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이재용 회장 취임 3년, 이건희 '신경영' 넘어 '뉴삼성' 성공 드라이브

▲ 회장 취임 3주년을 맞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뉴삼성'의 성공 갈림길 위에 놓인 것으로 분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회장 취임 3주년을 맞았다.

삼성전자는 지난 3년 동안 기술 경쟁력이 약해졌고, 이 회장은 사법리스크로 경영활동에 제약이 발생하는 등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하지만 올해 7월 이 회장이 사법리스크를 해소한 데다 인공지능(AI) 수요로 반도체 업황도 개선되고 있는 만큼, '뉴삼성'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기술리더십 강화와 지배구조 개선 등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27일 삼성전자 안팎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해 취임 2주기와 마찬가지로 올해 취임 3주년에도 별도의 행사나 메시지 없이, 조용히 향후 경영 구상에 집중하고 있다.

이 회장이 회장으로서 지낸 최근 3년은 '삼성전자 위기론'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였다.

이 회장은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을 통해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에서 세계 1등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2023~2024년 시스템반도체(파운드리, 비메모리)에서 수조 원대 영업손실을 내며 어려움을 겪었다.

게다가 오랫동안 압도적인 1등을 유지하던 메모리반도체에서도 '초격차(따라올 수 없는 격차)' 지위가 흔들리며 이 회장의 리더십에도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이 늘어났다. 올해 2분기에는 역사상 처음으로 메모리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SK하이닉스에 내줬다. 

이 회장은 지난 3월 삼성 임원들에게 "삼성다운 저력을 잃었다. 사즉생의 각오로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승부에 독한 삼성인'이 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오랫동안 '제일모직-삼성물산 부당 합병' 재판으로 경영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올해 7월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아버지 고 이건희 선대회장의 '신경영'을 넘어 자신의 '뉴삼성'에 도달하기 위한 출발점에 설 수 있게 됐다.

뉴삼성은 과거 영광에서 벗어나, 글로벌 환경과 패러다임에 맞춰 기술과 인재를 확보해 삼성을 새롭게 재건하는 비전을 말한다.

이 회장의 최우선 과제는 근원적 기술력 회복이다.

메모리에서는 AI 반도체 시장의 핵심인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의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망에 진입하고 기술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는 올해까지 HBM에서 경쟁사에 뒤처졌으나, 2026년 출시하는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에서는 SK하이닉스와 기술 격차를 좁힐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파운드리는 대만 TSMC와 기술 격차를 줄이고 대형 고객사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삼성 파운드리는 최근 테슬라, 애플로부터 수주를 확보하고 2나노 양산도 본격화하는 등 반등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 취임 3년, 이건희 '신경영' 넘어 '뉴삼성' 성공 드라이브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4일 오전 경기도 수원 선영에서 치러진 고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회장의 5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냉난방공조, 바이오 등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투자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최근 삼성물산과 함께 혈액 채취만으로 암을 조기 진단하는 미국 생명공학 기업 '그레일(Grail)'에 1억1천만 달러(약 1500억 원)를 투자했고, 올해 들어 독일 공조기업 플랙트그룹(약 2조3천억 원)과 미국 마시모의 오디오 사업부(약 5천억 원)를 인수하는 등 한동안 중단했던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서고 있다.

다음 인수합병 목표로는 AI, 로봇 기업 등이 거론된다.

지배구조 개선도 '뉴삼성'의 성공을 위한 선결과제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삼성의 위기 원인을 경영진이 단기 성과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에서 찾는다. 과거 미래전략실은 이건희 선대회장의 '신경영'을 뒷받침하며 장기적 관점에서 삼성의 성장을 이끌었지만, 현재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는 각 부문의 조율 기능만 담당하는 만큼 단일한 비전 아래 역량을 집중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이 2026년 3월 주주총회에서 등기이사로 복귀해 책임경영을 선언하고 , 그룹 콘트롤타워를 재건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그룹 내외부에서 커지고 있다.

성과 중심 문화를 구축하는 데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 임원들의 장기 성과인센티브(LTI)를 주식으로 지급하기로 결정했고, 최근에는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성과연동 주식보상(PSU)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PSU는 회사의 주가가 오를수록 임직원이 받는 보상 규모가 커져, 동기부여에 적합한 제도로 불린다. 향후 3년의 주가를 기준으로 주식이 지급되므로, 임직원들이 단기적인 실적에 집중하는 것을 방지하고 회사의 중장기적인 성장 전략에 맞춰 업무를 수행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이는 오랫동안 느슨해진 조직의 실행력을 높이고 약화된 기술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해소됐고,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실적 개선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뉴삼성'으로 도약하기 위한 환경은 갖춰졌다"며 "이번 연말 인사를 통해 이 회장이 추구하는 변화의 방향성이 어느 정도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