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더불어민주당이 내란전담재판부 구성에 '속도전'을 멈추고 숨 고르기에 들어간 듯하다.

대통령실도 위헌 시비에 대비할 것을 촉구하고 나선 만큼 이를 최소화할 방안을 찾는 데 힘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전 대통령 쪽이 위헌을 주장하고 법원이 이에 발을 맞출 가능성이 큰 만큼 '돌다리도 두드려 건넌다'는 것이다. 
 
민주당 '내란전담재판부' 숨고르기, '위헌 논란' 줄이려 더 다듬는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의원들이 8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 참석해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8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내란전담재판부가 필요하다는 인식에는 이견이 없었다. 다만 일부 위헌성 논란과 관련해 상대방에게 굳이 빌미를 줄 필요가 있느냐, 충분히 검토해서 하는 것이 좋지 않으냐는 의견이 있었다"며 "전문가들의 자문이나 각계 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다음 의총에서 다시 내용을 더 논의하고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애초 민주당은 내란전담재판부를 서둘러 구성해야 한다는 판단 아래 속도전을 펼쳤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5일 관련 법안을 민주당 주도로 처리했다. 오는 10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상정해 의결한다는 구체적 일정까지 나왔다. 

하지만 조국혁신당을 비롯해 여권 일각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쪽에 빌미를 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되는 재판이 중단되면서 윤 전 대통령이 구속 기간 만료로 풀려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왔다. 

특히 대통령실이 '위헌 논란 최소화'를 주문하면서 일단 속도를 늦춘 것으로 보인다. 

앞서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전날인 7일 서울시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열린 '이재명 정부 6개월, 성과 보고 간담회'에서 "당과 대통령실은 내란전담재판부를 추진하는 데 원칙적으로 생각을 같이한다"며 "다만 위헌 소지가 최소화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추진한다는 정도의 공감대는 형성돼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는 대통령실이 내란전담재판부에 대해 처음으로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한 것이다. 특히 조희대 대법원장의 공개 발언이 나온 것이라 더욱 의미가 컸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12·3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을 맞아 3일 이재명 대통령 초청으로 서울시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진행된 5부 요인 오찬 모두발언에서 "사법제도는 국민의 권리 보호와 사회질서 유지를 위한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에 충분한 논의와 공론화 과정을 거쳐 신중하게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며 "개별 재판부가 오직 헌법과 법률에 따라 신속하고 공정하게 재판할 것이라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 면전에서 내란전담재판부 구성을 반대의 뜻을 표시한 것이다. 

여권 기류와 별도로 야권과 법원은 위헌 우려 등을 제기하며 공세를 높여가고 있다.

국민의힘은 4일 국회에서 헌법학자들과 실무 담당 변호사들과 함께 '특별재판부 설치 및 법왜곡죄 신설의 위헌성 긴급세미나'를 열고 법안 통과시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제청 청구를 예고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과 각급 법원장 43명은 5일 서울시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서 전국법원장회의 정기회의를 열고 '내란전담재판부 설치'와 '법왜곡죄 신설' 법안에 대해 "신설 법안이, 재판의 중립성과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고 종국적으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해 위헌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 때문인지 민주당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의 사실상 수정을 예고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는 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은 위헌이 아니더라도 위헌 시비마저 최소화하겠다"며 "의원총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해 필요한 부분은 보완하고 수정할 부분은 과감히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와 함께 윤 전 대통령 쪽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청구하고 이를 법원이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한다고 해도 형사재판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헌법재판소법 개정까지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현행 법률은 법원이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면 관련 형사재판을 중단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테면 지귀연 재판부의 윤석열 재판이 중단되고, 이에 구속기간 만료에 윤 전 대통령이 풀려날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 '내란전담재판부' 숨고르기, '위헌 논란' 줄이려 더 다듬는다

조국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가운데)가 7일 국회에서 열린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내란전담재판부 등 여당이 추진 중인 법안에 대한 의견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소속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은 1일 '헌법재판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는 형법 제2편 제1장(내란의 죄), 제2장(외환의 죄)에 규정된 죄에 관한 종국재판 외의 형사재판은 정지되지 아니한다는 규정을 추가하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한다. 

한편 조국혁신당은 위헌 소지를 줄이기 위해 내란전담재판부법안을 구체적으로 제안하고 있다. 

서왕진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는 7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법무부 장관·헌재 사무처장 추천권을 배제 △전담재판부 추천위원 전국법관대표회의·한국법학교수회·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가 맡는 구조로 대체 △추천위원회 구성 방식은 대법원 규칙에 위임하되 대법원이 위 세 단체 추천 인사 중 임명하는 방식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권석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