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발전공기업 5사를 한국전력공사의 100% 자회사로 통합하기로 했지만 통합사 지배구조의 추가 조율이 입법 과정에서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정부와 관련 법안을 발의한 여야 의원들은 발전 5사를 하나의 회사로 합치는 방향은 일치하지만, 통합사의 소유구조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정기국회에서 통합 특별법 제정이 추진되는 만큼 통합사의 소유주와 자본금, 한전이 보유한 기존 발전사 지분의 처리 방식을 속도감있게 조율할 지 여부가 입법화의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한전 자회사'·의원안은 '정부출자', 발전 5사 통합 지배구조 조율 속도전 과제로

▲ 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국회 소통관에서 한국발전공사법 발의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박해철 의원실>


8일 정치권과 기후에너지환경부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발전공기업 통합 특별법을 준비하고 있지만 정부안을 별도로 제출할지, 국회의 기존 의원안 병합심사 과정에 정부 방안을 반영할지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정부는 3일 공공기관 기능 개혁 방안의 하나로 한국남동발전·한국중부발전·한국서부발전·한국남부발전·한국동서발전 등 발전 5사를 가칭 '한국발전'이라는 하나의 법인으로 통합하기로 했다.

기후부는 4일 발전공기업 통합방안 간담회를 열고 통합사를 한전이 지분 100%를 보유하는 자회사로 설립한 뒤 2027년 9월 법인 설립 등기와 임원 선임을 마치고 같은 해 10월1일 통합 발전사를 공식 출범시키겠다는 세부 계획을 추가로 공개했다.

그러나 국회에 발의된 4개의 한국발전공사법안 가운데 정부가 제시한 지배구조와 일치하는 법안은 없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안과 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은 각각 자본금 32조 원과 6조 원을 정부가 전액 출자하는 공사를 설립하도록 했다. 한전이 지분을 보유하지 않는 정부 직접출자 방식이다.

안호영 민주당 의원안과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안은 자본금 32조 원을 주식으로 분할하고 정부와 한전이 함께 출자하는 구조다. 두 법안 모두 정부 출자액이 자본금의 51% 이상이 되도록 해 정부가 통합사의 최대주주가 되도록 했다. 발전 5사에서 승계한 순자산은 한전이 출자한 것으로 보고 이에 해당하는 주식을 한전에 발행하도록 했다.

한전이 지분 100%를 보유하는 현행 발전사 지배구조를 유지하겠다는 정부 방안과 달리 네 법안 모두 정부의 직접 출자를 전제로 한 셈이다.

특히 박 의원안은 기후부가 한전 100% 자회사 방안을 공개한 지 사흘 뒤인 7일 발의됐지만 통합사를 한전 자회사가 아닌 정부 전액출자 공사로 규정했다.

박 의원실은 노동조합과 함께 법안을 마련했으며, 이 과정에서 노동계가 한전 자회사 구조는 적절하지 않고 발전·송전·판매가 각각 독립된 체계로 운영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해 이를 법안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실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자회사 방식이냐 정부 출자 방식이냐 가운데 어느 하나를 고집할 생각은 없다"며 "다만 실제 종사자들이 독립된 공기업으로 가자고 주장하는 이유에도 타당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내용까지 분명히 공론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발전사 종사자들은 첫발부터 제대로 해놓지 않으면 기관만 합쳐 덩치만 커졌을 뿐 달라지는 게 없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런 내용을 정부에 충분히 전달하고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재민 한국남동발전노동조합 위원장은 7일 박 의원 법안 발의 기자회견에서 정부 간담회를 두고 "현장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자리가 아니었다"며 "정부가 정해 놓은 답을 전달하는 일방적 통보였다"고 주장했다.

통합사의 지배구조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자본금 조달 주체와 정부의 보증 부담, 한전과 통합사 사이의 재무적 연계가 달라진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가 정혜경 의원안을 분석한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발전 5사의 2025년 결산 기준 합산 자산은 약 67조 원, 부채는 37조2천억 원, 자본은 29조8천억 원이다.

검토보고서는 발전 5사의 자산에서 부채를 뺀 금액을 정부 출자로 인정하더라도 약 29조8천억 원으로 법안이 정한 자본금 32조 원보다 2조2천억 원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차액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마련할지와 현재 주주인 한전이 보유한 발전사 지분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법안에 규정되지 않았다고 봤다.
 
정부는 '한전 자회사'·의원안은 '정부출자', 발전 5사 통합 지배구조 조율 속도전 과제로

▲ 화력발전소 굴뚝에서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는 모습. <연합뉴스>


정부 직접출자 공사 방식은 설립 단계의 자본금뿐 아니라 이후 사업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도 국가 재정과 연결될 수 있다.

정혜경 의원안은 공사가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액의 5배 범위에서 사채를 발행하고 정부가 원리금 상환을 보증할 수 있도록 했다.

검토보고서는 정부가 보증하는 사채 규모가 커지면 국가의 재정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국가재정법에 따라 정부가 보증채무를 부담하려면 사전에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짚었다. 박해철 의원안도 공사가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액의 4배까지 사채를 발행하고 정부가 원리금 상환을 보증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가 제시한 한전 100% 자회사 방식은 정부가 통합사 자본금을 직접 출자하거나 한전 보유 지분을 정부로 이전하지 않고 기존 소유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반면 노동계는 통합사를 한전의 100% 자회사로 두면 한전의 재무 부담이 발전사로 이어지는 현재의 구조가 통합 뒤에도 유지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전은 발전자회사로부터 전기를 구매할 때 정산조정계수를 적용해 발전사에 지급할 정산금을 조정한다. 정산조정계수가 낮아지면 발전사가 받는 정산금은 줄어들고 한전의 전력구입비 부담은 낮아진다. 그동안 한전의 수익성이 악화할 때 정산조정계수가 낮아지면서 발전자회사에 재무 부담이 전가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노동계가 통합사를 한전에서 분리된 공기업으로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배경이다.

기후부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에 "현재 법안을 준비하고 있는 과정으로 박해철 의원안과는 별개의 건"이라며 정부안 별도 제출 또는 의원안 수정 여부에 관해서는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특별법에 통합사 설립 근거와 발전사업 관련 인허가 의제, 발전 5사의 권리·의무와 고용계약 승계, 합병 절차 간소화, 기업결합 심사 면제 및 조세부담 완화 근거 등을 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부가 제시한 2027년 10월 출범 일정을 맞추려면 정기국회 특별법 심사에서 정부 직접출자 방식의 재정 소요와 보증 부담, 한전 자회사 방식의 재무 연계 영향을 함께 따져 통합사의 소유구조와 자본금, 한전 보유 지분의 처리 방식을 구체적으로 정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