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가 원전 근무자의 방사선 노출 관련 기준을 완화하는 규정 개정안을 추진한다. 미국 아이다호에 위치한 원자력 발전 연구소 사진. <연합뉴스>
1일(현지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는 기자회견을 열고 ‘ALARA’ 방사선 안전 규정을 개정하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ALARA는 원자력 발전소에서 근무자가 노출될 수 있는 방사선량을 합리적으로 달성 가능한 수준에서 최대한 낮춰야 한다는 원칙이다.
방사선 피폭량은 법적 허용치가 정해져 있지만 발전소가 이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로이터는 ALARA가 아무리 적은 양의 방사선이라도 암 발생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원자력 업계가 ALARA 기준을 준수하는 일은 비용과 시간 측면에서 비효율적이라고 장기간 지적해 왔다고 보도했다.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원자력 발전소 운영사가 방사선 피폭량을 측정하고 관리하는 데 더욱 현대적이고 합리적 방식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호 니에 원자력규제위원장은 기자들에게 “이번 개정안은 안전 기준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규제의 명확성을 높이려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또한 규정 변화가 차세대 원자로 개발 속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로이터는 이번 개정안이 원전 개발을 가속화하고 신규 원자로 건설 비용을 낮추기 위해 관련 규제를 완화하려는 트럼프 정부의 기조와 같은 선상에 있다고 분석했다.
▲ 콘스텔레이션에너지의 미국 스리마일섬 원자력 발전소. <콘스텔레이션에너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25년 5월에 원전 인허가 절차를 앞당기고 원자력규제위원회를 개편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2050년까지 미국의 원자력 발전 설비 용량을 현재의 4배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다만 원자력규제위원회의 방사선 안전 규정 개정을 비판하는 전문가의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 과학자단체 소속 원자력 안전 전문가인 에드윈 라이먼은 로이터에 “안전한 방사선 노출량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암 발생 위험은 방사선 피폭량과 비례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ALARA 원칙을 폐지하면 원자력 업계의 비용 절감을 위해 노동자와 일반 시민이 더 많은 방사선에 노출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뉴욕타임스는 새 규정이 기존 원전 운영에 큰 변화를 불러오지 않을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환경단체 클린에어태스크포스의 원자력 전문가 패트릭 화이트는 뉴욕타임스에 "미국 원전은 이미 법적 규제보다 훨씬 낮은 수준에서 방사선을 관리하고 있다"며 "규정이 바뀐다고 해서 운영 방식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1970년대 이후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안전 규정이 지속적으로 강화되면서 미국 원전 건설을 늦추는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비판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앞으로 45일에 걸쳐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뒤 최종 규칙을 확정할 계획을 두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뒤 민주당 소속 원자력규제위원회 위원 1명을 해임하는 등 영향력을 점차 넓히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니에 위원장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인물이다. 원자력규제위원회에서 20년 이상 경력을 쌓은 전문가로 꼽힌다.
다만 니에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방사능 안전과 관련한 결정에는 정치적 압력이 없다"며 원자력규제위원회의 독자적 의사결정 체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