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부여당이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을 25%로 하향 조정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러나 배당소득 분리과세 법안의 실제 국회 처리는 국민의힘과의 '배임죄 개정' 정쟁으로 인해 12월 이후로 넘어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당정 배당소득 분리과세 25%로 가닥, 배임죄 개정 맞물려 '12월 배당시즌' 넘기나

▲ 정부여당이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을 25%로 낮추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가운데 국회 통과 시점이 주목된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맨 왼쪽부터), 김민석 국무총리,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병기 원내대표가 9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 시작 전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정치권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당정대(더불어민주당·정부·대통령실)는 배당소득 분리과세와 관련해 정부안이었던 최고세율 35%를 25%로 낮추는 쪽으로 공감대를 형성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제도는 연 2천만 원을 초과하는 배당소득에 대해 종합소득세(최고세율 45%)가 아닌 별도 세율을 적용해 더 많은 배당을 유도하는 정책이다. 

정부는 지난 9월 국회에 제출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에서 최고세율을 35%로 제시했으나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소영 의원을 중심으로 “25%까지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9일 고위 당정협의회 직후 브리핑에서 “세수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도 배당 활성화 효과를 최대한 촉진할 수 있도록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 합리적 조정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며 “당에서 주로 다수 의견을 갖고 있는 쪽으로 방향이 잡힐 가능성이 있다는 걸 해석의 영역으로 남겨두겠다”고 말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도 이날 당정협의회 모두 발언에서 “지난 두 달간 배당소득 분리과세 시 적용되는 세율을 포함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논의돼 왔다”면서 “국민이 제시한 의견에 당·정·대가 화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고배당 기업의 대주주 양도소득세 최고세율(25%)과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을 일치시켜 대주주가 ‘주식 매각’ 대신 ‘현금 배당’을 선택하도록 유도해 주주환원을 극대화하겠다는 정부여당의 정책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도 연 2천만 원 이상 종합과세 대상자에 대해 최고세율을 25%로 인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 대한 여야의 입장 차가 어느 정도 좁혀진 셈이다.

문제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법안을 포함한 2026년도 세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 시점이다.

세법 개정안을 심사하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오는 13일부터 조세소위원회를 가동해 세법 개정안 심사에 본격 착수할 예정이다. 하지만 ‘배임죄 개정’ 문제와 세법 개정안 처리가 연계 된다면 법안 통과가 미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물론 자사주 소각을 담은 3차 상법 개정을 배임죄 폐지와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당정 배당소득 분리과세 25%로 가닥, 배임죄 개정 맞물려 '12월 배당시즌' 넘기나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배당 확대(분리과세)라는 '주주 친화' 정책과 '경영 불확실성 해소'(배임죄 개정)라는 기업 친화 정책을 패키지 개혁안으로 동시에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배임죄 개정 부분은 국민의힘과 첨예한 갈등을 겪고 있는 사안이다. 국민의힘은 배임죄 개정을 '이재명 대통령 구하기'로 규정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특히 최근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따른 여야의 정쟁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어 배임죄 개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장동 사건의 주요 쟁점 가운데 하나가 배임죄 부분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만일 배임죄 폐지가 늦춰질 경우 상법 개정과 배당소득 분리과세 역시 시점이 뒤로 밀릴 가능성이 있다.

김 원내대표는 9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배임죄 폐지는 30개 정도 되는 법을 고쳐야 하고 관련 사건을 다 검토해야 하는데 법무부에서 물리적 시간이 부족한 것 같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완벽하게 하는 게 당연하다. 조금 연기될 것 같다”고 말해 배임죄 개정 처리 시점이 늦춰질 수 있다고 바라봤다.

배당소득 분리과세의 최고세율을 대주주 주식 양도세율 수준으로 낮추는 것은 단순히 세금 감면을 넘어 한국 주식시장에서 주주 환원을 활성화하고 연말의 비정상적인 매도 패턴을 완화하려는 목적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12월 또는 연말까지 처리 시점이 밀린다면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분리과세 지연은 연말 증시의 ‘배당주 매수 유인’을 약화시켜 시장의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담긴 세법 개정안은 예산안의 부수 법안으로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인 12월2일 전까지 처리돼야 하지만 여야의 갈등으로 처리 시점이 불투명한 셈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세제 개편 효과를 더욱 높이려면 신속한 입법이 중요하지만 여야의 정치적 쟁점이 복잡하게 얽힌 만큼 극적인 정치적 타협점을 찾지 않는 한 12월 말까지 처리될 지는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