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그룹 채권투자 피해자 총수일가 고소, 변호사로 돌아온 이복현 증권사도 겨눈다

▲ 이복현 변호사가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중앙그룹 채권투자 피해자 변호인단 언론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그룹 전체의 자금 운용을 설계하고 결정한 강력한 정황과 증거를 확보했다. 특정인에 대한 형사적 책임의 추궁 없이는 사건의 실체 규명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금융감독원장을 지낸 이복현 변호사는 9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중앙그룹 채권투자 피해자 변호인단 언론 브리핑에서 형사고소에 나선 배경을 이같이 밝혔다.

변호인단은 8일 홍정도·홍석현·홍정인 등 중앙그룹 총수일가를 비롯해 중앙홀딩스·JTBC·중앙일보 등 계열회사 전·현직 대표이사와 담당 임직원, 신한투자증권·한양증권·키움증권·제이엔에스투자일임 및 각 회사 담당 임직원 등 20명을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혐의는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와 증권신고서·투자설명서 및 사업보고서 거짓기재, 투자일임업자의 불건전 영업행위 등이다. 

중앙그룹 채권사태는 이복현 변호사가 금융감독원장 퇴임 이후 수임한 첫 사건이다.

최근까지는 금융감독원에 금융회사 검사와 중앙그룹 계열사 회계감리를 요청하는 등 금융당국을 통한 사실관계 확인에 무게를 뒀지만 이번에는 총수일가와 계열사·증권사 관계자들을 형사고소하며 대응 수위를 한 단계 높였다.

변호인단은 이번 사태의 핵심을 개별 계열사의 부실이 아니라 중앙그룹 차원에서 반복된 자금 운용과 회계처리 구조에서 찾았다.

이 변호사는 “그룹 전체의 설계 역할을 하는 곳이 있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일련의 자금 상황에 대한 결정이 있었으며 그 결정에 기해 각각의 회사가 움직인 것으로 보이는 증거와 정황을 찾았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거래 구조가 최종 의사결정권자의 의사결정 없이는 이뤄질 수 없는 일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JTBC나 중앙일보 등 개별 계열사뿐 아니라 그룹 자금을 아우르는 중앙홀딩스 관계자와 홍정도 등 총수일가까지 고소 대상에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창천의 신동환 변호사는 “계열사끼리 신종자본증권을 인수해 장부상 자본을 늘리고 이를 바탕으로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고 다시 다른 계열사에 자금을 지원하는 구조가 반복됐다”며 “중앙그룹은 부풀려진 재무제표를 가지고 개인투자자들의 돈을 끌어왔다”고 주장했다.

계열사에 흘러간 자금의 회수 가능성이 낮아졌는데도 대손충당금 등 손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으면서 장부상 자본을 유지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신 변호사는 “중앙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같은 회사가 발행한 주식은 가치가 떨어졌다고 손상을 인식하면서도 그 회사에 빌려준 돈은 모두 돌려받을 수 있다고 장부에 적었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에 따르면 중앙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2025년 말 기준 계열사 지분과 신종자본증권 등 출자금 1조68억 원 가운데 6150억 원, 약 61%를 손상 처리했다. 반면 같은 계열사에 빌려준 대여금과 증권 형태의 주요 채권 약 7405억 원에 대해서는 대손충당금을 설정하지 않았다. 

중앙그룹 계열사 상당수가 사업보고서 제출·공시 의무가 없는 비상장사라는 점도 외부에서 자금 흐름을 파악하기 어려운 배경으로 지목됐다. 중앙그룹의 국내 계열회사 55곳 가운데 상장회사는 콘텐트리중앙 1곳이다.

화살은 중앙그룹의 자금 조달을 맡거나 금융상품 유통에 관여한 증권사 관계자들로도 향했다.

이 변호사들은 금융회사들에 대해서도 “최소한의 미필적 고의를 어느 정도 인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JTBC 회사채 발행 대표주관사인 신한투자증권은 수년 동안 중앙그룹 계열사의 회사채 발행 주관 업무를 맡았고 그룹 최고경영자와 긴밀하게 소통한 흔적이 있다"며 "특정 증권사는 기존에 없던 신종자본증권 기초 단기 유동화 구조를 직접 만들어 유통까지 지원했다"고 말했다. 
 
중앙그룹 채권투자 피해자 총수일가 고소, 변호사로 돌아온 이복현 증권사도 겨눈다

▲ 중앙그룹 채권투자 피해자 변호인단의 법무법인 창천의 신동환 변호사가 9일 언론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 밖에 한양증권은 JTBC 대출채권을 기초로 한 전자단기사채 발행 과정에서 발행주관·업무수탁·자산관리 업무를 맡았고 키움증권은 전자단기사채를 인수해 자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통해 개인투자자에게 판매했다. 제이엔에스투자일임은 JTBC 회사채 매수를 홍보하고 고객 투자일임재산에 편입했다.
 
이 변호사는 이번 사건의 신속한 수사 주체로 금감원 특별사법경찰을 언급했다. 특별사법경찰은 행정기관 소속 공무원 가운데 특정 분야 범죄에 대한 전문 수사권을 부여받은 수사인력이다.

이 전 원장은 “서울남부지검에 직접수사를 요청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직접수사가 어렵다면 금융감독원 특별사법경찰에 사건을 넘겨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기관 가운데 이번 사건을 실효적으로 다룰 수 있는 곳은 금감원 특사경이 유일하다고 판단했다”며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10월까지 살아 있기 때문에 금감원 특사경에 대한 수사지휘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10월2일부터는 형사사법체계 개편에 따라 자본시장 특사경에 대한 검사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된다.

변호인단은 신속한 계좌추적과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도 요청했다.

증권 발행대금의 수령·집행 계좌와 계열사 사이 대여·출자·상환 계좌를 추적해 실제 자금 흐름을 확인하고 공시되지 않은 내부 자료를 조속히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JTBC의 회생절차 시작에 따른 자료 관리 주체의 변동으로 핵심 증거가 손실될 우려가 있다는 점도 신속한 강제수사가 필요한 이유로 들었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