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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우는 우리은행의 마지막 행장일까

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 2014-10-06 21: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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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순우는 우리은행의 마지막 행장일까  
▲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 <뉴시스>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40년 가까이 우리은행에서 일했다. 평사원 출신으로 금융지주사 회장이 된 첫번째 인물이기도 하다.

이 회장은 은행원으로 들어왔던 회사를 회장으로 마무리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6월14일 취임식에서 “37년 금융생활을 걸고 임직원 모두가 만족하는 민영화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근무기한을 올해 12월30일로 제한하기도 했다. 올해 안으로 우리은행 민영화를 마무리하면서 임기를 끝내겠다는 뜻이다.

그뒤 1년 3개월이 지났고 우리금융은 지방은행과 증권계열사 매각을 끝냈다. 지난달 30일 우리은행 경영권 지분 매각공고가 나면서 마지막 민영화작업이 출발선에 섰다.

이 회장은 이번에 반드시 민영화에 성공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 회장은 이번 공고가 나면서 우리은행 민영화를 마무리할 좋은 때가 왔다고 본다”고 말했다.

◆ 민영화 위해 마지막 회장 자처하다

이 회장은 회장 취임 이후 우리은행을 매각하겠다는 금융위원회와 계속 긴밀하게 협력했다. 그는 우리금융 기업금융단장이던 시절 당시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금융정책과장이었던 신 금융위원장과 함께 일했다. 이번 우리금융 매각은 두 사람이 다시 손발을 맞추는 작업인 셈이다.

금융위는 지난해 6월 우리금융 매각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내놓으면서 4차 민영화를 추진했다. 당시 우리은행장이었던 이 회장은 “회장직을 걸고 우리은행 민영화를 끝까지 책임지겠다”며 지주회장 겸임에 도전해 성공했다.

이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우리금융 민영화는 경영자율성 회복과 별개로 지주사 가치를 떨어뜨리는 험난한 여정이 될 수도 있다”며 “그래도 제대로 된 인수자를 찾도록 투자가치가 높은 곳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그뒤 민영화를 위한 조직 규모 줄이기를 단행했다. 기존의 본부 5개와 부서 17개 체제를 3본부 9개 부서로 축소했다. 우리금융 임원진 18명도 전원 교체했다. 우리은행 부행장도 10명에서 8명으로 줄였다. 전문성을 고려하면서도 몸집을 작게 만들어 민영화를 대비한 셈이다.

이 회장은 우리금융 실적을 올리는 데에도 신경을 썼다. 그는 “우리은행을 비롯한 모든 우리금융 계열사는 수익창출 능력을 키워야 한다”며 “지주사 차원에서 각 계열사가 보유한 능력을 활용해 새로운 영업을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장의 방침에 따라 우리은행은 올해 공격적 영업활동에 나섰다. 상부조직을 줄인 반면 산업단지와 거점지역 등에 위치한 일선 영업지점을 77개로 늘렸다. 현재 우리은행의 전국 영업지점은 991개에 이르며 개인고객은 2천만 명이 넘는다.

우리은행은 적극적으로 해외에 진출한 곳이기도 하다. 지난 7월 말 기준으로 우리은행은 17개 나라에 64개의 영업망을 구축했다. 지난 6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국내은행 가운데 최초로 지점을 개설했다. 이 회장은 이곳을 기점으로 중동과 아프리카시장까지 사업영역에 넣을 방침을 밝혔다.

이 회장은 현지 금융기업 인수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지난해 말 인도네시아 사우다라은행을 인수한 뒤 지난달 30일 인도네시아 우리은행 현지법인과 합병을 발표했다. 올해 6월 우리은행이 캄보디아 소액금융회사 말리스를 인수하면서 현지에서 처음으로 소액금융법인을 운영하게 됐다.

이 회장은 “올해 말이면 해외영업망이 181개까지 늘어 난다”며 “현재 5% 수준인 해외자산과 수익비중을 중장기적으로 15%까지 늘리겠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이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 7202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얻은 4097억 원의 2배가 넘는 수치다. 우리금융 전체로 봐도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6843억 원으로 2013년 상반기에 낸 2816억 원을 훌쩍 넘겼다.

이 회장은 “민영화 전체 과정을 100리 길이라고 치면 그중 90리를 왔다”며 “늘 시작이라는 마음을 지키면서 민영화를 끝까지 완수하겠다”고 말했다.

  이순우는 우리은행의 마지막 행장일까  
▲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이 지난 3월25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채용설명회에서 학생들에게 채용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 평사원에서 금융지주 수장 된 입지전적 인물


이 회장을 소개할 때 자주 나오는 말은 ‘서번트 리더십’이다. 서번트 리더십은 한 조직의 수장이 고객이나 부하직원을 공경하는 태도로 대하는 것을 뜻한다.

이 회장은 지난해 12월31일 우리금융 본점 22층 회장실부터 지하 1층 본점 영업부까지 걸어 내려가면서 임직원들을 만나 “민영화의 모든 짐은 내가 짊어질 테니 최선을 다해달라”고 부탁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이 회장이 말단 은행원 출신으로 금융지주 회장까지 올라간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것이 직원들과 친화력을 발휘하는 바탕이 됐다는 평가다.

이 회장은 대구고등학교와 성균관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뒤 1977년 우리은행 전신인 옛 상업은행에 입사했다. 그는 상업은행 을지로지점의 일반사원으로 현장에 뛰어든 뒤 38년 동안 계속 같은 은행에 몸담았다.

이 회장은 사법시험을 준비하다 실패하고 은행에 들어왔는데 처음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겉돌았다. 그러다 양택기 전 상업은행 방배동지점장을 만나면서 마음을 달리 먹게 됐다.

그는 “회사 선배였던 양 전 지점장이 술을 사면서 잘 웃고 가끔 어설픈 실수도 하라는 조언을 했다”며 “그때부터 마음을 바꿔먹게 됐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지금도 인생의 ‘멘토’로 양 전 지점장을 꼽고 있다.

이 회장은 특유의 친화력을 발판삼아 빠르게 승진했다. 상업은행에서 명동 외곽에 있는 한 지점의 지점장이 됐을 때 지역 유력인사들과 자주 술자리를 가져 실적을 최상위권으로 끌어올리기도 했다.

이 회장은 2002년 우리은행 기업금융단장을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두각을 드러냈다. 그는 당시 카드사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업계 1위였던 LG카드가 부도위기를 맞자 주채권은행 임원으로서 구조조정을 맡았다.

당시 이 회장이 우리은행 내부는 물론 금융당국과 LG그룹 및 다른 채권은행 간의 관계를 조정하면서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끝냈다고 금융권 관계자들은 평가한다.

이 회장은 올해 초 “이 정도 역사와 규모를 자랑하는 기업을 민영화한다고 하면 노조가 벌써 회장실을 점거하지 않았겠느냐”며 “그런데도 일단 지켜보는 것은 나를 신뢰한다는 것으로 느껴져 어깨가 무겁다”고 말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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