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장외투쟁 카드 또 효용성 논란, 당 쇄신 없는 장동혁 '제2의 황교안' 되나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오후 대구 동구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야당탄압·독재정치 국민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국민의힘이 대구에서 꺼내든 장외투쟁 카드가 효용성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5년8개월 만에 다시금 장외투쟁이 나섰지만 당의 우경화만 심해져 장동혁 대표가 '제2의 황교안'이 될 수 있다는 어두운 전망이 벌써부터 고개를 든다. 

국민의힘은 22일 대구 경산산업단지관리공단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이는 '보수의 심장'인 대구·경북에서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장 대표는 이날 최고의원회의에서 "자동차 부품산업이 집적된 경산은 관세 협상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곳"이라며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만약 합의문에 서명했더라면 탄핵당했을 것'이라며 사실상 관세 협상이 완전히 실패였음을 인정했다"고 이 대통령을 맹비난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전날인 21일 대구 동구 동대구역에서 '야당탄압·독재정치 국민 규탄대회'를 개최하면서 장외투쟁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이날 집회에는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70여 명의 의원들과 40여 명의 원외 인사, 당원과 지지자 등 약 7만 명(국민의힘 추산)이 참여했다.

집회에 참여한 이들은 "야당 탄압·독재 정치 중단하라", "헌법 파괴·일당 독재 규탄한다"고 외쳤다.

국민의힘은 25일에는 대전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연다. 서울에서도 대규모 집회를 여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경부선'을 타고 장외집회 열기를 서울로 끌어오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이처럼 장외투쟁을 나선 것은 표 대결에서 번번히 패배하면서 원내에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절박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검 수사를 통해 당원 가운데 11만여 명이 통일교 교인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당의 존립 기반마저 위태롭다는 위기감이 커졌다.    
국힘 장외투쟁 카드 또 효용성 논란, 당 쇄신 없는 장동혁 '제2의 황교안' 되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019년 9월16일 오후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파면 촉구' 삭발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국민의힘의 장외투쟁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국민의힘의 장외집회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관련한 장외집회 이후로 5년8개월 만이다.

국민의힘이 자유한국당 시절인 2020년 1월3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2대 독재악법, 3대 국정농단 국민대회' 집회를 열면서 거리로 박차고 나갔다.

황교안 당시 당대표는 여당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뼈대로 하는 선거법과 공수처법을 강행처리한 것을 두고 "자유민주주의를 지킬 것이냐, 좌파독재로 갈 것이냐 기로에 서있다"며 "이번 총선에서 문재인 정권을 확실하게 심판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교안 대표는 문재인 정부 당시 '조국 사태'와 선거법 개정 등에 맞서 장외투쟁을 시작했다. 황 전 대표가 취임한 뒤 첫 장외투쟁이었던 2019년 4월20일 광화문집회 이후 같은 해 5월부터 본격적인 장외투쟁을 시작했다. 장외투쟁 국면은 이렇게 2020년 1월까지 이어졌던 것이다. 

황 대표는 장외투쟁 과정에서 삭발, 무기한 단식까지 모든 수단을 총동원했다. 하지만 장기간 장외투쟁은 결국 지지층 결집 이상의 효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오히려 중도층 외연 확장에 장애물이 됐다는 것이다.

실제 자유한국당은 2020년 4월 총선에 103석을 얻으며 참패했고 황 대표표는 당 대표직에서 내려와야 했다. 황 대표의 정치 생명도 사실상 소멸했다. 

이런 전사가 있는 만큼 장외투쟁의 효용성을 두고 당내에서 벌써부터 회의론이 나오기 시작했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22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장외투쟁의 실효성이 크지 않다"며 "야외투쟁은 기본적으로 국민들의여론이 확실하게 뒷받침되고 그게 기폭제 역할처럼 해야 한다. 특히 정책이라든지, 당의 어떤 변화라든지 이런 걸로 판단하는 중도층의 입장에서 스우이보터 입장에서 소구력이 있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자칫 장 대표가 '황교안의 길'을 걸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왔다.

국민의힘이 장외집회를 통해 더욱 우경화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21일 대구 집회에서 '윤어게인' 관련 구호와 피켓을 금지했지만 현장에서는 전혀 다른 상황이 연출됐다. 부정 선거를 주장하는 당내 극단 '윤어게인' 세력이 '윤석열 대통령'을 연호했다.

심지어 당의 지도부 인사들까지 지난 대선 결과를 부정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김민수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극단을 택하자"며 "이재명 당선 무효"라고 말했다.

찬탄(윤석열 탄핵 찬성)파로 분류되는 양향자 최고위원과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이 발언할 때는 야유을 보내기도 했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원내소통수석부대표는 22일 YTN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서 "본인들의 정당성이 없을 때 거리로 나아가고 결국 그게 대중과 함께 하는 게 아니라 대중으로부터 오히려 외면받는 것"이라며 "황교안 시즌2로 가고 있는 국민의힘에게 오히려 파멸의 시간이 더 가까워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자멸의 시간이 가까워오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21일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시사스페셜)'에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가는 길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길"이라며 "지금 국민의힘은 자유한국당의 길을 그대로 가려고 한다. 그런데 그렇게 갔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는 보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