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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 정보기술(IT) 기업인 네이버는 해외 빅테크와 AI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지난해 최초로 2조 원이 넘는 연구개발(R&D) 비용을 쏟아부으며 AI 경쟁력 강화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해 왔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AI 데이터센터 건설 지원과 그래픽처리장치(GPU) 공급 확대 등 내년 대규모 재정 투입을 예고하면서, 선제적 투자로 단기 AI 사업 실적 압박을 겪어온 네이버에 마중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10일 정부의 2027년 예산안에 따르면 정부는 ‘3대 메가프로젝트+소버린 AI’ 예산을 올해 10조8천억 원에서 내년 21조3천억 원으로 97.2% 크게 늘리기로 했다.
반도체, 피지컬 AI, AI 데이터센터 등 3대 메가프로젝트는 내년도 정부 재정 운용의 핵심 축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국가 차원의 독자적 AI 인프라 확충 예산도 대폭 늘렸다. 국산 AI 데이터센터 생태계 조성에 5천억 원, 프론티어급 독자 AI 모델 개발 및 ‘모두의 AI’ 구현에 12조2천억 원이 내년 투입된다. 자국 인프라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독자 생태계를 키우겠다는 ‘소버린 AI’ 육성 기조가 대규모 재정을 통해 공식화된 셈이다.
이 같은 정부의 정책 방향은 이해진 의장이 네이버의 미래 성장축으로 내세운 AI 인프라 사업 전략과도 맞물린다.
정부는 정책 브리핑을 통해 “SK, GS, 네이버 등과 협력해 2029년까지 1단계로 8.4GW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고 밝혔으며, 이 가운데 네이버는 세종 등을 거점으로 최대 1기가와트(GW) 규모의 신규 AI 데이터센터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이 의장이 올해 6월부터 엔비디아 등 글로벌 파트너와 함께 AI 데이터센터 구축 사업을 발표했는데, 정부의 국가 메가프로젝트와 맞물리면서 본격적인 사업 확장 궤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네이버는 현재 47MW 용량인 ‘각 세종’ 데이터센터를 2027년 상반기 55MW, 2028년 200MW 규모로 확장을 계획이며, 이를 위해 총 9221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신규 AI 데이터센터 부지 선정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네이버는 2027년부터 신규 데이터센터 관련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해, 2032년에는 AI 데이터센터 사업 매출이 전체 매출의 50% 수준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간 민간 AI 데이터센터 설립의 최대 난제로 꼽혔던 대규모 송배전망 연결, AI 데이터센터 전용 전기요금제 개편, 환경영향평가 및 건축 인허가 패스트트랙 등 행정적 특례를 정부가 지원하기로 하면서, 네이버의 AI 인프라 확장 속도는 한층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GPU 공급 지원 정책에서도 수혜가 기대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내년 예산안 중 ‘최상위 AI 모델·기술 확보’ 분야에 올해(2조6146억 원)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5조5937억 원을 편성했다.
특히 사업 내 GPU 확충 예산이 올해 2조841억 원에서 내년 3조8500억 원으로 늘어났다.
네이버의 자회사 네이버클라우드는 이미 과기부가 올해 2조805억 원을 투입해 추진하는 최신 GPU를 확보·지원하는 ‘AI 컴퓨팅 자원 기반 강화 사업’에서 2년 연속 사업자로 선정되며 GPU 자원을 확보해 왔다.
정부의 컴퓨팅 지원 사업이 대폭 확대됨에 따라 네이버의 클라우드 서비스(CSP) 매출 기반도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의장은 일찍부터 데이터 주권과 AI 기술 자립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소버린 AI 사업 확장에 방점을 찍었다.
2021년 국내 최초 대규모 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 공개에 이어 2023년 ‘하이퍼클로바X’를 선보였고, 최근에는 사이버 보안 분야 독자 AI 모델 개발 정부 사업의 최종 사업자로 선정되며 공공 영역에서 기술력을 입증했다.
이 의장은 회사의 기존 내수 사업 중심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AI 인프라와 AI 서비스 신사업에 전사적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네이버의 지난해 연구개발(R&D) 비용은 사상 처음 2조 원(2조2218억 원)을 넘겼다.
핵심 인프라 투자(CAPEX) 역시 2024년 4823억 원에서 지난해 1조858억 원으로 두 배 이상 늘렸다.
강석오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는 커머스 영업이익률 하락과 광고 성장률 둔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AI 데이터센터(네오클라우드) 사업으로 전환을 시작했다"며 "신사업의 진행 속도와 수익성에 대한 불확실성 해소가 향후 관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