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가 개인사업자 부동산담보대출 카드를 통해 대출 규모 확대와 포용금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나섰다. <그래픽 씨저널>
누적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 순이익을 이어갔지만, 3분기 단일 분기 성적표에서는 순이익 감소와 NIM(순이자마진) 하락이 동시에 나타났다.
정부의 고강도 가계대출 규제가 대출 규모 감소의 중요 원인으로 작용했고, 이에 따라 이자수익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개인사업자 부동산담보대출’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개인사업자 부동산담보대출이 상생금융 기조를 지키면서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안전판’으로서의 역할을 해줄 수 있다는 기대가 큰 것으로 보인다.
◆ 가계대출 규제에 눌린 NIM, 드러난 3분기 실적의 한계
카카오뱅크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375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5.5% 늘었다. 3분기 누적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지만, 3분기만 개별적으로 놓고 보면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카카오뱅크의 2025년 3분기 단일 당기순이익은 1114억 원, 영업이익은 151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0.3%, 13% 줄었다.
카카오뱅크 3분기 실적이 주춤했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이자부문의 부진이다. 3분기 이자수익은 4922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 감소했으며 3분기 누적 여신이자수익도 1조 4921억 원으로 3.1% 줄었다.
카카오뱅크와 같은 인터넷은행은 대기업 대출이 법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출의 대부분을 가계대출에 의존한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가계대출 규모를 억제하는 정책을 시행하면서 대출 성장세가 제한됐다.
이 영향은 NIM(순이자마진)에 그대로 반영됐다. 카카오뱅크의 NIM은 2분기 기준 1.92%로 4년 만에 2% 아래로 하락했는데, 3분기에는 1.81%로 0.11%포인트 더 하락했다.
권태훈 카카오뱅크 CFO가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제시한 연간 NIM 가이던스가 ‘1.9%대’라는 것을 살피면 가이던스를 지키기 위한 부담이 한층 커진 셈이다.
◆ 상생금융은 유지, ‘개인사업자 담보대출’로 안전판 만든다
가계대출 규모가 제한되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카카오뱅크가 규모를 적극적으로 늘려갈 수 있는 대출 유형은 개인사업자 대출이다. 개인사업자 대출은 소상공인에게 금융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점에서 정부의 상생금융 기조와도 발맞출 수 있는 카드다.
문제는 개인사업자 대출을 받는 소상공인 가운데 중저신용자의 비중이 높고, 경기 민감성이 높다보니 가계대출보다 리스크 관리가 어렵다는 것이다. 중저신용자 대출을 정책적으로 강화해야하는 카카오뱅크 입장에서는 개인사업자 대출을 무리하게 늘리는 것이 자산건전성 측면에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가 꺼내든 카드가 바로 ‘개인사업자 부동산 담보대출’이다. 상생금융 확대라는 기조를 지키면서 개인사업자 대출 규모를 늘리고, 그 과정에서 커지는 리스크는 담보대출이라는 형식을 통해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카카오뱅크의 개인사업자 부동산 담보대출의 최대 한도는 10억 원으로, 담보 인정 범위를 넓게 잡았다는 것이 이 상품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공동주택, 오피스텔, 집합상가 등 다양한 유형의 부동산을 담보로 인정하고, 자동가치산정모형(AVM) 또는 감정평가를 활용해 담보가치를 산정한다.
소상공인 금융 지원 확대라는 정책적 요구와, 카카오뱅크 입장에서의 이자수익 구조 다변화, 리스크 관리 필요성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상품인 셈이다.
◆ 담보 있다고 끝은 아니다, 자영업·부동산 사이클에 묶인 새로운 뇌관 가능성
다만 일반적으로 직장인보다 금융안정성이 떨어지는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담보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리스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개인사업자 부동산담보대출은 이름 그대로 개인사업자와 부동산 시장이라는 두 개의 경기 사이클에 동시에 묶여 있는 상품이다.
경기 둔화나 소비 위축, 업종의 경쟁 심화 등으로 자영업 환경이 악화된다면 담보와 관계없이 이자 상환이 어려워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담보로 잡은 부동산의 가격이 하락하면 담보가치와 실제 대출 잔액 사이에 괴리가 발생하면서 카카오뱅크와 대출을 받은 소상공인 모두에게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자영업 경기와 부동산 가격이 동시에 악화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면 담보가 있다고 하더라도 해당 채권의 안정성이 심각하게 악화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인터넷뱅크업계 관계자는 “소상공인들이 사업과 관련된 대출을 받을 때 기존의 전통 은행권에서는 조금 소외됐던 부분이 있고 이런 지점을 인터넷뱅크가 포용금융, 그리고 대출 규모 확대의 관점에서 채우고 있다”라며 “다만 일반 가계대출보다 연체율이나 건전성 관리가 까다로운 면이 있고 경기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무리해서 소상공인 대출을 늘리다보면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