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 배터리 '국가안보 산업'으로 재평가, LG엔솔 삼성SDI 역할 키운다

▲ 재생에너지 기업 아레본이 1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포웨이에서 에너지저장장치를 운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트럼프 정부가 배터리를 국가 안보에 핵심 산업으로 인식하고 관련 공급망에 지원을 강화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등 미국에 생산 거점을 두고 방위산업을 비롯한 분야로 진출을 추진하는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이에 맞춰 역할을 넓히며 수혜를 기대하고 있다.

24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정부가 배터리 공급망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안보 리스크로 판단해 관련 소재와 부품의 미국 내 생산을 확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정부는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거나 군사용 드론을 만들려면 배터리를 정책 우선순위에 놓여야 한다고 인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컬럼비아대학교의 톰 모렌하우트 국제 공공정책대학원 겸임 부교수는 뉴욕타임스를 통해 “배터리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인식이 커지고 있다”며 “전기차뿐 아니라 자동화, 로봇, 데이터센터, 국방용 드론에도 배터리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미국 에너지부는 지난 20일 배터리용 핵심 광물을 생산하거나 재활용하는 기업 7곳에 모두 5억 달러(약 6900억 원)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지원 대상 기업은 폐배터리에서 니켈 양극재를 회수해 재활용하는 기업 프린스턴누에너지와 리튬 생산 기업인 라일락설루션스 등이다. 

미 국방부도 실리콘-카본 소재로 배터리 음극재를 개발하는 기업 실라나노테크놀로지에 14억 달러(약 1조9천억 원) 규모의 대출을 제공한다고 7일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30일 국방생산법(DPA)에 근거해 핵심 광물을 비롯한 산업 폐기물 수출을 제한하는 법안에도 서명했다. 

니켈과 코발트 등 배터리 소재 금속이 함유된 검은 분말인 블랙매스의 수출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트럼프 정부 배터리 '국가안보 산업'으로 재평가, LG엔솔 삼성SDI 역할 키운다

▲ 더그 버검 미국 내무장관(가운데)이 18일 미시간주 랜싱에 있는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 내부에서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맨 왼쪽부터) 이혁재 LG에너지솔루션 북미 지역 그룹장과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사장 모습도 보인다. <더그 버검 X 사진 갈무리>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1월 취임한 직후부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던 전기차와 태양광, 풍력 등 친환경 산업 정책을 대거 폐지하거나 축소했다.

그러나 배터리 산업 및 관련 공급망에 지원은 오히려 강화하는 추세가 파악되고 있다.

미국에 대규모 배터리 생산 공장을 운영하는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 기업의 역할이 이 과정에서 더욱 부각되고 있다.

현지에서 배터리 소재를 비롯한 공급망이 강화되고 미국 정부 차원의 전략적 육성 정책도 이어지면 한국 업체들이 자연히 수혜를 볼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 배터리 제조사들은 실제로 미국의 데이터센터와 방산, 항공우주 등 국가 안보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산업 분야에서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정부와 주요 방위산업체에 드론 및 무인 무기용 배터리 공급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 내 다수의 파트너사로부터 방산 분야에서 협력 문의도 받았다. 

삼성SDI 또한 항공우주용 및 방산용 배터리 생산을 준비하는 미국 포지나노에 2천만 달러(약 277억 원)를 투자해 협업하고 있다. 

포지나노는 지난 19일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방산과 항공우주용 배터리 공장 증설을 시작하는 착공식을 열었다. 해당 공장은 삼성SDI의 배터리도 일부 생산할 예정이다. 

블룸버그는 “이번 협업으로 삼성SDI는 미국 정부가 군수용 공급망에서 중국산 자재를 배제하는 규정을 준수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완성차 기업 GM 및 현대자동차그룹과 합작 공장을 포함해 미국에 7곳의 배터리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SDI는 완성차 기업 스텔란티스와의 합작 공장을 포함해 미국에 배터리 공장 3곳을 두고 있다. SK온 또한 현대차그룹과의 합작 공장을 포함해 모두 3곳의 배터리 공장을 미국에서 운영하고 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