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재명 대통령이 '행정수도 세종'의 최종적 완성을 위한 법·제도 정비를 주문하면서 세종을 행정수도로 명문화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 논의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치권이 연내 특별법 처리를 추진하고 있지만 대통령과 국회의 핵심 기능을 세종으로 이전하는 것이 2004년 헌법재판소의 '대한민국 수도는 서울'이라는 관습헌법 결정과 충돌하는지를 둘러싼 위헌 논란이 최대 변수로 꼽힌다.
 
이재명 '행정수도 세종' 속도, 22년 묵은 '특별법 위헌 논란' 연내 넘을까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정부와 정치권의 움직임을 종합하면 여권은 세종집무실 건립과 행정수도특별법 제정을 묶어 속도를 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대통령 세종집무실과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에 속도를 내고 관련 인프라 정비 또한 차질 없이 진행해 달라"며 "현 정부 임기 내 세종집무실 시대를 열고 마지막 국무회의도 세종집무실에서 개최한다는 자세로 총력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행정수도 세종의 실질적이고 최종적인 완성을 위한 법·제도의 뒷받침도 중단 없이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같은 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이 대통령이 언급한 세종집무실 시대의 목표를 더욱 구체적으로 밝혔다.

김 장관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과 관련해 "현재로서는 부분 이전이겠지만 목표는 전체 이전이라고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완전 이전의 가장 큰 장애물로는 '법적인 문제'를 꼽으며 국회가 특별법을 신속하게 논의하면 국토부도 적극 협조하겠다고 했다.

대통령 세종집무실과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 자체는 이미 구체적 시간표가 나와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올해 대통령 세종집무실 설계공모를 마치고 당선작을 바탕으로 기본·실시설계에 착수했다. 정부는 2027년 공사를 시작해 2029년 8월 입주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세종집무실과 국회 세종의사당이 들어설 행복도시 중심부 약 210만㎡는 '국가상징구역'으로 조성된다. 국회 세종의사당은 2033년 준공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세종을 명실상부한 행정수도로 완성하려면 대통령과 국회의 핵심 기능 이전을 둘러싼 '헌재 결정의 벽'을 넘어야 한다.

헌재는 2004년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을 위헌으로 결정하면서 수도를 정치·행정의 중추적 기능을 수행하는 국가기관이 집중된 곳으로 봤고 특히 대통령과 국회의 소재지를 수도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봤다. 또 서울이 수도라는 점을 관습헌법으로 인정해 이를 변경하려면 헌법 개정 절차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2005년 이후 세종 건설은 '행정수도'가 아닌 '행정중심복합도시' 방식으로 추진됐고 중앙행정기관은 대거 세종으로 이전했지만 대통령과 국회의 중추 기능은 서울에 남았다.

현재 국회에는 세종을 행정수도로 규정하기 위한 특별법안 5건이 계류돼 있다. 황운하·강준현·김종민·김태년 의원과 엄태영·복기왕 의원이 각각 발의한 법안이다. 국토위 법안심사소위는 4월22일 5건을 함께 심사했다.

법안들은 세부 방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세종을 행정수도로 규정하고 대통령과 국회 등 주요 헌법기관을 세종으로 이전하는 한편 수도권에 남아 있는 중앙행정기관을 추가 이전한다는 방향을 공유한다. 국회에서는 5개 법안을 병합 심사해 하나의 특별법안으로 정리한 뒤 연내 입법을 마무리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4월 법안소위에서는 행정수도 완성의 필요성과 법안 취지에는 대체로 공감했지만 대통령과 국회의 완전 이전이 2004년 헌재 결정과 충돌하는지가 핵심 쟁점이 됐다. 당시 국토부도 법안 취지에 공감하면서 헌법적 논란을 해소하려면 국민적 공감대와 국회의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국토위는 5월 공청회를 열어 헌법적 쟁점을 별도로 논의했다.

공청회에 참여한 전문가 4명은 2004년 이후 달라진 국민 인식과 세종의 행정수도 기능 등을 근거로 새 특별법안이 헌재에서 합헌 판단을 받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이재명 '행정수도 세종' 속도, 22년 묵은 '특별법 위헌 논란' 연내 넘을까

▲ 13일 세종시청에서 열린 행정수도특별법 제정을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 창립대회 현장. <연합뉴스>


국토위 공청회 자료집에 따르면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가 과거 위헌 결정의 기속력이 새 법률에도 미치는지를 판단할 때 법률 내용뿐 아니라 입법 목적과 동기, 시대적 배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는 점을 들어 새로운 특별법이 합헌 판단을 받을 공산이 크다고 봤다. 김주환 홍익대 법과대학 교수는 수도의 위치 자체가 헌법사항이 아니라 입법사항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 헌재 판례를 그대로 적용하면 대통령과 국회의 전면적·영구적 이전에는 개헌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전제하면서도 20여 년 동안 행정부 이전과 사회적 환경 변화가 이뤄진 만큼 헌재가 기존 판례를 변경할 여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특별법이 제정된다고 위헌 논란이 자동으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현행 헌재 결정의 기속력을 기준으로 대통령과 국회의 소재지를 세종으로 옮기는 법률의 위헌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평가하면서도, 변화된 국가·사회 환경과 새로운 입법 필요성 등을 고려하면 향후 헌법심판에서 판례 변경을 기대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특별법 연내 제정을 뒷받침하기 위한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행정수도특별법 제정을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는 13일 세종시청에서 김종민·황운하 의원과 조상호 세종시장, 민주당·국민의힘·조국혁신당 세종시당위원장 등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출범식을 열고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 대책위는 전국적 서명운동 등을 통해 충청권에서 전국으로 특별법 제정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넓혀가기로 했다.

대통령 세종집무실과 국회 세종의사당이라는 행정수도의 '하드웨어'는 이미 2029년과 2033년이라는 시간표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 정부가 대통령 집무실의 완전 이전까지 목표로 언급한 만큼 세종의 법적 지위를 뒷받침할 특별법 처리 향방에 지역사회와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 대통령이 행정수도 세종의 완성을 위한 법·제도 정비를 직접 주문하고 정치권이 연내 입법을 추진하면서 9월 정기국회에서 22년 묵은 위헌 논란을 어떤 방식으로 풀어낼지가 행정수도 완성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