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코스닥 30주년 행사의 박수 소리는 공허했다.

한국거래소는 이번 주 코스닥 출범 30주년을 맞아 1~3일 대대적 기념행사를 열었지만 행사 기간 코스닥지수가 큰 폭으로 흔들려서다. 코스닥은 전날 6% 넘게 하락한 데 이어 이날도 장중 한때 4.93%까지 빠지며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까지 밀렸다.
 
[기자의눈] 빛바랜 코스닥 30주년, '우량혁신기업' 유치 없이는 나스닥 꿈 멀다

▲ 1일 서울 여의도 콘레드 호텔에서 열린 코스닥 30주년 기념행사에서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왼쪽 네번째)과 이억원 금융위원장(왼쪽 다섯번째) 등 참석자들이 기념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비즈니스포스트>


코스닥30주년 행사에서 혁신기업 상장 확대, 부실기업 퇴출, 코넥스 시장 활성화, 코스닥으로 머니무브 등 시장 체질 개선을 위한 여러 방향도 제시됐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정했던 셈이다.

물론 하루 이틀의 주가 흐름만으로 코스닥 시장 전체를 평가할 수는 없다. 이번 주엔 미국 메타의 클라우드 시장 진출 선언 등 국내외 기술주 전반의 투자심리를 흔든 대외적 변수도 있었다.

하지만 기간을 좀 더 늘려봐도 코스닥의 성적표는 크게 다르지 않다.

올해 들어 코스피가 91.93% 오르는 동안 코스닥은 오히려 6.17% 하락했다. 코스닥의 30주년 생일 잔치가 열린 최근 1~3일 성적만 봐도 코스닥(-5.22%)은 코스피(-4.58%)보다 더 많이 밀렸다. 

코스닥을 향한 시장 자체의 신뢰가 그만큼 높지 않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이번 행사 기간 내내 '다산다사' 정책을 강조했다.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은 더 빨리 시장에 들여 시장에서 평가받으며 크게 하고 경쟁력을 잃은 기업은 더 빨리 내보내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이 과정의 비용은 결국 투자자가 부담한다는 점이다. 

성장 초기 단계의 혁신기업 상장이 늘면 시장의 정보 비대칭과 실적 불확실성은 커질 수밖에 없다. 부실기업 퇴출이 빨라지면 뒤늦게 투자한 개인투자자의 손실이 커질 수 있다.

이처럼 시장이 떠안을 위험은 커지는데 이를 상쇄할 만큼 우량 혁신기업을 코스닥으로 끌어오고 붙잡아둘 전략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금융당국은 코스닥 우량기업들이 묻히지 않도록 코스닥 시장을 3개 세그먼트로 나누고 우량기업군을 별도로 관리하겠다는 방안을 해법으로 내놨다. 

성공 사례로는 미국 나스닥을 들었다.

나스닥은 2006년 글로벌 셀렉트마켓, 글로벌마켓, 캐피탈마켓 등 3개 시장 체계로 재편한 뒤 경쟁력을 확보했고 그 결과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이전상장 경쟁에서 밀리지 않는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스닥 사례를 코스닥에 그대로 대입하기는 어렵다.

나스닥과 뉴욕증권거래소는 운영 주체가 다른 별도 거래소이기 때문이다. 두 시장은 좋은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상장 기준과 시장 이미지, 투자자 접근성, 유동성을 놓고 경쟁한다.

6월12일 나스닥 상장한 스페이스X 사례도 이를 보여준다. 나스닥과 뉴욕증권거래소는 스페이스X 상장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을 벌였다.

스페이스X는 나스닥 상장을 검토하면서 나스닥100 조기 편입을 상장 조건으로 요구했고 결국 스페이스X 상장은 '패스트 엔트리 제도'를 신설한 나스닥이 거머쥐었다.

이 제도는 새로 상장한 대형 기업이 시가총액 기준 기존 나스닥100 구성 종목 가운데 상위권에 들면 상장 뒤 15거래일 이후 조기 편입(기존 3개월 이상 소요)될 수 있도록 한 장치다.

스페이스X는 이 요건을 충족해 이달 7일 나스닥100 편입이 예정됐다. 나스닥100을 추종하는 패시브 자금 수요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형 혁신기업에는 나스닥 상장의 매력이 더 커진 셈이다.
 
[기자의눈] 빛바랜 코스닥 30주년, '우량혁신기업' 유치 없이는 나스닥 꿈 멀다

▲ 한국에서는 코스피와 코스닥 코넥스시장을 모두 한국거래소가 운영한다. 사진은 코스닥30주년 기념행사 '코스닥커넥트2026'가 열린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 <비즈니스포스트>


반면 한국은 코스피와 코스닥 코넥스시장 모두 한국거래소가 운영한다.

기업이 코스피 상장을 택하든 코스닥 상장을 택하든 코스닥 기업이 성장해 코스피로 이전하든, 거래소 전체로 보면 한 울타리 안의 이동이다. 이 구조에서는 코스닥이 우량 혁신기업을 끝까지 붙잡기 위한 경쟁 압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

자본시장 한 관계자는 “코스닥은 1년에 70개 이상의 기업이 상장되지만 그중 지속적으로 시총이 상승하는 기업은 극소수”라며 “코스닥의 경쟁력을 키우려면 좋은 기업들이 코스닥에 상장하도록 끌어와야 하는데 독점 체제 속에서 무작정 세그먼트만 나눈다고 경쟁력이 높아지진 않울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닥을 나스닥처럼 키우겠다면 우량 혁신기업이 코스닥 상장을 선택하도록 만드는 방안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 이 논의가 빠진 채 ‘다산다사’만 강조한다면 코스닥은 시장을 끌고 갈 대표 혁신기업을 충분히 키우지 못하고 투자금 회수 시장의 성격에 머물 가능성이 있다.

10년 뒤 코스닥의 40주년 생일잔치가 30주년 때처럼 빛바랠 것이냐, 아니면 화려한 박수를 받을 것이냐는, ‘우량혁신기업'을 어떻게 끌어오고 남길 것이냐에 달려 있는지도 모른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