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미스트랄 AI'에 대규모 지분 투자, 반도체 설계·제조 AI 전환 가속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과 아르튀르 멘쉬 미스트랄 AI 회장이 2026년 4월3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프랑스 국빈오찬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프랑스 인공지능(AI) 기업 미스트랄 AI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반도체 설계와 제조에 특화된 자체 AI 모델 개발에 나선다.

삼성전자는 9일 프랑스 AI 기업 미스트랄 AI(Mistral AI)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은 한·프랑스 양국 정상회담이 진행되는 시점에 맞춰 이뤄졌다.

미스트랄 AI는 이번 시리즈D 투자 라운드를 통해 30억 유로(약 4조9천억 원)를 조달했으며, 삼성전자가 주요 지분 투자자로 참여했다. 미스트랄 AI의 기업가치는 210억 유로(약 32조8천억 원) 이상으로 평가받았다.

양사는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이 보유한 반도체 기술 및 제조 데이터와 미스트랄 AI의 고효율 AI 모델 기술을 결합해 반도체 업무 전반의 생산성과 정밀도를 높이는 '반도체 특화 AI' 구축에 나선다.

삼성전자는 미스트랄 AI의 대형언어모델(LLM) '미스트랄 라지(Mistral Large)'를 비롯한 AI 솔루션을 활용해 DS부문 고유 데이터에 최적화된 자체 AI 모델을 개발한다.

개발된 AI는 반도체 설계와 제조 현장에 단계적으로 적용된다. 구체적으로 △데이터 분석 △결함 예측 △공정 최적화 등에 AI를 활용해 반도체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생산 효율과 제품 품질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특히 이번 협력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AI 모델을 삼성전자 내부 인프라에서 운영하는 '온프레미스' 방식이다. 반도체 설계와 제조 과정에서 생성되는 데이터에는 국가 핵심 기술과 기업의 영업비밀 등이 포함될 수 있는 만큼 외부 클라우드로 데이터를 이전하지 않고 내부 인프라에서 AI를 운영해 보안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미스트랄 AI와 AI 모델뿐 아니라 반도체 업무에 최적화된 AI 플랫폼과 운영 체계도 함께 구축한다고 밝혔다. 향후 메모리와 파운드리, 로직 등 DS부문 전반으로 AI 활용 범위를 확대하고 고객사와 파트너사까지 연계하는 AI 기반 반도체 생태계 구축도 추진한다.

미스트랄 AI는 2023년 프랑스에서 설립된 AI 스타트업이다.

아르튀르 멘쉬 최고경영자(CEO)를 중심으로 구글 딥마인드와 메타 출신 연구진이 설립했으며, '미스트랄 라지'와 '믹스트랄(Mixtral)' 등 AI 모델을 개발하며 유럽 AI 생태계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특히 금융과 제조, 에너지 등 민감한 데이터를 다루는 산업을 겨냥해 온프레미스 환경에서 고객 맞춤형 AI 모델을 구축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미국 빅테크 중심으로 형성된 AI 시장에서 유럽의 독자적 AI 생태계를 구축하는 기업으로도 평가받는다.
삼성전자 '미스트랄 AI'에 대규모 지분 투자, 반도체 설계·제조 AI 전환 가속

▲ 미스트랄 AI가 시리즈D 투자 라운드를 통해 30억 유로(약 4조9천억 원)를 조달했다. <연합뉴스>

이번 투자는 삼성전자가 글로벌 AI 기업들과 전략적 관계를 확대하고 있는 흐름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2025년 10월 오픈AI와 글로벌 AI 핵심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오픈AI가 추진하는 대규모 AI 인프라 프로젝트 '스타게이트'에 전략적 메모리 파트너로 참여해 고성능·저전력 메모리 솔루션을 공급하고 메모리뿐 아니라 로직,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 등으로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올해 5월에는 앤트로픽의 시리즈H 투자에도 참여했다. 앤트로픽은 삼성전자를 '전략적 인프라 파트너'로 명시하며 AI 인프라 확대 과정에서 협력 가능성을 열어뒀다.

삼성전자는 오픈AI와 앤트로픽에 이어 미스트랄 AI와도 전략적 관계를 구축하면서 글로벌 AI 기업과 협력 범위를 넓히고 있다.

글로벌 AI 산업이 모델 개발 중심에서 실제 산업 현장에 AI를 적용하는 'AI 산업화' 단계로 넘어가면서 제조업에서 AI의 역할도 커지고 있다.

특히 반도체 산업은 미세공정 전환과 제품 다변화로 공정 데이터와 장비 데이터가 급증하면서 AI를 활용한 데이터 분석과 수율 개선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2026년 AI 인프라 투자액이 6천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IDC 역시 글로벌 AI 인프라 지출이 2026년 4970억 달러에서 2030년 1조2100억 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AI 인프라 투자가 확대될수록 이를 뒷받침하는 반도체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반도체 제조 현장에서 AI를 활용해 생산성과 수율을 높이는 경쟁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미스트랄 AI와의 협력을 통해 AI 모델과 반도체 제조 역량을 결합하고 설계부터 생산까지 AI 활용 영역을 넓혀 나간다. 이를 통해 AI 반도체 시장에서의 사업 기회를 확대하는 동시에 반도체 제조 경쟁력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 대표이사 부회장은 "반도체 설계와 제조의 복잡성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방대한 데이터를 안전하고 정교하게 활용하는 AI 역량이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미스트랄 AI와 함께 반도체 산업에 특화된 AI 모델과 플랫폼을 구축해 AI 기반 반도체 혁신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아르튀르 멘쉬 미스트랄 AI CEO는 "반도체에서부터 소프트웨어에 이르기까지 AI는 첨단 기술의 생성을 재정의하고 있다"며 "삼성전자와의 협력을 통해 반도체 설계와 제조, 글로벌 AI 가치 체계 전반의 진보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