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전선 창사 37년 만에 '첫 파업' 전운, LS그룹 차기 회장 후보 구본규 리더십 '흔들'

▲ LS전선 노동조합이 오는 18일 파업을 예고하면서 LS전선에서 창사 37년 만에 첫 파업이 일어날지 주목된다. 구본규 LS전선 대표이사 사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LS전선에 창사 37년 만에 첫 파업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올해 LS전선이 사상 최대 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올해 임금협약 교섭에서 노사가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파업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1월부터 불거진 사측의 부당노동행위와 노조 활동 방해 등 의혹으로 악화된 노사 관계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면서, LS그룹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구본규 LS전선 대표이사 사장의 리더십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9일 LS전선 안팎 취재를 종합하면 회사 노조는 오는 16일 경북 구미시에 위치한 사업장에서 파업 출정식을 열고, 구미·인동·동해 등 국내 사업장에서 조합원 857명이 참여하는 '1시간 경고 파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지난 8월11일 9차 교섭이 결렬된 이후 노조는 8월24일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 신청을 냈다. 중노위 주재로 중재 협상이 두 차례 진행됐으나, 결국 9월3일 '조정 중지' 결정이 내려지며 노조는 쟁의권을 확보했다.

신동진 LS전선 노동조합 위원장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향후 투쟁 수위를 올릴 것도 고려하고 있다”며 “조합원들과 현장의 분위기를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가 파업에 나서는 것은 올해 LS전선의 임금협상 교섭에서 기본급 인상률과 성과급 규모를 두고 노사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는 교섭 초기 사측에 '기본급 6.5% 인상', '직원 총 성과급으로 영업이익의 15% 지급'을 요구했는데, 합의안 마련에 진전이 없자 최근 이보다 소폭 물러난 조건의 요구안을 제시했다. 노조 측은 최근 요구안은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측은 '기본급 4% 인상', '성과급 850만 원 정액 지급'이라는 제시안을 시종일관 유지하고 있다. 사측은 교섭 과정에서 해마다 연간 영업이익의 8.5~9.5%를 총 성과급으로 책정해 왔다고 노조 측에 설명했다.

신 위원장은 “중노위 조정 기간에도 사측은 여전히 노조에만 현실적 요구안을 제안해 달라고 했을 뿐, 진전된 조건의 제시안을 가져오지 않았고, 결국 파업 출정식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파업이 현실화한다면 LS전선이 1989년 노조 설립 이래 이어온 무분규 기록이 깨지게 된다.

노조는 특히 지난해 11월부터 사측의 고의적 '노조 활동 방해'를 주장해왔는데, 이 의혹이 노사의 불신을 더 키운 것으로 파악된다.
 
LS전선 창사 37년 만에 '첫 파업' 전운, LS그룹 차기 회장 후보 구본규 리더십 '흔들'

▲ LS전선 노동조합원들이 지난 8월14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LS용산타워 앞에서 사측의 부당한 노조활동 방해 중단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지난해 임단협 타결 직후 일부 노조 간부들에게 집행부 사퇴를 요구하고, 노조 전임자 4명의 임금을 45% 삭감했다. 지난 7월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이를 두고 노조 활동 약화와 노조 지배·개입 의도가 있다며 부당노동행위로 판정했다.

여기에 사측이 임단협 시한 만료를 사유로 지난 7월30일부터 '체크오프(Check-off)' 제공을 중단했다. 체크오프는 급여 지급 과정에서 조합비를 일괄 공제하는 제도다.

이후 조합원들이 자동이체 서비스로 조합비를 직접 납부하고 있는데, 참여율이 높아 우려했던 '조합비 미납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한편 올해 노조 대의원 선거에서 전체 23개 선거구 가운데 20곳에서 복수 후보가 등록했는데, 과거 1~2개 선거구에서만 경선이 벌어졌던 것과는 노조원들의 투쟁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는 게 노조 측 전언이다. 

신 위원장은 "임단협 시한 만료를 이유로 사측이 체크오프를 중단한 것은 상생과 협력의 정신에 위배된다"며 “사측이 알게 모르게 법망을 교묘히 피해 가는 방식으로 노조 활동을 방해하는 걸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앞서 노조는 지난 8월14일 LS그룹 본사가 위치한 LS용산타워에서 상경 투쟁을 벌이며 △근로시간 면제자 임금 삭감 △민·형사 소송 및 형사고소 △노조 간부 징계 △노조 현수막 철거 명령 △조합비 체크오프 중단 등 행위에 대해 사측의 책임 있는 조치와 정당한 노조 활동 보장을 촉구하기도 했다.

악화된 노사 관계가 봉합되지 않으면서 구본규 LS전선 대표이사 사장의 리더십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구자엽 LS전선 회장의 아들인 구 사장은 LS그룹 오너 3세로 그룹의 '사촌 경영' 전통에 따라 차기 회장 후보군에 속한 인물이기도 하다.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당장 생산 차질이 우려된다. LS전선의 2025년 국내 사업장 생산실적은 2조3240억 원(제조원가 기준)으로, 전체 매출의 30.6% 규모를 차지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도 LS전선이 사상 최대 실적을 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LS전선이 2026년 연결 기준 매출 9조4652억 원, 영업이익 5100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2025년보다 매출은 24.7%, 영업이익은 82.3% 늘어나는 것이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