 휩싸인 가운데 이뤄졌는데 올해는 실적이 큰 폭으로 반등하며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LG전자는 당시 3인 각자대표체제를 1년 만에 포기하고 조 부회장의 1인 CEO 체제를 도입했다. 그동안 가전사업 성장에 기여해온 조 부회장의 성과를 높이 사 책임과 역할을 강화했다.
올해 LG전자의 영업이익은 약 2조6천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2배 가깝게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조 부회장이 연초부터 비용절감 등 체질개선에 주력한 성과로 수익성 개선에 효과가 나타났다.
LG전자는 조 부회장을 부회장에 선임하며 “엔지니어로 오랜 경험을 쌓은 기술전문가로 품질경쟁력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며 가전사업의 지속성장을 이끌어온 일등공신”이라고 평가했다.
기술전문가 출신 CEO가 LG전자 경영을 총괄한 것은 최근 10년 동안 조 부회장이 처음이다.
2007년부터 CEO를 맡던 남용 전 부회장은 기획조정실을 거친 경영전문가였다. 2010년부터 CEO에 올랐던 구본준 부회장은 오너일가로 실제 기술개발과 연구에 경험이 적었다.
LG전자가 조 부회장 체제에서 눈에 띄는 실적반등을 이뤄낸 만큼 내년에도 이런 기조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올해 연말인사에서 기술전문가를 주요보직에 더 적극 앞세워 선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자동차 전장부품과 인공지능 로봇 등 LG전자 신사업에서 발빠른 시장대응과 기술중심의 사업전략 수립이 성공에 필수요건으로 자리잡은 것도 기술전문가의 입지가 커질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LG전자는 과거 남용 부회장 체제에서 기술개발보다 마케팅에 집중하는 변화를 시도했다 큰 사업부진을 겪었다”며 “기술경쟁력의 중요성을 깨닫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구본무 LG 회장이 모두 4조 원을 투자한 그룹 차원 연구개발센터 ‘LG사이언스파크’의 올해 완공을 앞두고 현장을 수차례 방문한 것도 연구개발에 힘을 싣겠다는 오너일가의 의지를 볼 수 있다.
LG전자 연구조직이 LG사이언스파크에 10월 처음 입주를 시작한 것을 계기로 연말인사에서 이런 기조가 반영된 인사이동과 조직개편이 예상되고 있다.
송대현 사장과 이우종 사장, 권봉석 부사장 등 LG전자 생활가전과 전장부품, TV사업을 책임지는 각 사업본부장은 대부분 엔지니어 또는 기술개발자로 경력을 시작한 기술전문가들로 채워졌다.
LG전자 생활가전사업은 올해도 전체 실적을 책임지는 든든한 대들보 역할을 했고 전장부품은 3분기에 역대 최대 매출, TV는 역대 최고 영업이익률을 보이며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반면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는 3분기 영업손실을 4천억 원 가깝게 늘려 올해 3년 연속 적자가 유력해지며 대규모 쇄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조준호 MC사업본부 사장은 LG전자 사업부문장 가운데 유일한 문과 출신으로 영업과 마케팅, 경영지원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이에 앞서 기술자 출신인 박종석 LG이노텍 사장이 MC사업본부장을 맡던 2014년 LG전자는 G시리즈로 스마트폰시장에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고 G3의 흥행을 이뤄내기도 했다.
이전에 2010년까지 본부장을 맡던 안승권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 사장도 연구원 출신으로 초콜릿폰과 샤인폰 등 LG전자의 피처폰 흥행작을 내놓았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대규모 인사쇄신을 추진하는 가운데도 기술자 출신 경영진이 사업부문장과 대표이사를 맡는 구조를 유지했다. 기술전문가를 중책에 앉히는 기조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도 비슷한 입장에서 신사업과 기존 사업분야의 경쟁력 확보가 다급한 상황인 만큼 기술전문가를 경영전면에 대거 내세우며 조 부회장 체제가 더 굳건해질 가능성이 나온다.
신사업을 담당하는 전담조직을 신설하며 소프트웨어 등 특정 분야에서 더 전문지식과 경험을 갖춘 기술인력을 앞세우는 변화를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조 부회장은 가전사업의 성공경험을 TV와 스마트폰 등 다른 사업에 적용하겠다고 꾸준히 강조한다. 여러 사업부문에서 조 부회장이 강조하는 기술중심 기조가 갈수록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