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더불어민주당이 내란특별재판부 설치에 힘을 싣고 있다. 

대법원이 내란특별재판부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가진 것으로 보여 갈등이 예상된다. 내란 재판 등을 두고 사법부를 압박하는 것이라는 풀이가 나오지만 자칫 집권 여당과 대법원이 충돌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민주당 정청래 내란특별재판부로 사법부 압박, 설마 '여당 vs 대법원' 충돌하나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정치권 움직임을 종합하면 민주당은 내란특별재판부를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12·3 비상계엄의 후속 조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안(내란특별법)'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정청래 당대표까지 강한 추진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은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115명이 내란특별법을 공동발의해 두고 있다.

앞서 정청래 대표는 5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다시 석방될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이 엄습한다"며 "내란 전담 특별재판부를 설치하라는 국민적 요구를 누구도 피할 길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윤석열씨가 석방 직후 대통령경호처가 1분당 1천 발의 총알을 발사할 수 있는 자동소총 200정을 구매하려 했던 사실이 밝혀졌다"며 "내란까지 일으킨 자들이 무슨 짓인들 못 했을까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민주당이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를 밀어붙이려 하는 것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영장이 기각된 것이 직접적 계기가 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취소에 대한 '트라우마'도 크게 작용한 듯하다. 

정재욱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달 27일 한 전 총리의 구속 심사를 연 뒤 "중요한 사실관계 및 피의자의 일련의 행적에 대한 법적 평가와 관련해 다툴 여지가 있다"며 "본건 혐의에 관하여 현재까지 확보된 증거, 수사 진행 경과, 피의자의 현재 지위 등에 비추어 방어권 행사 차원을 넘어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구속 영장을 기각했다.

하지만 내란 특검은 한 전 총리의 비상계엄선포문 증거인멸 혐의와 관련해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의 구체적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12·3 비상계엄 국무회의 당시 한 전 총리가 문건을 챙기는 CCTV도 공개돼 있다.

이에 민주당에선 이번 영장 기각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의 구속 취소 역시 비슷한 전철을 밟았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지귀연 부장판사는 3월7일 윤 전 대통령의 구속 취소 청구를 인용했다. 지 부장판사는 구속 기간을 일(日)로 계산하는 관행을 깨고 시간 단위로 계산해 윤 전 대통령이 구속 기간 만료 뒤 기소됐다고 판단했다.

여당은 국민 여론이나 법원 관행과 어긋나는 두 차례의 사법부 판단에 위기감을 느끼고 내란재판을 그대로 맡길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는 4일 전체회의를 열어 내란특별법안을 상정하고, 대체토론을 거쳐 법안심사1소위원회에 회부했다.

물론 야당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여당이 계속 밀어붙히면 내란특별법안을 저지할 방도가 없지만 최대한 논란을 키워 여론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정청래 내란특별재판부로 사법부 압박, 설마 '여당 vs 대법원' 충돌하나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여야 지도부 오찬 회동에 참석한 장동혁 국민의힘 당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장동혁 국민의힘 당대표는 8일 이재명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오찬 회동 모두 발언에서 내란특별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공개 요청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 국민은 특검이 아니라 대통령을 원하고 있다"며 "(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특검을 연장하거나 특별재판부를 설치하는 이런 법안들이 결국 대통령의 뜻과 같은 것이 아니겠나라고 국민들께서는 오해하실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도 5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내란특별법을 두고 "나치는 사법과 수사권을 장악해 독재를 완성했다"며 "나치가 만든 특별재판소의 이름은 인민재판소"라고 비판했다.

더 중요한 대목은 사법부의 반발이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8월29일 내란특별법에 대해 "위헌 소지가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도 9월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국회 등 외부 기관이 특별재판부 법관 임명에 관여할 경우 "사법의 독립성, 재판의 객관성·공정성에 시비를 불러일으킬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여당 일각에서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보다 사법부에 대한 '압박'이 더 유효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3대 특검 종합대응특별위원회 총괄위원장은 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법원에서 먼저 재판의 공정성을 의심 받는 판사들을 전보 조처나 징계하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설치하는 입법조치까지 할 필요는 없지 않겠느냐 이게 현재까지 민주당의 입장"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압박을 의식한듯 사법부도 일단 '국민적 우려'에 대한 해명을 내놨다.

지 부장판사는 8일 윤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16차 공판을 시작하면서 "특검과 변호인들께서 원만히 협조해주신다면 기일이 예정돼 있는 12월이나 그 무렵에는 심리를 마칠 수 있을 것으로 일응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권 쪽이 염려하듯 재판 지연으로 윤 전 대통령이 다시 석방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윤 전 대통령의 구속기간 만료일은 내년 1월18일이다. 그는 지 부장판사의 3월7일 구속 취소 인용 이후 7월10일에 재구속된 뒤 19일에 추가 기소돼 있다. 

그러나 민주당의 사법부를 향한 '공세'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사법부를 믿지 못하겠다는 국민적 여론이 거세다.
 
민주당 정청래 내란특별재판부로 사법부 압박, 설마 '여당 vs 대법원' 충돌하나

▲ 지귀연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가 4월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우두머리 혐의 형사재판 2차 공판에서 취재진들의 퇴장을 명령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여론조사꽃이 8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한덕수 전 총리와 김건희 집사게이트 관련자 3명의 구속 영장이 연속 기각된 이후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한 입장을 물은 결과 '찬성' 61.3%, '반대' 34.4%로 집계됐다.

여론조사꽃이 1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650만 원 룸살롱 접대의혹’을 받는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에 대한 대법원의 인사조치 필요성을 물은 결과 '필요' 71.5%, '불필요' 15.8%로 집계되기도 했다.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불신은 여당의 사법 개혁 논의에 밑불이 되고 있다.

여론조사꽃이 8월18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대법관 수를 증원하는 사법개혁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긍정 응답'61.1%, '부정 응답' 31.4%로 집계됐다.

8일 조사는 여론조사꽃 자체조사로 5일과 6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사는 가상번호를 활용한 무선·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1일 조사는 여론조사꽃 자체조사로 8월29일과 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사는 가상번호를 활용한 무선·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8월18일 조사는 여론조사꽃 자체조사로 15일과 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사는 가상번호를 활용한 무선·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2025년 8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기준 성, 연령, 권역별 가중치(셀가중)가 적용됐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권석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