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에서 또다시 화재가 발생했다. 국내에서 벤츠 전기차 화재 사고는 이번이 세 번째다. 

지난 5일 오전 경기 수원시 권선구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충전 중이던 벤츠 준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250'에서 화재가 발생해 주위에 주차해 있던 차량 2대와 주차시설 일부가 불에 타는 피해를 입었다.
 
'벤츠 전기차 또 화재' 배터리 기술 결함 알고도 한국선 리콜 외면했나, 불신 더 커져

▲ 지난 10월5일 오전 8시쯤 경기 수원시 권선구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충전 중이던 메르세데스-벤츠의 준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250'에서 화재가 발생한 모습. <경기도소방재난본부>


화재가 난 벤츠 전기차 EQA 모델은 앞서 올해 3월 중국에서 배터리 관련 결함 문제로 전량 자발적 시정조치(리콜)됐다. 벤츠코리아 측은 이같은 배터리 관련 기술적 결함을 알면서도 국내에선 리콜을 실시하지 않아, 화재 사고를 사실상 방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0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이미 올해 3월 중국에선 EQA 모델의 배터리 화재 위험을 인정하고 전량 리콜 조치를 실시했음에도,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국내에서 별도 조치에 나서지 않아 화재 사고로 이어졌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QA 모델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해외에서도 이미 EQA 모델에서 화재가 난 사례가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영국 노샘프턴셔에서 집 앞에 주차 중이던 EQA 모델에서 불이 났고, 올해 4월에는 중국에서 충전 중이던 EQA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차량이 모두 탔다.

메르세데스-벤츠 측은 올해 3월 전기차 배터리 화재 위험을 이유로 중국에서 대규모 자발적 시정조치(리콜)를 실시했다. 리콜 대상 모델에는 화재가 발생한 EQA도 포함됐다.

올해 3월 베이징벤츠는 2021년 4월1일부터 2023년 10월31일 사이에 생산된 전기차 EQA와 EQB 등 모두 1만2308대를 리콜한다고 발표하면서 “리콜 대상 차량 가운데 일부는 고전압 배터리 생산 과정의 문제로 배터리 신뢰성이 저하됐다”고 밝혔다.

벤츠 측이 EQA 배터리 관련 기술에 결함이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다만 중국에서 리콜 조치된 EQA 모델에는 중국 CATL이 제조한 배터리가 탑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수원 화재 사고 차량인 EQA250에는 국내 SK온이 제작한 배터리가 탑재됐다. 메르세데스-벤츠는 EQA 모델에 중국 CATL 배터리를 사용해왔지만, 2023년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을 내놓으면서 SK온 배터리로 변경했다. 

국내 소비자 사이에서는 이번 수원 EQA 화재로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를 더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중국에서 대규모 리콜을 실시했음에도, 벤츠코리아가 국내 판매량이 많지 않다는 이유로 EQA의 배터리 화재 가능성을 방치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EQA와 EQB는 지난해 국내에서 모두 1900여 대 정도가 판매됐다.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EQA250은 올해 187대가 팔렸다. 
 
'벤츠 전기차 또 화재' 배터리 기술 결함 알고도 한국선 리콜 외면했나, 불신 더 커져

▲ 메르세데스-벤츠 ‘더 뉴 EQA250’.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일각에서는 국산 배터리가 탑재된 벤츠 전기차에서도 화재가 발생하면서 벤츠의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내놓고 있다.

수원시 권선구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충전 중 화재가 발생한 차량은 2023년형 EQA250 모델이다.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이 '전기차에 연기가 난다'며 신고했고, 경기소방본부는 장비 19대와 소방관 57명을 투입해 30분 만에 화재를 진압했다.

화재로 EQA250 모델과 주변에 주차된 차량 2대가 불에 탔고, 아파트 방재실 직원인 50대 남성은 진화 과정에서 연기를 흡입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화재 당시 주민 수십여 명이 대피하기도 했다.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은 지난해 8월 인천 청라동 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 사고와 11월 충남 아산 아파트 지하주차장 사고 이후 이번이 세 번째다.

인천 청라동 아파트 전기차 화재 사고 차량인 EQE 모델에는 중국 파라시스 배터리가 탑재됐다. 하지만 충남 아산 사고 관련 EQC 모델에는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가, 이번 EQA250에는 SK온 배터리가 들어갔다.

인천 청라동 화재 당시만 해도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가 컸지만, 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들에서도 연이어 화재가 발생하면서 벤츠의 BMS 기술 안전도에 대해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벤츠 전기차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 A씨는 “국내산 배터리를 탑재했음에도 화재가 발생했으면, 이제 충전 중에도 신경을 써야하는 것 아니냐”며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의 대응이 중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이용자 B씨는 “걱정도 많이 되고 불안한 마음이 크다”며 “3년 정도만 타다가 다른 브랜드로 바꿀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EQA 화재 사고와 관련해 벤츠코리아 측은 "중국에서 판매된 EQA는 국내에서 판매된 차량과 사양이 다르며, 중국 리콜 대상은 한국에서 판매된 차량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며 "동일 차종이라고 해도 해외에서 판매되는 모델의 (배터리 등) 부품 또는 사양이 다를 수 있다"고 밝혔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