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제미나이로 'AI 승자' 부각, 'AI 동맹' 삼성전자 반도체·모바일 두 토끼 잡는다

▲ 구글이 인공지능(AI) 산업의 새로운 승자로 떠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AI 동맹'인 삼성전자가 반도체·모바일에서 경쟁력을 더 키울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구글이 인공지능(AI) 사업의 유력한 승자로 떠오르면서, 구글과 'AI 동맹'을 맺고 있는 삼성전자도 모바일·반도체 등의 사업 분야에서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구글의 생성형 AI 모델 '제미나이'를 갤럭시 기기에 탑재해 활용하고 있는데, 최신 버전인 '제미나이 3.0'의 성능이 급격하게 향상되면서 AI 스마트폰 시장에서 긍정적 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구글의 자체 AI 칩 제조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역할도 부각되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가 구글과 손잡고 AI 시대에 '반도체·모바일'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5일 전자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구글이 지난 18일 출시한 생성형 AI 모델 '제미나이 3.0'이 뛰어난 성능으로 호평받으면서, 구글이 AI 전쟁에서 최종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제미나이 3.0은 이미지, 비디오 등 복합적인 시각적 콘텐츠를 이해하고 추론하는 능력에서 오픈AI의 'GPT-5.1'을 뛰어넘는다는 평가를 받았다.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도 제미나이 3.0을 접한 뒤 직원들에게 공유한 메모에서 "구글의 AI 발전이 회사에 일시적인 경제 역풍을 일으킬 수 있다"며 "이제 우리가 쫓아가야 하는 처지"라고 토로했다.

제미나이 3.0의 뛰어난 성능에 24일(현지시각) 구글(알파벳 A) 주가는 6.31% 상승했고, 올해 들어서만 67%가량 주가가 오르는 등 미국증시 대표주인 'M7(마이크로소프트·메타·아마존·알파벳·애플·엔비디아·테슬라)' 가운데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 투자회사 멜리우스의 벤 라이트지스 연구원은 "구글이 오픈AI를 ‘이 시대의 AOL(인터넷 시대 선두주자였던 기업)’로 만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일부 투자자는 구글이 제미나이와 자체 AI 역량을 기반으로 AI 경쟁에서 최종 승자가 될 수 있다는 공포를 느끼고 있다"고 분석했다.

제미나이 3.0을 앞세운 구글의 AI 경쟁력 강화는 삼성전자에도 호재다.

삼성전자는 이미 구글 제미나이를 모바일 AI 전략의 핵심 파트너로 두고 있는 만큼, 제미나이 3.0을 갤럭시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의 AI 경험을 강화하는 데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애플과 AI 분야에서 격차를 더 벌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삼성전자의 확장현실(XR) 기기 '갤럭시 XR'도 구글 AI 비서 ‘제미나이’와 대화에 특화된 '제미나이 라이브'가 탑재돼 사용자가 보는 것과 듣는 것을 같이 인식하며, 주변 환경을 이해하고 맥락을 파악해 매끄러운 작업 수행을 지원한다.

미국 IT매체 샘모바일은 "갤럭시는 '제미나이 라이브' 기능을 지원하는 최초의 기기"라며 "최근 업데이트를 통해 AI 음성의 적응력이 높아졌고, 표현력은 풍부해져 사용자 경험이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구글 제미나이로 'AI 승자' 부각, 'AI 동맹' 삼성전자 반도체·모바일 두 토끼 잡는다

▲ 삼성전자는 구글의 자체 AI 칩 '아이언우드'에 HBM3E를 공급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는 반도체 분야에서도 구글과 밀접하게 협력하고 있다.

구글은 지난 6일 자체 AI 칩인 7세대 텐서처리장치(TPU) '아이언우드'를 공개했는데, 성능이 엔비디아의 최첨단 AI 칩 '블랙웰(GB300)'을 뛰어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일반적인 그래픽처리장치(GPU) 대비 최대 80%까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아이언우드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가 탑재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글은 올해 3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5대 고객사에 포함되기도 했다.

구글은 아이언우드를 외부 데이터센터, 소규모 클라우드 업체에도 공급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동안 구글 내부에서만 사용하던 TPU를 외부에도 판매함에 따라 삼성전자의 HBM 공급도 증가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아이어우드는 이전 세대보다 6배 증가한 192기가바이트(GB)의 HBM3E가 탑재된다. 

메타도 2027년부터 데이터센터에 구글 TPU를 도입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측은 "아이언우드는 엔비디아의 경쟁 플랫폼보다 뛰어난 성능을 발휘한다"며 "구글의 TPU 출하량은 2026년까지 연평균 40% 이상 증가하며,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CSP)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글과 삼성전자는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에서도 협력이 점쳐지고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이미 구글의 모바일 칩 '텐서'를 1세부터 4세대까지 제조해왔다. 텐서4는 삼성전자의 첨단 4나노 공정을 활용했다.

현 AI 칩인 아이언우드는 대만 TSMC가 위탁생산을 담당하지만, 향후 수요 증가에 따라 '멀티 공급사' 체제를 구축할 가능성도 충분한 것으로 분석된다. 엔비디아의 GPU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자체 칩을 개발하는 구글 입장에서 AI칩 생산까지 단일 파운드리에 의존하는 것은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테슬라도 AI 반도체 'AI5' 생산을 TSMC에 단독으로 맡기려 했지만, 결국 삼성 파운드리가 AI5 공급망에 추가 합류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구글, 아마존 등 대형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들은 AI 칩 생산 단가를 낮추기 위해 파운드리 경쟁을 유도하는 전략을 취할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2나노 첨단 파운드리 공정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구글을 비롯한 대형 고객사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