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증시 활황에 힘입어 올해 1분기 역대급 실적을 거두면서 증권주를 향한 기대감도 다시 커지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올해 초 급등 이후 증권주는 조정을 거치며 숨고르기 흐름을 보이고 있는데 증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외국인 통합계좌 출시로 추가 수익이 기대되는 만큼 투자 매력이 여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금융지주,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등 국내 주요 증권사는 1분기 증시 호황 덕에 일제히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대형 증권사(자기자본 기준) 10곳의 연결기준 1분기 합산 당기순이익은 총 4조3318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2조272억 원)보다 113.7% 증가했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키움증권, 삼성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7곳이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새로 썼다.
1분기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1분기보다 288.09% 증가한 1조19억 원을 거두며 증권업계 최초로 분기 순이익 1조 원 시대를 열었다. 몇 년 전만 해도 연간 순이익 1조 클럽이 상징적으로 여겨졌다는 점 고려하면 증권업계 이익 체력이 한 단계 올라간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이 2분기에도 미국 우주항공 기업 '스페이스X' 평가이익을 바탕으로 1조 원대 순이익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스페이스X는 2분기 내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1분기 한국투자증권(7847억 원, 75.1% 증가) 키움증권(4774억 원, 102.6% 증가) NH투자증권(4757억 원, 128.5%) 삼성증권(4509억 원, 81.5% 증가) 등도 순이익을 크게 늘리며 올해 조 단위 순이익을 예약했다.
증시 활황에 따라 거래대금이 증가한 점이 실적 개선의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가 급증했고 금융상품 판매도 늘면서 자산관리(WM) 부문도 개선됐다. 주식시장 강세에 따른 유가증권 평가이익 증가도 영향을 미쳤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분기 상장지수펀드(ETF)를 포함한 국내 주식 일평균 거래대금은 62조387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2조5491억 원)보다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코스피 상승과 함께 금융주 내 증권주의 위상도 달라졌다. 증권 대장주인 미래에셋증권의 코스피 시가총액 순위는 연초 47위에서 15일 기준 23위로 뛰어올랐다.
1월2일에는 신한지주(16위)·삼성생명(19위)·하나금융지주(24위)·삼성화재(27위)·우리금융지주(32위)·메리츠금융지주(34위)·기업은행(41위) 등이 미래에셋증권보다 시총이 높았지만 이제는 삼성생명(14위)·KB금융(15위)·신한지주(18위) 등 세 곳만을 눈앞에 뒀다.
대표 증권주 ETF인 'KODEX 증권'도 이달 6일 3만3555원(종가 기준)까지 오르며 2월20일 기록한 전고점 3만505원(종가 기준) 돌파했다.
증권주는 3월 미국과 이란 전쟁 이후 전반적으로 횡보하며 숨고르기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였는데 다시 움직이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2분기에도 증권주 호재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증시 기대감이 2분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 코스피 상승과 함께 금융주 내 증권주의 위상도 달라졌다.
코스피는 15일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하며 6.12% 하락한 7493.18로 마감했지만 장 초반 사상 처음으로 8천 선을 돌파하는 등 5월 들어서도 강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15일 장 마감 코멘트에서 "코스피 실적 전망 상향 조정은 유효하고, 8천피 기준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8배 이하라 밸류에이션 매력도 여전하다"며 "하락 추세로의 반전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증시 대기 자금 역시 여전히 풍부하다.
투자자예탁금은 이달 13일 기준 137조1200억 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투자자예탁금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 계좌에 넣어둔 돈으로 대표적 증시 대기자금이다.
정태준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15일 보고서에서 "증시가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한 2025년부터 금융투자상품의 비중이 유의미하게 증가해 증권업종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비중확대로 상향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축과 부동산으로 대표되는 기존의 자산 배분 방식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며 "이런 흐름이 지속된다면 중장기적으로는 금융투자상품의 비중이 주요 선진국 수준으로 증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외국인 통합계좌도 증권업종에 호재로 여겨진다.
외국인 통합계좌는 외국인 투자자가 별도의 국내 계좌개설 없이 해외 증권사 명의 계좌를 통해 국내 주식을 일괄 매매·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말한다. 해외 투자자들이 국내 증권사를 통해 거래하면 증권사들의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도 확대될 수 있다.
하나증권이 지난해 홍콩 엠퍼러증권과 손잡고 서비스를 시작했고 삼성증권은 최근 글로벌 온라인 증권사 인터랙티브 브로커스(IBKR)와 제휴해 통합계좌 서비스를 선보였다. 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KB증권·신한투자증권 등도 외국인 통합계좌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설용지 iM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통합계좌 서비스에 기반한 해외 주식투자자들의 한국 시장 접근성 개선은 전체적인 거래대금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며 "브로커리지 의존도가 높은 국내 증권업종에 충분히 긍정적 영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