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유비리서치 "삼성전자 내년 TV 1위 빼앗길 수 있어, 기업 아닌 중국 정부와 경쟁 중"

▲ 이충훈 유비리서치 대표가 5일 서울 과학기술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6년 준비를 위한 디스플레이 전략 세미나'에서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재도약'이란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이르면 2026년 중국 TV 업체에 시장점유율 1위를 빼앗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시장조사업체 유비리서치의 이충훈 대표는 5일 서울 과학기술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6년 준비를 위한 디스플레이 전략 세미나’에서 “2020년 5천만 대 정도이던 삼성전자 TV 출하량이 2024년에는 3천만 대 수준까지 내려왔다”며 “반면 중국 TCL과 하이센스의 TV 출하량은 계속 증가하고 있어 2026~2027년이 되면 중국 업체가 삼성도 능가한다는 결론이 나온다”고 말했다.

중국의 가전교체 보조금 정책은 이와 같은 추세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중국 정부는 에너지 효율 2등급 가전에는 구매가의 15%, 효율 1등급 가전에는 구매가의 20%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제품당 최대 보조 한도는 2천 위안(약 36만 원)이다.

지난해 약 1500억 위안(약 28조 원)을 투입했고, 올해는 3천억 위안(약 56조 원) 규모로 확대됐다.

이 대표는 “중국에서 만약에 이런 정책을 3~4년 끌고 가게 된다면, 2030년 중국 세트업체 두 곳의 TV 출하량은 각각 5천만 대, 3500만 대로 합산 8천만 대 수준에 달할 것”이라며 “지금 삼성전자나 LG전자는 개별 기업이 아닌 중국 정부와 경쟁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디스플레이 산업의 경쟁력은 세트업체의 경쟁력에 달린 것으로 파악됐다.

이 대표는 “일본 디스플레이 산업이 몰락한 것은 일본 세트업체가 몰락했기 때문”이라며 “일본 소니는 원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해외 패널에 의존을 하면서, 소니의 노하우가 모두 해외로 빠져나갔고, 이는 일본 세트업체의 경쟁력 약화와 디스플레이 산업 몰락으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현장] 유비리서치 "삼성전자 내년 TV 1위 빼앗길 수 있어, 기업 아닌 중국 정부와 경쟁 중"

▲ 유비리서치의 업체별 TV 출하량 전망. <비지니스포스트>

그는 “한국도 일본을 똑같이 답습하고 있다”며 “기업의 이익추구 관점에서는 어쩔 수 없지만, 결국 현재의 이익 추구를 하다가 10년 뒤에는 기업 경쟁력이 약해진다는 것은 기정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이 재도약할 기회는 여전히 남아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RGB(빨강, 초록, 파랑) 마이크로-LED TV’의 등장으로 한국 세트업체가 주력하는 OLED, 마이크로-LED TV 시장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RGB 마이크로-LED TV는 RGB LED 칩 크기를 100마이크로미터(㎛) 이하로 줄인 마이크로 RGB 기술을 적용해 더 정교한 색상과 밝기 제어가 가능한 제품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 115형 RGB 마이크로-LED TV를 세계 최초로 출시했다.

이 대표는 “RGB 마이크로-LED TV의 등장으로 마이크로-LED 기술력이 상승하고, 이에 따라 수율(완성품 비율)도 높아져, 제품 가격은 하락할 것”이라며 “이는 100인치 이상 대형 프리미엄 TV 시장의 확대를 불러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RGB 마이크로-LED TV가 등장하며 올레드 TV는 LCD 최상 제품과의 패널 가격 역전으로 인해 시장 확대 기회를 얻을 것”이라며 “2028년이면 삼성전자와 LG전자에서 필요한 TV용 OLED 패널이 1천만 대 가까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RGB 마이크로-LED TV가 디스플레이, 세트 업계의 메기 역할을 해, OLED TV, 마이크로-LED 시장이 확대된다면 한국의 디스플레이 산업이 다시 재도약을 할 수 있는 좋은 시기가 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나병현 기자