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용 GS건설 사장이 위례-신사 경전철사업에서 의정부노선과 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임 사장은 취임하기 전에 완공된 의정부노선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위례-신사선을 준비하고 있다.
임 사장은 국내 주택사업에서 수익성을 확보하는 데 수완을 보여줬는데 새 경전철사업에서도 이런 능력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 임병용, 삼성물산이 포기한 위례-신사선 추진
28일 서울시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1월 말 서울시에 위례-신사선 사업제안서를 제출한 뒤 서울시의 검토를 기다리며 사업을 물밑에서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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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병용 GS건설 사장. |
서울시는 자체적으로 제안서를 검토한 뒤 기획재정부 산하의 공공투자관리센터에 사업타당성 조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조사에 약 10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 노선은 위례신도시에서 학여울역을 거쳐 신사역으로 이어지는데 규모가 1조4천억 원에 이르는 대규모 사업이다.
GS건설 관계자는 “사업을 검토해본 결과 우리가 제출한 조건과 계획대로 진행할 경우 사업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며 “서울시가 제안을 받아들이면 협력해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2008년 GS건설 두산건설 SK건설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자기부상열차노선으로 위례-신사선을 제안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기존 계획을 수정해 경전철로 짓겠다며 2015년 9월 삼성물산에게 사업제안서를 다시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삼성물산은 1년 가까이 검토한 끝에 지난해 10월 사업성이 떨어진다며 사업을 포기했는데 그 뒤 올해 1월 GS건설이 사업주간사로 나서면서 삼성물산의 사업지분을 인수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임 사장은 GS건설에 취임한 뒤 수익성 높은 사업을 선별수주하는 전략을 적절히 활용하며 실적을 개선해왔다”며 “이런 전략에 비춰보면 위례-신사선을 주도하기로 한 것도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GS건설은 임 사장이 취임한 2013년 9천억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봤지만 2014년 흑자로 전환한 뒤 매년 영업이익이 늘어나고 있다.
임 사장이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도시재정비사업에 집중하는 전략을 통해 해외사업의 손실이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도 수익성을 지키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 “의정부노선과 다르다“
GS건설은 이미 의정부 경전철사업에서 실패를 경험했다. 임 사장 입장에서는 GS건설이 위례-신사선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반대로 능력을 부각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이 사업으로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또다시 경전철 때문에 실적에 발목을 잡혔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반면 성공적으로 사업을 이끌 경우 실패사례와 대비해 더욱 임 사장의 선택이 돋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임 사장은 의정부선의 실패요인을 분석해 이번 사업제안서에 반영했다.
GS건설 관계자는 “의정부선은 사업계획에서 시의 인구 예상치 등 수요예측이 빗나가면서 운영이 어려워졌다”며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철저히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의정부선은 사업자가 수익을 내든 손해를 내든 운영에 모든 책임을 지는 방식이었지만 위례-신사선은 수익도 위험부담도 시와 나누는 방식으로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GS건설이 최대 출자사로 참여한 의정부선은 2012년 7월 개통했지만 그 뒤 4년 동안 약 2400억 원의 적자를 냈다. 결국 의정부선의 사업운영회사인 의정부경전철은 올해 초 법원에 파산을 신청했다.
의정부경전철이 실패한 원인으로 정부기관과 지자체의 수요예측이 모두 빗나간 점이 꼽힌다.
사업 초기인 1995년 건설교통부 산하의 연구기관과 의정부시 등은 2012년 의정부선의 하루 이용객수가 7만9천 명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그 뒤 2015년부터 1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뚜껑을 열자 2012년 하루 승객수는 1만2천 명 수준에 머물렀고 파산 직전에도 3만 명 내외에 머물렀다.
의정부시 관계자들과 유관단체들은 GS건설이 위례-신사선 사업에 참여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의정부시여성단체협의회와 의정부시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 통장협의회, 한국자유총연맹 의정부시지회 등 의정부시 유관단체들은 최근 GS건설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GS건설은 위례-신사선에 참여할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 건설사 정부 모두 민자사업 갈림길
임 사장은 올해 들어 국내 주택경기의 둔화에 대비해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는 데 힘쓰고 있는데 민자사업이 그 해답이 될 수도 있다.
임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올해 주택시장이 지난해보다 좋지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시장변화에 맞는 전략으로 양호한 결과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인프라부문에서 기대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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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정부경전철'사업은 수요예측이 빗나간 탓에 적자가 불어나면서 결국 1월 파산했다. |
GS건설은 그동안 국내 주택사업의 성과를 바탕으로 실적을 개선했다.
지난해 국내 주택사업을 포함하는 건축부문에서 매출 4조8140억 원을 내 2015년과 비교해 31% 늘었다. 지난해 건축부문의 매출총이익률도 2015년과 비교해 1%포인트 늘었다.
그러나 2015년에 이어 지난해에 주택분양 물량이 역대 가장 많은 수준을 나타낸 데다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강화하면서 올해 주택경기가 둔화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GS건설은 올해 전국에서 2만3천여 가구를 분양하는데 지난해와 비교해 15%가량 줄어드는 것이다.
정부, 지자체가 민간과 협력해 추진하는 민자사업은 인프라사업이라는 특성상 규모가 크다. 그만큼 리스크도 많지만 건설회사 입장에서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수익원이다.
정부와 지자체 입장에서도 지난 몇년 동안 민자사업이 수익을 확보하지 못한 채 ‘애물단지’로 전락한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건설회사의 참여를 활성화할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다. 의정부 경전철을 비롯해 신촌 민자역사 등이 대표적인 실패사례로 꼽힌다.
GS건설은 위례-신사선에서 수익과 위험을 모두 지자체와 나누는 새로운 사업방식을 제안했는데 이 사업이 성공할 경우 다른 민자사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기존과 달리 사업의 손익을 공유하거나 위험을 분담하는 방식 등을 도입하며 민자사업에서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안산, 시흥에서 서울 여의도를 잇는 신안산선 복선전철사업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민간과 정부가 사업위험을 분담하는 방식인 ‘BTO-rs’ 방식이 적용됐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