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진 호텔신라 200억 자사주 매입 '책임경영' 승부수, '호텔' 김준환 '면세' 조병준 성과 압박 부담

▲ 김준환 호텔신라 호텔&레저부문장(왼쪽)과 조병준 호텔신라 TR(면세)부문장. <호텔신라>

[비즈니스포스트]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이 회사 입사 이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호텔신라 주주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오너일가가 첫 자사주 매입에 나선 만큼 호텔신라 사업의 양대 축인 호텔과 면세 사업부를 맡고 있는 김준환·조병준 부문장에게도 보다 분명한 성과 압박이 더해질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조병준 부문장의 어깨가 한층 무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외국인의 한국 여행 증가에 따라 실적 회복 흐름을 보이는 호텔과 달리 면세는 여전히 반등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27일 이부진 사장은 호텔신라 보통주 47만 주를 매입하는 절차에 들어간다. 앞으로 30일 동안 진행되며 예상 취득가격은 25일 종가 4만2700원 기준으로 모두 200억6900만 원어치다. 지분율로는 1.18%다.

이 사장이 호텔신라 경영에 참여한 뒤 처음으로 자사주를 매입한다는 점에서 시장은 이 사장의 행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분위기다. 27일 오후 3시 현재 호텔신라 주가는 12%대 상승하고 있다. 

다만 주주들의 호응과 달리 호텔신라 사업을 실질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조병준 호텔신라 TR(면세)부문장과 김준환 호텔신라 호텔&레저부문장의 마음은 편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사장이 이른바 '책임경영'을 꺼내들면서 직접 사재를 투입하기로 결정한 상황에서 두 사업부의 수장은 앞으로 실적 개선 성과를 통해 분명한 성과를 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면세 사업을 맡은 조병준 부문장이 누구보다도 편치 않은 상황일 것으로 보인다.

높은 따이공(중국 보따리상) 의존도와 이란 전쟁 등이 실적 개선의 발목을 잡고 있다. 고환율에 따라 달러로 결제하는 면세업의 경쟁력이 희석되고 있을뿐 아니라 고유가 탓에 여행 수요가 줄어들면 면세업 쇼핑 특수 기대도 누릴 수 없게 된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따이공 의존도가 높은 한국 면세 산업의 구조적 문제는 변함없다"며 "현 시점에서 이란 전쟁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확인되지 않지만 고유가 지속에 따라서 글로벌 소비자의 소비 둔화가 이루어질 경우 부정적인 영향은 피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인천국제공항 일부 권역에서의 면세점 철수 관련 뒷수습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적자 사업에서 손을 떼면서 앞으로 수익성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는 받고 있지만 여전한 적자 탓에 면세사업은 회사 안팎에서 눈총을 받고 있다.

호텔신라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4조683억 원, 영업이익 135억 원을 냈다. 2024년보다 매출은 3.1% 늘었고 영업손익은 흑자전환했다. 다만 순손실은 1728억 원으로 적자 규모가 확대됐다. 주력 사업인 면세 부문이 부진한 영향이다.

김 연구원은 "호텔신라의 2026년 1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를 하회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2025년 4분기와 비교해 올해 1분기 국내 면세 매출이 하락하면서 연결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호텔 사업을 담당하는 김준환 부문장에게 다행인 점은 그나마 상황이 낫다는 것이다. 호텔 사업은 면세 사업에 비해 실적이 비교적 괜찮다. 

중국 정부가 일본 여행을 자제하라고 권고한 이른바 '한일령' 덕분에 한국은 중국인의 해외 여행지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국 정부의 일본여행 자제령 이후 실제로 일본을 방문하는 중국인 수는 크게 감소했다.

남성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호텔사업부 이익 기여도 증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한일령에 따른 중국인 수요 확대와 비중국인 성장세도 높아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남성현 연구원은 "중국 시안 신라모노그램, 베트남 하노이 신라모노그램 등 위탁운영 점포 확대가 이어지는 만큼 호텔사업부 실적 성장세는 구조적으로 이어질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호텔부문은 사업영역을 확대해 지속가능한 성장기반을 마련할 것"이라며 "면세부문은 △사업구조 개선 △운영 효율화 △리스크 관리를 축으로 안정적인 수익 기반 확보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부진 호텔신라 200억 자사주 매입 '책임경영' 승부수, '호텔' 김준환 '면세' 조병준 성과 압박 부담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이사 사장의 첫 자사주 매입은 주가 부양 의지를 시장에 분명히 드러내는 동시에 실적이 엇갈리는 호텔과 면세 사업부, 특히 부진이 이어지는 면세를 향한 성과 압박을 한층 키우는 신호로 읽힌다. <그래픽 나노바나나프로2>


두 부문장의 성과가 중요한 이유는 호텔신라의 실적 개선이 주가 반등을 위한 핵심 재료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호텔신라 주가는 2018년 고점이었던 13만 원대를 기록한 뒤 하락세를 지속해 최근 4만 원대를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호텔신라 전체 실적의 80~90%를 차지하는 면세업이 장기간 부진하면서 투자 매력도가 떨어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실적을 개선하는 것은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실적이 나아진다고 곧바로 주가가 회복되진 않겠지만 실적 회복 없이 주가 상승을 기대하는 것도 어렵다.

이 사장은 호텔신라 실적을 향한 주주들의 기대가 적다는 점에서 신뢰를 이끌어내기 위해 자사주 매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통상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은 책임경영 의지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조치로 꼽힌다. 주주친화 정책으로 여겨져 주가에 호재로 작용하는 사례가 많다.

이 사장은 그동안 호텔신라 주식을 한 주도 보유하지 않은 것 때문에 종종 주주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오너경영인의 주식 보유가 법률적으로 강제사항은 아니긴 하지만 이 사장의 지분이 하나도 없다는 점이 호텔신라의 낮은 주가에 한 원인을 제공한다고 보는 시선도 있었다.

이 사장은 호텔신라 이외에 삼성전자와 삼성SDS, 삼성물산 등의 주식은 들고 있다. 26일 종가 기준으로 이 사장이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가치만 약 3조210억 원 규모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경영진의 주식 매입은 주가 부양 및 주주 가치 제고에 대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며 “책임경영을 실천하고 주주 신뢰를 강화하며 기업 가치를 높이는데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