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계운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이 수도요금 인상에 실패했다. 인상 계획은 국민적 반발이 우려돼 퇴짜를 맞았다. 4대강 사업의 이론가였던 최 사장은 수자원공사가 4대강 사업으로 떠안게 된 막대한 부채에 대해 ‘결자해지’ 해야 할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14조 부채감축 길 잃은 최계운  
▲ 최계운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사진 출처=한국수자원공사 홈페이지>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27일 제4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었다. 이 회의에서 최 사장이 정부에 제출한 ‘공공기관 정상화 이행계획’은 사실상 퇴짜를 맞았다. 정부는 수자원공사를 포함한 38개 공공기관이 제출한 정상화 계획을 승인했지만, 3조8000억 원에 이르는 요금 인상 계획은 인정하지 않았다. 기획재정부 최광해 공공정책국장은 “요금인상이 철저한 원가검증을 통과하고 서민의 부담을 줄여줄 대책이 마련된다면 허용하겠다”라고 했다.


최 사장은 수도요금 인상을 통해 경영 정상화를 노렸지만 좌절됐다. 최 사장은 지난 25일 정부에 수도요금 인상을 요청했다. 최 사장은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 업무보고에서 “현재 원수(原水)와 정수요금의 원가보상율이 85% 수준”이라며 2.5% 수준의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 계획이 퇴짜를 맞아 최 사장의 처지가 더욱 어렵게 됐다. 가장 쉬운 부채경감 대책을 쓸 수 없게 됐다. 결국 사업구조조정과 자산매각 등 다른 자구책에 목매야 한다. 하지만 요금 인상 없는 정상화 계획에 대해선 최 사장 스스로도 회의적이어서 수도요금 인상을 다시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최 사장은 학자 출신이다. 인천대 도시환경공학부 교수로 재직하면서 한국수자원학회 부회장을 맡은 물 환경 분야의 전문가다. 2010년엔 1년 동안 ‘세계도시물포럼’의 사무총장을 지내며 대구 세계 물 포럼을 유치하기도 했다. 사장 임명 전까지 국토교통부 연구개발 사업인 ‘스마트 워터 그리드’의 연구단장을 맡았다.


최 사장은 이런 능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11월5일 수자원공사 사장에 취임했다. 최 사장의 취임을 두고 말이 많았다. 최 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운하와 4대강 사업을 추진한 ‘브레인’이었기 때문이다. 최 사장은 2007년부터 2008년 까지 ‘운하정책 환경자문교수단’에 참여했다. 수자원공사의 부채를 증가시킨 인물이 수자원공사를 이끌게 됐다는 비아냥도 나왔다.


수자원공사의 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13조9985억 원에 이른다. 이 중에서 4대강 관련 사업 투자비가 53%나 차지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4대강 사업이 7조9780억 원, 아라뱃길 사업이 1조9433억 원이다.


최 사장은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사장에 임명된 뒤 한달 만에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최 사장은 지난해 12월5일 123%의 부채 비율을 2024년까지 100% 이하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임금과 복지 규모도 축소하기로 했다. 수자원공사 간부진은 지난해 임금 인상분을 반납했고 올해 임금도 동결하기로 했다. 최 사장은 더해 출자회사의 투자지분과 쓸모없는 자산을 매각 하는 등의 자구책도 세웠다.


그러나 최 사장은 국가지원 없는 자구책만으로는 부채축소가 어렵다고 봤다. 지난해 12월 29일 정부에 제출한 정상화 계획에 이미 그런 고민이 담겨있다. 최 사장은 계획에서 자구노력은 계속 하겠지만 정부가 제시한 시한인 2017년까지는 힘들다고 주장했다. 구조조정과 자산매각 등을 통한 부채 축소는 1조428억 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투자축소 등을 제외한 자구노력의 효과도 4년간 1,500억 원에 그칠 것으로 계산했다.


자산 매각도 쉽지 않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보유 자산이 25조6,000억 원이나 되지만 대부분 댐이나 정수장 같은 국가시설 부지 안에 있어 매각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수자원공사의 노력만으로는 단기간에 늘어난 10조 원의 부채를 줄일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때문에 최 사장은 지난해 말부터 정부에 수도요금 인상을 비롯한 국가적 지원을 주문했다. 최 사장은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최소 수준의 수도요금을 단계적으로 인상시켜줄 것”을 요청했다. 더불어 부채의 주요 원인인 4대강과 아라뱃길의 투자비 회수와 보상비 귀속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런 요구가 거부됨으로써 최 사장의 수도요금 인상 주장은 당분간 힘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최 사장은 수도요금 인상 요구로 4대강 사업의 주역이 스스로 풀어야 할 문제를 또 다시 국민에게 전가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아 체면을 구겼다.


최 사장이 요금인상 계획을 내놓자 4대강복원범국민대책위원회는 “수자원공사가 사업 시행을 의결했을 때 이미 8조 원에 달하는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그런데도 정부 지시를 무조건 따른 결과 빚만 떠안게 돼버렸다”고 비판했다.


최 사장은 4대강 사업의 부채를 충당하기 위해 수도요금 인상에 나섰다는 비판을 적극 해명하고 있다. 최 사장은 “구분회계를 하고 있어 4대강 사업과 수도료 인상은 별도의 사안”이라며 “요금인상은 노후시설 개량 등의 수도 사업 재투자재원 확보를 위한 것으로 물가안정을 고려해 최소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사장이 수도요금 인상을 다시 꺼내들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결국 ‘국민 동의’라는 절차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명분 없는 인상은 국민적 반발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곧 6월 지방선거가 있어 그 이전에는 수도요금 인상이 수용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인상안을 다시 꺼내들더라도 그 시기는 일러야 올 하반기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