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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옥자' '리얼' '박열'의 흥행이 주목되는 까닭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7-06-23 16: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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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옥자' '리얼' '박열'의 흥행이 주목되는 까닭  
▲ 영화 '옥자' 스틸이미지.

‘콘텐츠의 힘이냐, 배급의 힘이냐.’

영화 바깥에서도 논란이 뜨거웠던 한국영화 3편이 비슷한 시기 개봉을 앞두면서 흥행성적에 따라 영화산업 안팎에 미칠 영향도 클 것으로 보인다.

23일 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실시간예매율 상위에 영화 ‘옥자’와 ‘리얼’, ‘박열’ 등 3편이 올랐다.

1위에 오른 외화 ‘트랜스포머:최후의 기사’가 주말을 앞두고 60%가 넘는 예매율을 보였지만 ‘하루’를 제외하면 개봉 예정작이란 점에서 흥미롭다. 특히 3편 모두 28~29일 개봉일을 확정하면서 흥행 맞대결이 불가피하게 됐다.

29일 넷플릭스와 국내 극장에서 동시 공개되는 옥자는 예매율 자체는 6% 정도로 높지 않지만 뜨거운 관심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 대한극장, 서울극장을 비롯해 청주 SFX 시네마, 인천 애관극장, 대구 만경관, 전주 시네마타운, 부산 영화의전당 등 최근까지 전국 79개 극장, 100여 개 스크린을 확정하고 사전예매를 받고 있다.

국내 영화관의 90% 이상을 독점하고 있는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등 3대 멀티플렉스가 옥자의 상영을 거부한 상황을 고려하면 의미있는 선전을 예고한 셈이다.

옥자가 관객몰이에 성공할 경우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다. 배급사와 영화관을 동시에 거느린 대기업 중심 기형적 영화산업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또 멀티플렉스 스크린을 싹슬이하지 않고도 관객의 발길을 모은다면 영화적 콘텐츠의 힘이 그만큼 셌다는 뜻이고 이는 봉준호 감독의 힘이 될 수도 있다.

다른 측면에서 글로벌 IT공룡이기도 한 넷플릭스의 안방공략에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넷플릭스는 옥자의 제작에 600억 원을 투입했다. 헐리우드 영화제작 규모에 비하면 새발의 피일 수 있지만 한국영화 제작풍토에서 100억 원만 넘어도 블록버스터 소리를 듣는 판이다.

해외  매체들이 최근 옥자의 한국개봉을 앞두고 한국영화시장을 집중조명하며 높은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봉준호 감독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까닭이기도 하지만 이런 배경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옥자의 흥행이 주목받는 이유는 또 있다. 대한극장이나 서울극장 등 유서깊은 상영관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도 있다. 이 극장들은 멀티플렉스에 밀려나기 전까지만 해도 인기있는 영화 한편을 걸었다 치면 주변 일대에 표를 사기 위해 줄을 선 이들로 장사진을 쳤던 곳이다.

단일 상영관은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옥자를 둘러싼 논란이 오히려 반가울 수 있는 까닭이다. 최근 이 영화관들은 옥자 상영을 알리는 복고풍 흑백 신문광고를 내보내기도 했다.

반면 씨네큐브 등 독립영화나 다양성 영화에 목말랐던 관객이나 영화인들에게 갈증을 덜어줬던 예술영화관들이 옥자 상영에 나선 점도 문제적일 수 있다. 글로벌 자본이 투입되고 세계적인 감독과 배우들의 이름값에 밀려 ‘작은’ 영화들이 스크린을 잡는 데 더욱 어려움을 겪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옥자'는 사실 미국기업인 넷플릭스가 만든 작품으로 상영을 결정한 극장은 높은 상품가치를 보고 사서 쓰고 있을 뿐"이라며 "국내 넷플릭스 가입자 수가 훗날 대폭 늘어나면 대형극장보다 먼저 중소형극장의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영화 '옥자' '리얼' '박열'의 흥행이 주목되는 까닭  
▲ 영화 '박열'에서 박열 역을 맡은 배우 이제훈씨(왼쪽)와 이준익 감독.
옥자만큼은 아니더라도 ‘리얼’과 ‘박열’의 흥행성적도 주목할 만하다. 리얼은 카지노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액션느와르 장르영화로 한류스타 김수현씨의 복귀작이자 1인2역을 맡은 점만으로도 일찌감치 화제를 모았다.

무엇보다 중국 알리바바 픽쳐스가 제작비 일부를 투자했다는 점이다. 애초 한중 동시개봉이 추진됐으나 사드배치 문제로 외풍을 겪어야 했다. 이번에 19세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받았고 CJE&M이 국내 배급을 맡은 만큼 최종 관객동원 성적에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이준익 감독의 복귀작 ‘박열’도 영화 외적인 논란에서 빼놓을 수 없다. 이 감독은 ‘동주’에 이어 다시 일제강점기의 실제인물을 다뤘다. 박열은 적진인 일본 본토 한복판에서 항일독립운동을 했던 무정부주의자였다.

이 감독은 실존 인물을 영리하게 재해석해내는 데 탁월한 재능을 보였는데 박열을 유쾌하고 코믹 발랄한 좌충우돌 캐릭터로 변주하고 로맨스도 가미했다. 이 감독은 “박열은 반일영화가 아니다”고 강조했지만 흥행에 성공할 경우 일본에겐 여러모로 불편한 영화가 될 가능성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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