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성 코오롱인더스트리 대표이사가 외부인재 수혈을 통해 아라미드와 타이어코드 사업에서 위기를 극복하려고 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주요 사업인 아라미드와 타이어코드 부문에서 위기 신호가 나타남에 따라 돌파구를 찾으려는 의도로 읽힌다.
◆ 허성 대표 취임 뒤 외부 수혈에 힘주는 코오롱인더스트리
코오롱인더스트리는 2024년 11월 허성 대표 취임 뒤 외부 수혈에 공을 들이고 있다.
2025년 들어 4월에는 우영진 전 한화오션 재무실장을 최고재무책임자(CFO) 전무로, 이재천 전 LS오토모티브 테크놀로지스 최고제품책임자(CPO)를 구매담당 전무로 임명했다.
그 뒤 7월에는 이병인 전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가 법무실장으로 왔다. 가장 최근인 10월에는 김시영 전 DL케미칼 전무를 제조부문 부사장으로 임명하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허 대표 임명 뒤 외부수혈이 강화된 배경을 두고 허 대표가 비(非) 코오롱 출신 경영진이라는 점도 일조했을 것이라는 시선을 내보이고 있다.
허 대표는 글로벌 도료업체 악조노벨과 삼화페인트에서 30년 간 경력을 쌓은 뒤 코오롱인더스트리에서 최고전략책임자(CSO)를 맡은 바 있다. 그 뒤 2023년에는 코오롱ENP 대표이사를 맡아 조직을 정비하고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척하는 혁신을 추진했다.
허 대표는 코오롱 외부에서 영입된 인물인 만큼 사업적 혁신을 위해 새로운 관점을 지닌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분위기 쇄신에 중요한 요소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코오롱그룹 계열사들이 그동안 임원인사에서 내부인재를 주로 등용하는 보수적 기조를 보여왔던 점에 비춰볼 때 2025년 인사기조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코오롱인더스트리가 현재 당면한 제반사정과 영입인사의 면면을 살펴보면 수긍이 가는 인사로 분석된다.
◆ 코오롱인더스트리, 전방산업 악화에 위기 극복 위해 온힘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주력사업인 아라미드와 타이어코드 분야에서 동시에 위기 조짐을 만나고 있다.
아라미드 부문은 중국업체들의 저가공세와 공급과잉 여파로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아라미드는 같은 무게의 강철보다 강도는 5배 이상 높고, 500도 이상의 고온도 견딜 수 있는 섬유로 전기차 타이어와 광케이블, 방탄복 등에 활용될 수 있는 소재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 자료에 따르면 아라미드 수출단가 추이는 2025년 9월 기준 톤당 1만5706달러로 2024년 9월과 비교해 13.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수출중량이 440톤에서 659톤으로 절반 가까이 증가했음에도 제품 수익성이 악화돼 수출단가가 하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글로벌 아라미드 톱3에 들어가는 업체로 2023년 약 3천억 원을 투입해 생산라인을 증설했다.
증설 뒤 아라미드 연간 생산규모는 7500톤에서 1만5310톤으로 증가했지만 중국의 물량공세로 현재 증설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우영진 CFO와 이재천 구매담당 전무를 영입한 것도 중국발 물량공세 상황에서 판가조정과 고정비 부담 등 재무적 측면과 사업적 측면의 조율이 중요해졌기 때문인 것으로 읽힌다.
또 다른 주력 사업인 타이어코드 역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고객사들의 재고 조정으로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데 더해 경쟁사와 법률적 잡음도 발생하고 있어서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HS효성첨단소재와 하이브리드 타이어코드(HTC)와 관련해 특허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HTC는 자동차 타이어의 뼈대 역할을 하는 핵심 보강재로, 아라미드와 나일론으로 만든 차세대 타이어코드다.
HS효성첨단소재는 코오롱인더스트리가 2015년 등록한 HTC 관련 특허를 두고 많은 업체가 30년 전부터 사용한 공지의 기술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특허법원 제5부는 2025년 6월 열린 코오롱인더스트리 HTC 특허무효소송에서 원고인 HS효성첨단소재의 승소판결을 내렸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이에 불복해 2025년 7월 대법원에 상고했다. 이 시기는 이병인 전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가 법무실장으로 온 시점과 맞물려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관계자는 "새로운 법무실장인 이병인 전무 발탁 뒤 대응전략을 재정비하고 있다"며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적재산권을 비롯한 회의 권리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며 대법원의 합리적 판단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성 대표는 새로 영입된 인재들을 바탕으로 기존 사업의 위기국면을 넘어서고, 새로운 성장동력 찾기에 속도를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DL케미칼에서 온 김시영 제조부문 부사장에게는 신사업발굴과 제조 효율화를 위한 조율을 맡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부사장은 1977년 태어나 미국에서 코넬대학교를 졸업하고 영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석유화학 기업인 인피니움에서 경력을 쌓은 바 있다. 2024년 말 DL케미칼 경영전략본부장 전무로 일했고, 1년 만에 코오롱인더스트리로 자리를 옮겼다.
코오롱인더스트리 관계자는 씨저널과 통화에서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새로운 임원들과 기존 구성원들의 시너지를 바탕으로 운영 효율화(Operation Excellence)를 통해 생산부터 판매까지 모든 단계에서 성과를 최고수준으로 올리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