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육성하고 있는 배터리 사업이 실적 부진의 늪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SK그룹 내 배터리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SK온, SKC, SK아이이테크노롤지(이하 SKIET) 등 세 계열사의 올해 상반기 말 기준 5년 간 누적 결손금만 8조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SK온·SKC·SKIET SK그룹 배터리 3사 누적 적자만 7.8조, 최태원의 배터리 뚝심 투자 언제 빛보나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인공지능(AI), 반도체와 함께 미래 성장사업으로 낙점한 배터리 사업이 좀처럼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SK >


그럼에도 최 회장은 인공지능(AI), 반도체와 함께 배터리를 미래 성장 축으로 육성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은 적자가 커진 SK온을 살리기 위해 2024년 석유제품 계열사인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을 비롯해 지난해 석유류 탱크 터미널 운영사인 SK엔텀과 윤할유 제조사 SK엔무브 등 탄탄한 수익을 내고 있는 계열사들을 SK온에 합병시켰다. 이어 그동안 매각을 검토해온 SKIET를 지난 25일 7년만에 SK이노베이션에 다시 흡수합병시키는 결정을 내렸다.
 
그룹 안팎에서는 최 회장이 적어도 2030년까지 SK온 등 배터리 계열사들의 적자가 지속돼도 버틸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고, 특유의 '뚝심 경영'을 배터리 사업에서 증명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7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SK그룹의 배터리 사업 실적 부진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흑자 전환 시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2022년 5월 배터리, 바이오, 반도체 이른바 ‘BBC’를 핵심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며, 관련 분야 대규모 투자를 이어왔다.

당시 최 회장은 중장기 투자계획을 통해 2026년까지 반도체와 배터리 사업에 142조 원이 넘는 자금을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힌지 만 4년이 넘었지만, 아직 배터리 사업 실적은 적자를 벗지 못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SK그룹 내 배터리 사업 관련 3개 계열사의 누적 결손금은 약 7조7845억 원으로 확인됐다. 구체적으로 배터리셀 생산기업 SK온이 5조9941억 원, 배터리용 분리막 생산기업 SKIET가 1조5670억 원, 배터리용 동박 생산기업 SKC가 2234억 원의 누적 결손금을 기록했다.

SKIET는 2026년 상반기 1367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으며, 같은 기간 SKC도 432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SK온은 4726억 원의 흑자를 달성했으나, 계약 축소 및 취소에 따른 보상금 등 일회성 이익이 1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SKC는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적자, SKIET는 3년 연속 적자, SK온은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도 SKC와 SKIET는 적자를 낼 것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SK온의 올해 실적 전망은 증권가에서도 의견이 갈리지만,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배터리 계열사들은 실적 반등을 위한 자구책을 찾아 나섰다. 우선 SK온과 SKC는 기존 전기차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SK온은 현재 북미에서 총 10GWh가 넘는 ESS 관련 수주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C는 ESS용 동박 판매량 증가로 올해 2분기 분기 기준 최대 매출을 달성하기도 했다.
 
SK온·SKC·SKIET SK그룹 배터리 3사 누적 적자만 7.8조, 최태원의 배터리 뚝심 투자 언제 빛보나

▲ SK온의 파우치형 삼원계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 모습. < SK온 >


SKC는 반도체 유리기판 신사업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올해 안에 고객사와 성능 검증 절차를 마무리하고, 내년부터 본격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회사가 유리기판 시장 선점에 성공한다면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SKIET는 비용 절감이 최대 과제다. 회사가 폴란드에 구축한 대규모 분리막 생산 공장은 수주 물량 감소에 따라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결국 SKIET는 지난 25일 SK이노베이션과의 합병을 결정했다. 중복 부서 통합, 조직 구조개편 등을 통해 연간 영업비용을 600억 원 가량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했다.

동시에 국내 증평 공장, 중국 창저우 공장 가동을 멈추고 폴란드 공장으로 분리막 생산을 일원화해 가동률을 높이고 고정비를 축소한다는 계획이다. 

그럼에도 배터리 사업 실적 반등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SKC는 내년 반도체 유리기판 사업에 따라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SK온과 SKIET는 내년에도 적자 폭을 줄이는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SK온과 SKIET는 빨라야 2028년 이후에나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일각에선 배터리 사업 부진이 지속되면 SK온과 SKIET의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은 물론 SK그룹 전체 재무 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장수명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SK그룹은 주력 사업 부문에서 선두권의 시장 지위와 매우 우수한 신용도를 보유하고 있으나, 자원이 집중된 배터리 사업의 실적 회복이 과제”라면서 “배터리 부문의 실적 회복 지연은 신용도를 제약하고 있으며, 재무구조 개선 여부가 중점적 검토 요인”이라고 밝혔다. 최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