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9월23일 미국 텍사스주 애빌린에 위치한 데이터센터 건설 현장을 방문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AI 개발사 xAI는 추가 투자를 성사시키고 수익화 시기도 오픈AI보다 빠를 것으로 보여 오픈AI가 '자금줄 경쟁'에서 밀리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투자은행 HSBC는 최근 보고서 통해 “오픈AI는 2030년까지 흑자전환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경제전문지 포천이 2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오픈AI는 5천억 달러(약 732조 원)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구축 프로젝트 ‘스타게이트’를 포함해 미국과 아랍에미리트(UAE) 등에 대규모 인프라 구축 계획을 갖고 있다.
HSBC는 오픈AI가 2033년까지 앞으로 8년 동안 모두 1조4천억 달러(약 2050조 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를 하려 한다고 집계했다.
이에 오픈AI는 챗GPT를 유료화하고 수익원을 늘리고 있지만 계속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 것이다.
HSBC는 “오픈AI는 2030년에 2130억 달러(약 311조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할 것”이라면서도 “이는 투자 규모와 벌어진 괴리를 메우기에 충분치 않다”고 설명했다.
오픈AI는 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외부 투자를 유치하고 협업을 늘리며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소프트뱅크와 오라클을 비롯한 오픈AI의 협업사는 오픈AI의 무리한 투자 계획과 기업가치 하락 우려 여파로 최근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6일 소프트뱅크 주가는 10월 말과 비교해 40% 폭락했다. 소프트뱅크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3천억 달러(약 439조 원)를 투자하기로 오픈AI와 약속했다.
오라클도 올해 9월10일 오픈AI에 3천억 달러(약 439조 원) 규모의 클라우드를 제공하기로 계약을 맺고 주가가 폭등했다가 11월까지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블룸버그는 논평을 통해 “오픈AI가 수천억 달러 규모의 계약금을 어떻게 지불할 계획인지 아무도 모른다”며 “협업사가 손해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픈AI를 둘러싼 투자 환경은 AI 후발주자인 xAI와 대비를 이룬다. xAI가 최근 추가 투자를 유치하고 오픈AI보다 이른 시일에 수익화를 달성할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포브스는 19일 xAI 투자 설명회에서 나온 발언을 인용해 “xAI는 100억 달러(약 14조6200억 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며 “2~3년 안에 흑자 전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CNBC 또한 25일자 기사를 통해 xAI가 150억 달러(약 22조 원) 규모의 자금 조달 라운드를 12월 성사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 xAI가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에 운영하는 데이터센터. 11월5일 촬영됐다. < xAI >
물론 오픈AI와 xAI는 각자 처한 투자 환경은 서로 다르다. 무엇보다 xAI는 설립자 일론 머스크가 세운 다른 기업으로부터 투자를 받을 수 있다.
실제 일론 머스크의 우주항공 기업 스페이스X는 xAI에 20억 달러(약 2조9천억 원)를 투자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7월12일 보도했다.
그러나 이 같은 차이를 고려해도 오픈AI가 현금 흐름을 개선하지 못하면 추가 투자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블룸버그는 “현금 경쟁으로 변한 AI 시장에서는 재무 상태가 좋은 기업이 당연히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지적했다.
AI 시장은 최근 투자가 과도하지 않냐는 우려에 ‘버블론’까지 떠오르고 있다. 부풀었던 거품이 터지거나 분위기가 가라앉으면 AI기업은 추가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오픈AI는 AI 투자를 주도했던 기업이지만 수익화가 늦고 추가 투자를 확보하지 못하면 자칫 자금줄이 말라버릴 수도 있다. 이는 xAI가 AI 인프라 경쟁에 앞서 나갈 가능성을 키운다.
일론 머스크는 장점으로 평가받는 막강한 투자자 인맥을 등에 업고 xAI 자금 조달을 할 수도 있다.
포브스에 따르면 xAI 투자를 주도하는 기관 가운데 하나인 발러에쿼티파트너스의 설립자 안토니오 그라치아스는 일론 머스크와 오랜 친구 사이다.
더구나 일론 머스크는 자신이 2022년에 인수했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X를 xAI에 합병시키는 등 과감한 움직임과 개인 자산을 바탕으로 한 자금 여력도 크다.
반면 오픈AI는 영리기업 전환 절차가 오래 걸리고 복잡해 길게 보면 외부 투자에 한계를 맞을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같은 소수 투자자 기반에 의존해야 한다는 약점도 오픈AI는 가진다.
요컨대 인프라 투자 물량경쟁이 핵심인 생성형 AI 시장에서 오픈AI가 ‘무리한 투자’로 뒀다가 자금 문제에 어려움을 겪으면 xAI는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에 오를 수 있다.
HSBC는 “오픈AI도 부채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을 내놨지만 현재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너무 어려운 도전”이라고 평가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