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부동산 시장의 불법 행위를 전담 감시하는 ‘부동산감독원’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집값을 잡기 위한 ‘최후 수단’인 세제 강화 카드를 꺼내 들기 전 시장 교란 행위를 집중 감시하는 강력한 기구를 먼저 안착시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부동산 전담 감독기구 설치 추진은 2020년 문재인 정부 이후 6년 만이다. 이재명정부는 문재인정부 때와 비교해 부동산감독원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고 범정부 차원 대응체계를 꾸린다는 방침을 정했다.
 
당정 부동산감독원 설치 속도전, 투기 잡는 첨병 '빅브라더' 커지는 우려

▲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 두 번째)이 1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날 자신이 대표발의한 '부동산감독원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정안 및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다만 야당이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침해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부동산 시장 일각에서는 거래 위축을 우려하고 있어 입법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일 ‘부동산감독원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부동산감독원법)과 ‘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정부는 부동산 투기로 재산을 늘리는 시대는 끝났다는 점을 천명하며 비생산적 투기 고리를 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분명히 해 왔다”며 “오늘 발의한 부동산감독원법은 특정 부처의 경계를 완전히 허물고 범정부 차원의 강력한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기 위한 국무조정실 소관의 제정법”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날 취재진에게 "올해 상반기 내 국회 통과, 법안 공포 6개월 뒤인 하반기 감독원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동산감독원법은 국토교통부, 국세청, 경찰, 금감원 등 8곳에 분산돼 있던 부동산 감시 기능을 총괄하는 부동산감독원을 국무총리 소속으로 신설하고, 여기에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해 필요한 경우 불법 행위를 직접 조사·수사하는 집행력을 확보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앞서 당정은 8일 고위당정협의회를 열어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위해 부동산 불법 행위 대응을 전담하는 부동산감독원을 조속히 설립하기로 결정했고,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부동산감독원설치법안을 가장 빠른 시일 안에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감독원이 설치되면 금융감독원에서 금융거래 실태를 감독하듯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인 가격 급등과 급락, 불공정 거래의 관행을 바로잡고 상시적인 부동산 시장의 현황을 모니터링하며 불법적인 가격 담합, 호가 부풀리기 등을 단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와 여당이 이처럼 부동산감독원 설치에 속도를 내는 것은 ‘최후의 수단’으로 세제 강화 카드를 꺼내들기에 앞서 시장 내 불법 투기 수요를 실시간으로 차단하는 것이 부동산 시장 안정에 효과적이라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국무회의 등을 통해 집값을 안정화하고 부동산 투기를 잡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잇달아 표명하고 있다. 이에 올해 5월9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계기로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를 줄이고 보유세를 강화하는 등 ‘세금 카드’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대통령이 강한 의지를 갖고 있고 여당이 압도적 의석을 점유한 만큼 부동산감독원 설립 관련 법안들은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먼저 소관 상임위원회인 정무위원회 위원장을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 맡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국민의힘은 여당의 부동산감독원 설치 움직임에 즉각 반발하고 있다. 정무위 심사 단계부터 여야 사이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유상범 국민의힘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부동산감독원 설치법안을 두고 “지금 필요한 것은 부동산 빅브라더가 아니라 국민이 예측할 수 있는 법치와 책임 있는 정책”이라며 “이름만 감독일 뿐, 감시와 직접 수사를 결합한 초광역 권력 기구”라고 비판했다.  

자체 판단으로 조사에 착수할 수 있는데 특별사법경찰 권한까지 결합하면 부동산 모든 영역의 정보와 수사 권한이 감독원에 집중된다는 것이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법원 영장도 없이 국민들의 대출 내역과 이체 정보, 담보 내역까지 열람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은 명백한 과잉”이라며 “현대판 ‘빅브라더 입법’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고 적었다.

빅브라더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 비롯된 용어로 정보를 독점해 개인의 정신과 생활을 빠짐없이 통제하는 지배 권력이나 체제를 말한다.

앞서 문재인 정부에서도 2020년 부동산감독원과 비슷한 취지의 ‘부동산거래분석원’ 출범을 추진했으나 개인정보 침해 논란과 야권의 반발로 끝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부동산감독원은 문재인 정부 당시에 없던 직접 수사권을 갖추고 국토부 산하 기구에서 국무총리 직속으로 격상된 만큼 정부가 개인의 금융·재산 정보를 과도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는 논란은 더 커질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김현정 민주당 의원은 “일각에서 제기하는 개인정보 침해나 사생활 잠식 우려는 명백한 기우이자 투기 세력을 옹호하는 논리에 불과하다”며 “본 법안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조사와 수사를 엄격히 분리하고 촘촘한 안전장치를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이날 발의된 법안은 △부동산감독원의 금융자료 요구를 행정조사 단계에 한정 △형사처벌에 의한 수사로 전환될 때 별도의 사법 영장의 필수적 확보 △정보요청 전 부동산 감독협의회의 사전 심의 의무화 △ 활용된 정보 1년 뒤 즉시 파기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법안 심의 과정에서 조사 대상자를 규정한 제5조 등을 둘러싸고 불법 의심 거래에 한해 엄격히 조사할 수 있는지 여부가 여야 사이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사권까지 갖춘 부동산감독원 설치로 인해 단기적으로는 시장의 거래 위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 강남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정상적인 갈아타기 수요자들도 자금 출처 조사를 받게 될까 매수를 꺼릴 수 있다”며 “시장의 실질적 거래 자체가 얼어붙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로 인한 시행 초기 단계 실효성 논란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부동산감독원 권한의 범위와 운영 기준 등을 구체화하고 사후 통제 장치를 마련하는 일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때와 달리 다수 국민들이 이재명 정부가 부동산 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는 점은 부동산감독원이 안착할 수 있는 동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꽃이 6~7일 전국 만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체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2.9%는 이재명 정부가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긍정적 답변은 서울(53.4%)과 인천·경기(55.8%) 등 수도권에서 긍정적 답변이 더 높은 수치를 보였다. 

해당 조사는 가상번호를 활용한 무선·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