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추진 중인 보바스기념병원 인수가 사실상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성남시가 의료 영리화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롯데그룹의 보바스 병원 인수에 제동을 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성남시는 호텔롯데의 보바스병원 인수와 관련해 부채 비율 증가로 부적절하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최근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에 제출했다고 23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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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성남시장. |
성남시는 의견서에서 “롯데는 보바스에 2900억 원을 투입하기로 하고 지난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며 “하지만 무상출연이 600억 원이고 대여금이 2300억 원이어서 총부채 600여억 원에 불과한 의료법인의 부채를 늘리게 되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성남시 관계자는 “추후 이사 구성권 확보와 자금 투자로 의료법인을 장악해 인수.합병과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이 부분에 대한 의견도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보건복지부도 “보바스병원을 운영하는 늘푸른의료재단은 비영리법인으로 특정기업이 인수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며 “의료재단은 의료법상 비영리법인이고 비영리법인은 파산하면 채무를 청산하고 나머지 재산은 국고로 귀속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비영리법인인 의료재단이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여기에 특정기업이 인수에 나선 것은 사실상 보바스병원이 처음인데 현행 의료법과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에는 비영리법인이 회생 신청을 하면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명확한 조항이 없다.
보바스병원은 의료법인 늘푸른의료재단이 2004년 성남시 분당구 금곡동에 문을 연 재활요양병원이다.
이 병원은 설립 뒤 흑자를 냈지만 이후 무리한 투자와 확장으로 경영난에 시달리다 2015년 9월 수원지법에 법정관리(회생절차 개시인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지난해 6월 ‘(회생절차) 인가 전 인수합병’을 조건으로 내걸어 서울중앙지법에 다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인가 전 인수합병 조건으로 이사회 구성권을 내걸었는데 이사회를 꾸릴 수 있는 권한을 팔아넘긴 돈으로 병원을 정상화하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병원을 통째로 매각하는 것임에도 서울중앙지법은 이를 허용했다.
지난해 10월 있었던 입찰에서 호텔롯데는 경쟁업체보다 최대 3배 이상 높은 2900억 원을 제시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당시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던 롯데는 사회공헌을 명분으로 인수전에 뛰어들었는데 그룹 이미지를 보완하려는 목적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성남시 관계자는 “롯데가 그런 거액을 제시한 이유는 의료법인 이사회를 장악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의료기관 인수합병이 성사되는 것이어서 의료법 위반은 물론 병원의 영리화 소지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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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최근 호텔롯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영리기업인 롯데는 그룹이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이나 재단법인을 만들어 의료계에 진출하는 게 아니라 계열사의 중심인 호텔롯데의 사업으로 의료업을 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바스병원 인수와 관련한 성남시의 최종결정권은 이재명 성남시장에게 있는데 지방자치단체장은 비영리법인의 개설허가와 관리 권한을 쥐고 있다. 이 시장은 최근 SNS에 “박근혜 정부의 의료 민영화 정책에 반대하며 국민건강은 국가의 책임”이라고 밝혀 무상의료를 강조한 바 있다.
호텔롯데의 보바스병원 인수가 사실상 어렵다는 얘기인데 변수는 이 시장이 대권도전에 나섰다는 점이다.
이 시장은 최근 전국투어까지 나서며 분주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데 보바스병원 인수 건을 당분간 뒤로 미룰 가능성도 있다. 롯데 입장에서는 이 시장을 설득할 시간을 벌 수 있다는 것이다.
롯데 측은 보바스병원 인수가 지속가능한 사회공헌과 지역발전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며 병원 영리화에 선을 긋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