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국내 산업계의 독과점체제를 정조준하고 있다.
독과점시장의 가격규제 권한을 요청한데 이어 독과점기업을 강제분할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시장집중도가 높은 기업들의 부담이 갈수록 커진다.
31일 공정위에 따르면 공정위는 얼마 전 국내 전체 경제의 시장 집중도를 파악하기 위한 시장구조조사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올해 안에 연구용역을 마무리하고 내년 2~3월경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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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
공정위의 시장구조조사는 통계청의 경제총조사 내용을 토대로 시장집중도와 독과점 구조 유지산업, 대규모기업집단 분석 등을 수행한다.
공정위는 지난해에도 시장구조조사를 했지만 광공업과 제조업분야에만 한정됐다. 공정위가 서비스업을 포함한 전체 시장구조조사에 나서는 것은 5년 만이다.
이번 시장구조조사 연구에 관심이 많이 쏠리는 이유는 김상조 공정위원장 취임 이후 공정위가 독과점산업을 손보려는 의지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29일 공정거래 법집행개선 태스크포스에서 기업분할 명령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일부기업이 시장을 독점해 소비자와 경쟁사업자에 피해를 입힐 경우 해당기업을 분할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미국과 일본은 기업분할명령제를 도입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6월 인사청문회에서 “기업분할 명령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며 “구체적인 방법을 국회와 논의해 합리적인 결론을 내리도록 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국회에는 이미 기업분할명령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나와 있다. 지난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법안을 발의했고 1년의 시간차를 두고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유사한 법안을 내놓았다.
여야 양쪽에서 같은 법안이 나와 있는 셈이다. 비록 여소야대이기는 하지만 국민의당만 여당에 협조하면 과반을 넘겨 법안처리가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정부여당의 추진 의지에 따라 법안 처리의 전망이 어둡지만은 않아 보인다.
다만 기업분할 명령제가 기업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이를 도입한 나라에서도 실제로 기업분할 명령을 내린 경우가 극히 드물다는 점에서 제도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은 1982년 AT&T를 분할한 뒤 법적용을 하지 않고 있으며 일본은 한 차례도 기업분할에 나선 사례가 없다.
더욱이 김 위원장은 독과점산업을 겨냥한 가격통제권을 요구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참여정부 시절인 2007년 가격규제 방안을 추진했다 무산됐는데 10년 만에 다시 꺼내들었다.
김 위원장은 22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생리대 가격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자 “시장지배적사업자의 가격결정 남용행위를 규제할 수 있는 권한을 허락해주면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가 이뤄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공정위가 관련 시행령을 개정하려고 했는데 가격결정에 공정위가 개입하려 한다는 우려가 있어서 개정을 하지 못했다”며 “법을 개정하면 시장 가격문제에 개입하는 우를 범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주요 산업의 경우 상위기업의 독과점도가 높은 편이다. 김민규 KB증권 연구원은 6월 “한국 미국 일본 중국 가운데 한국의 독과점도가 가장 심하다”고 지적했다. 증권시장의 24개 업종을 비교한 결과 상위 3개 기업의 매출 점유율은 한국이 68.1%, 미국 43.2%, 일본 47.9%, 중국 52.9%였다.
공정위가 독과점시장에 본격적인 제재에 나설 경우 이번에 수행한 시장구조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할 가능성이 크다.
공정위가 지난해 발표한 시장구조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정유(78.3%), 승용차(92.4%), LCD(81.2%), 반도체(89.3%), 휴대폰(86.5%) 등이 상위 3개 기업의 산업집중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5년 만에 시장구조조사에 포함되는 서비스업분야도 관심사다. 2010년 기준 무선통신업(89.3%), 재보험업(96.1%), 정기항공운송업(88.4%) 등의 산업집중도가 높았다. 최근에는 이동통신, 영화상영시장에서 독과점 문제가 빈번하게 제기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