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가 ‘모바일 왕국’ 구축을 향한 야망을 거침없이 보여주고 있다. 모바일 메신저의 강자 와츠앱을 마침내 품은 것이다. 와츠앱의 월간 이용자는 4억5,000명이다. 저커버그가 와츠앱을 20조원이라는 거금에 사들인 이유가 분명히 드러난다.

  '모바일 왕국'을 향한 저커버그 야망  
▲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페이스북은 19일 와츠앱을 모두 190억 달러에 인수했다. 저커버그는 이번 인수에 페이스북 시가총액의 9%나 되는 돈을 쏟아 부었다. 40억 달러는 현금, 120억 달러는 페이스북 주식, 30억 달러는 와츠앱 창업자와 직원들이 행사할 주식옵션으로 지급된다. 와츠앱 잰 쿰 CEO는 페이스북 등기이사로 합류한다. 쿰은 와츠앱 지분의 45%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저커버그가 와츠앱을 인수한 까닭은 메신저 시장에서 보여준 와츠앱의 힘 때문이다. 와츠앱은 월간 이용자 4억5,000명이 넘으며 매일 100만명의 신규회원이 가입한다. 사실상 메신저 서비스 대표주자다. 매일 이용자가 무려 70%로 이른다. 페이스북이 62%인 데 비하면 놀라운 숫자다.

더욱이 와츠앱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비롯해 애플 스마트폰, 윈도우폰 등 여러 플랫폼을 지원하고 세계 100여개 국가에서 750개의 모바일 네트워크를 지원한다.

이런 와츠앱의 위상은 저커버그에게 인수금액을 아끼지 않도록 했다. 6개월 전에도 저커버그는 와츠앱에 100억 달러를 제의했지만, 당시에는 와츠앱 쿰 CEO가 거절했다. 물론 페이스북도 메신저 서비스를 하고 있고 최근 급성장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하지만 페이스북 메신저 사용자들은 대부분 미국 등 북미에 집중돼 있다. 페이스북은 메신저시장에서는 이밖에 지역에서 후발주자에 불과하다. 저커버그가 와츠앱 인수에 공을 들인 것은 메신저 시장의 성장을 주목하지만 페이스북 메신저가 취약한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번 인수로 구글은 와츠앱의 회원을 그대로 흡수할 수 있게 됐다. 이른바 ‘락인(Lock-in)’ 전략을 펼쳐 페이스북을 모바일 강자로 확고히 다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와츠앱은 미국 뿐만 아니라 웬만한 유럽시장도 독점하고 있다.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스페인의 97%, 이탈리아의 81%, 네덜란드의 83% 등 대다수가 와츠앱 이용자다. 페이스북은 이들을 업고 세계시장에 자연스럽게 침투가 가능하게 됐다.

  '모바일 왕국'을 향한 저커버그 야망  
▲ 출처: 테크크런치
또 페이스북은 이번 인수로 취약계층인 10대층을 유인할 수 있게 됐다. 페이스북 이용자의 연령은 갈수록 높아지고 10대들은 이탈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10대(13~17세) 300만명이 한꺼번에 페이스북을 이탈했다. 지난해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의 아넨버그 연구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부모의 70%가 자녀들의 페이스북 계정을 주시하다 보니 10대들이 페이스북을 떠나 부모의 눈으로부터 자유로운 스냅챗이나 와츠앱으로 갈아탔다.


모바일 플랫폼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수확이다. 페이스북은 안드로이드나 iOS와 같은 자체 모바일 플랫폼이 없다. 페이스북은 시장 흐름이 컴퓨터에서 모바일로 바뀌고 있는 트렌드를 따라가야 한다. 리코드에 따르면 이번 인수가 모바일 이용자가 꼭 필요로 하는 앱을 구비해 약점을 보완하겠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이번 인수로 네이버 라인에는 빨간불이 들어왔다. 라인은 일본, 태국, 대만에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올해에는 글로벌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다. 네이버 황인준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지난해 4분기 콘퍼런스콜에서 "내년은 미국에서도 신규가입자를 확보하는 쪽으로 움직일 것"이라며 미국시장 공략을 선언했다. 따라서 페이스북의 와츠앱 인수로 이런 라인의 계획은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라인의 수익모델에 부정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박재석 삼성증권 연구원은 "왓츠앱은 많은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1년에 1달러라는 유료형태로 운영돼 지난해 연간 매출은 1,500억 원 수준에 불과하지만 라인은 적은 가입자 기반(3억4,000만명)에도 게임, 스티커, 광고 등 다양한 사업 모델로 4,500억원의 매출을 창출했다"고 말했다. 라인만의 차별적 수익모델로 글로벌시장에서 점유율을 유지하면서 매출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